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현장 뛰는데 기준은 공백…정부, 올해 콘텐츠 진흥법 추진

마이데일리
(왼쪽부터) 김명훈 법무법인 율촌 변리사, 고영진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인공지능정책과장, 나규봉 NC AI VARCO사업 팀장이 14일 서울 청년재단에서 열린 게임기자단 정책 세미나에서 질의 응답을 하고 있다. /박성규 기자

[마이데일리 = 박성규 기자] 정부가 게임을 비롯한 콘텐츠 산업의 인공지능 전환(AX)을 지원하기 위해 가칭 ‘인공지능 콘텐츠 진흥법’의 연내 발의를 추진한다. AI(인공지능) 기술이 제작 효율화 도구를 넘어 창작 완성도를 높이고 이용자와 함께 플레이하는 단계까지 진화한 가운데 정부가 제도적 기반 마련을 통해 시장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고영진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인공지능정책과장은 14일 서울 종로구 청년재단에서 열린 ‘제2회 게임 기자단 정책 세미나’에서 “인공지능 콘텐츠 진흥법은 현재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으며 초안은 마련된 상태”라며 “올해 안에 발의를 추진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법안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AI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적 기반과 AI 콘텐츠의 정의·범위를 명확히 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현행 AI기본법상 투명성 의무를 콘텐츠 분야에 어떻게 적용하고 AI 활용 사실을 어느 수준까지 표시·고지할지도 검토한다.

게임에서는 AI 음성이나 캐릭터의 이름만 표시하면 되는지, 생성되는 대화마다 AI 활용 사실을 알려야 하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아직 부족하다. 생성형 AI가 만든 예측하기 어려운 결과물을 게임 등급분류에서 어떻게 판단하고 통제할지도 과제로 제시됐다.

고 과장은 규제 확대 우려에 대해서는 “규제를 위한 법이 아니라 콘텐츠 산업이 AI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걸림돌이 되는 부분을 해소하기 위한 진흥 법안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문체부는 올해 105억원인 게임 분야 AI 지원 예산을 내년에 1.5배 이상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재 중소 게임사와 스타트업 약 500곳의 AI 솔루션 구독료·교육비 지원에 75억원, AI 활용 게임 제작 지원에 약 30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내년도 세부 사업은 정부 예산안 확정 이후 공개할 예정이다.

나규봉 NC AI VARCO사업 팀장이 14일 서울 청년재단에서 열린 게임기자단 정책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박성규 기자

다만 현장에서는 기업 규모에 따른 AI 활용 격차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형 게임사는 자체 모델과 연구조직을 갖추고 AI를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고 있지만, 중소 게임사는 경영난으로 기술에 투자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나규봉 NC AI 바르코사업팀장은 “50인 이하 소규모 게임사는 물론 50~200인 규모 기업도 인건비와 광고·마케팅 비용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AI 도입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당장 생존이 급해 기술이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대기업 역시 현장 적용이 순조롭지만은 않다고 진단했다. 나 팀장은 “기존 업무에 치여 새로운 기술을 살펴볼 여유가 부족하다”며 “겉으로는 AI 전환을 추진하는 것처럼 보여도 보도자료를 위한 사례에 그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NC AI는 AI를 더 많은 게임을 빠르게 만드는 수단보다 창작자가 포기했던 완성도를 되살리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나 팀장에 따르면 2025년 스팀 출시작 가운데 AI 활용 사실을 고지한 게임은 22%를 차지했다. 2023년보다 출시작 수는 42% 늘었지만 이용자들이 신작에 사용한 플레이 시간의 비중은 14%에 그쳤다. 제작량 증가가 반드시 창작 가치나 흥행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NC AI는 ‘리니지M’ 원화 제작에 AI 기반 3D 생성 기술인 ‘바르코 3D’를 적용해 구도와 각도를 잡고 세부 표현을 보완했다. 캐릭터의 입 모양을 대사에 자동으로 맞추는 립싱크 기술도 활용했다. 제작 기간 부족으로 생략하기 쉬웠던 요소를 AI로 보완해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음성 인식을 활용해 이용자의 말에 따라 매번 다른 상황이 펼쳐지는 공포 게임도 공모전을 통해 선보였다. 기존 대형 프로젝트에서는 다루기 어려웠던 개인의 경험과 촘촘한 이야기를 게임으로 구현한 사례다.

나 팀장은 “AI가 벌어주는 시간을 더 많이 만드는 데 쓰는 것이 아니라 더 잘 만드는 데 활용하고 있다”며 “창작자가 주도권을 갖고 집중할 수 있는 상황까지 만들어야 기술이 창작을 증강시킨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준식 크래프톤 AI For Game R&D 실장이 14일 서울 청년재단에서 열린 게임기자단 정책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박성규 기자

크래프톤은 AI를 라이브 서비스와 이용자 경험에 직접 적용했다. ‘PUBG: 배틀그라운드’ 이스포츠 대회에는 지난해 말부터 승률과 이동 경로, 교전 상황을 예측하고 주요 장면을 추출하는 AI 기능을 적용하고 있다. 2021~2025년 프로 선수들이 치른 약 9,000경기를 학습해 배틀로얄의 복잡한 생존 확률과 경기 흐름을 분석한다.

성준식 크래프톤 AI For Game R&D 실장은 “AI 도입 초기에는 예측이 틀리면 바로 지적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하나의 놀이이자 콘텐츠처럼 소비되고 있다”며 “실시간 데이터가 중계 화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시청자에게 새로운 재미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플레이 패턴을 분석하는 AI 기반 안티치트 시스템도 1년 넘게 운영 중이다. 매일 1만건 이상의 의심 행위를 탐지하고 있으며 오탐률은 평균 2% 이하로 관리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공동 개발한 CPC(함께 플레이할 수 있는 캐릭터) ‘펍지 앨라이’는 게임 AI의 역할을 한 단계 더 확장했다. 이용자가 음성으로 명령하면 AI 팀원이 게임 화면과 상황을 이해하고 함께 이동하거나 전투를 수행한다.

크래프톤은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1일까지 배틀그라운드 아케이드 모드에서 펍지 앨라이 베타 서비스를 진행했다. 출시 전 약 1000명의 테스터가 참여한 PC방 테스트를 통해 약 4만판의 플레이 데이터를 확보했다.

펍지 앨라이는 클라우드를 거치지 않고 이용자 PC에서 구동되는 온디바이스 방식으로 구현됐다. 소형언어모델(sLM)을 기반으로 대부분 0.8초 이내에 음성 명령에 응답해 사람과 대화하는 듯한 상호작용을 제공한다.

성 실장은 “가장 최신의 AI 기술을 실제 라이브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펍지 앨라이 베타 서비스의 실험이었다”며 “AI가 이용자와 직접 만나는 경험을 축적해 크래프톤 내 다른 스튜디오로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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