시사위크=김윤혁 기자 6·3지방선거 당시 발생한 정이한 전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의 ‘피습 자작극’ 파문이 범보수 진영의 내부 공방전으로 번지고 있다. 개혁신당이 이번 사태 배후에 국민의힘의 단일화 사주가 있었다는 ‘배후 공작설’을 제기하면서다. 이에 국민의힘은 즉각 ‘국면 전환용 물타기’라고 맞받아쳤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까지 “문제 후보를 공천한 정당이 문제”라며 공세에 가세하면서 범보수 진영의 갈등은 더욱 증폭되는 모양새다.
◇ “국민의힘이 단일화 사주” VS “이준석식 물타기 정치”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1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 전 후보의 피습 자작극 논란에 대해 재차 사과하면서도 “개혁신당은 당당하게 사실 관계가 확인된 내용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5월 17일 박형준 전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캠프의 모 인사가 정 전 후보에게 접촉한 것을 파악했다”며 이번 사태의 배후에 국민의힘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지난 5월 17일 박형준 캠프 측 인사가 정 전 후보에게 접촉했고, 이틑날인 18일 정 전 후보는 경찰에 자작극 사실을 자백했다. 그리고 경찰은 다음날(19일) 정 전 후보를 입건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누가 정이한에게 접근해서 그에게 이상한 마음을 품게 했는지 몰라서 말 안 하는 게 아니다”며 “누가 공작해서 이 일이 생겼는지 알고 불나방들이 설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김성열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측이 자리를 대가로 단일화를 제안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배후 공작설에 힘을 실었다. 그는 SNS를 통해 “가장 이해가 안 됐던 것은 정 전 후보가 당선 가능성도 없는데 왜 자작극을 했을까였다”며 “만약 누군가 접근해 ‘단일화 사주’를 했고, 그래서 단일화에 유리한 조건을 위해 엽기적 사건을 벌였다면 범행 동기는 완성된다”고 주장했다.
개혁신당의 이 같은 주장에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박형준 캠프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주진우 의원은 13일 SNS에 “단일화 협상과 정이한의 테러 자작극이 대체 무슨 관련이냐”며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도 (협상에) 참여했는데 단일화 협상 자체가 왜 불법이냐”고 따졌다. 이어 “정이한 후보가 테러 자작극을 벌인 것을 박형준 측에서 알았다면 단일화에 나설 이유가 없었다. 자작극은 개혁신당만의 단독 범행이라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혁신당은 합리적 문제 제기하는 사람을 인신공격하고, 이제는 국민의힘을 끌어들여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며 “책임 회피, 자극적 메시지, 메신저 공격, 프레임 전환 등 ‘이준석식 나쁜 정치’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신동욱 최고위원도 “국민의힘과 야합 가능성을 운운하기 이전에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하면 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범보수 진영의 공방이 격화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도 가세에 나섰다. 이주희 원내대변인은 14일 논평을 통해 개혁신당이 진상 규명보다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그는 “이 대표는 정 전 후보가 국민의힘 보좌진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배후 공작설로 맞받았다”며 “그를 대변인으로 세우고 단수공천한 것은 다름 아닌 개혁신당이다. 남의 당 이력을 끌어온다고 자기 당의 공천 책임과 무능이 지워지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개혁신당과의 공방과 별개로 경찰을 향한 공세도 이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주 의원은 “정치 경찰은 정이한의 자백을 받고도 선거에 완주하도록 구속 수사와 공표를 미뤘다”며 “경찰, 국정원, 청와대가 관여된 초대형 선거 게이트인지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찰이 정 전 후보의 자작극 자백을 확보하고도 선거가 끝날 때까지 이를 공개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으며 수사 과정 전반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한 것이다.
결국 이번 사태는 정 전 후보 개인의 일탈을 넘어 범보수 진영의 책임 공방과 경찰 수사의 공정성 논란으로까지 확산되는 모양새다. 경찰은 13일 자작극 묵인 의혹과 관련해 ‘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후보자에 대한 수사 사항을 외부에 알릴 수 없었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놓았다. 또 경찰이 이번 주 중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힌 가운데 향후 수사와 진상 규명 결과에 따라 정치권 공방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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