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소은 기자 8년 만의 부활을 예고했던 더불어민주당의 청년 최고위원제 도입이 결국 무산됐다. 분리 선출 방식을 두고 친청(친정청래)계 최고위원들이 반대해 무산됐다. 이번 부결은 당내 계파 갈등의 새로운 기폭제가 됐다.
민주당 지도부는 14일 오전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내부 이견이 오갔던 청년 최고위원제에 대해 최종 논의를 진행했다. 청년 최고위원을 선출직 5명 중 1명으로 따로 뽑는 분리 선출 방식이 안건으로 올라왔지만, 표결 결과는 부결이었다.
강준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청년최고위원 분리 선출은 표결에 의해 부결됐다”며 “(안건을) 다시 전당대회준비위원회(이하 전준위)에 회부해서 재논의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정상 완전히 무산된 것은 아니며 재논의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준위에서 만장일치로 합의된 안건이 최고위원회의에서 막히자, 청년 후보들의 반발은 더 거세졌다. 정민철 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은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가 민주당의 미래를 죽였다”고 성토했다.
정 부의장은 당 지도부가 당헌·당규를 부결 이유로 들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민주당은 전당대회 이틀 전에도 당헌을 고친 전례가 있고, 일주일 만에 개정을 끝내본 당이기 때문이다. 그는 “판단권은 당무위원회(이하 당무위)에 있다”며 이성윤, 문정복, 박규환, 박지원 등 반대표를 던진 친청계 최고위원들을 향해 “당당하면 왜 당무위에 올리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김형남 전 군인권센터 사무국장 역시 “우리 당이 얼마나 위기에 놓여있는지 다시 한번 절감한다”며 날을 세웠다. 그는 “무엇을 위해 정권을 재창출해야 하는지 말하지 않고 그저 이기는 것이 시대정신이라 말하는 구태의연한 당 지도부”라고 말했다.
이러한 반발은 비단 최고위원 선거 후보에서 그치지 않았다. 봉건우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장은 해당 제도 무산에 당 선거관리위원직에서 사퇴했다. 그는 같은 날(14일)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에 대한 청년의 불신은 단기적 현상이 아닌 큰 흐름이 됐다”며 변화는 없었다고 토로했다.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이탈한 2030세대의 표심을 되찾겠다던 당의 포부에도 전준위 의결 안을 가로막은 이번 결정을 두고 모순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이러한 청년층의 비판과 함께 차기 당권 주자들이 동조하면서 갈등은 계파 대리전 양상으로 확산했다. 친명(친이재명)계 대표 주자인 김민석 민주당 의원은 이번 무산을 특정 후보 측 반대 때문이라고 규정하며 “당의 미래라는 대의보다 작은 이익을 앞세운 집단적 자기 정치”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친명계 송영길 민주당 의원 또한 “전준위가 의결한 제도를 일부의 정략적 판단이 없애버린 것”이라며 “특정 최고위원들의 자기 정치가 전당대회를 어지럽히더니, 끝내 청년의 자리까지 집어삼킨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명(비이재명)계 고민정 민주당 의원도 “계파 간 다툼, 한 줌 권력을 위해 우리 스스로 제시한 대안을 걷어찬 것에 대해 국민께 무슨 말씀 드릴 수 있겠느냐”며 기득권 정치가 민주당의 길이 돼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비공개 회의에 참석했던 친명계 황명선 민주당 최고위원도 친청계를 향해 쓴소리를 뱉었다. 황 최고위원은 지도부를 향해 자격이 없다는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내며 해당 제도가 관철될 때까지 청년들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반면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이날(14일)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청년최고위원을 두고 “당헌·당규상 근거가 없다. 당 대표가 지명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정당의 청년 정치인 교육 및 충원 시스템 연구: -해외사례를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의원연맹(IPU)의 2020년 조사 기준 한국의 만 30세 미만 청년 의원 비율은 0%로 세계 최하위를 기록했다.
비록 이번에 가로막힌 자리가 청년 의원이 아닌 당 지도부의 한 축인 최고위원일지라도 청년층의 이탈이 갈수록 심화되는 민주당에 어떤 부메랑으로 돌아올지 우려 섞인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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