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노동조합 불모지로 여겨졌던 국내 대기업 계열 IT서비스(SI) 업계에서 거센 노풍(勞風)이 불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 뒤에는 인공지능(AI)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고용불안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S(018260)에서 창사 첫 과반 노조가 출범한 데 이어 현대오토에버(307950)와 신세계아이앤씨에서도 노조가 설립됐다.
개발자와 사무직 비중이 높은 SI 업계의 특성상 노조 조직화가 쉽지 않았지만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먼저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SDS 지부는 지난 6일 공식 출범 이후 하루 만인 7일 오후 9시께 조합원이 5833명을 돌파하며 전체 임직원 과반을 달성했다. 현재는 약 6100명 수준으로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이준희 삼성SDS 대표에게 단체교섭 요구서를 제출했고, 회사도 교섭요구사실 공고를 내며 협상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노조 출범의 직접적 배경으로는 성과급 제도 개편 갈등이 꼽힌다.
삼성SDS의 성과급 제도 개편안은 지난 7일까지 직원 찬반 투표를 진행했으나, 전체 직원 과반 동의 요건을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이번 개편안은 현행 현금 목표 인센티브(PI)를 폐지하고 연봉 20% 수준을 자사주로 지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전체 직원의 55.6%가 참여했고, 참여 인원 중 71.9%가 개편안에 동의해 전체 직원 기준 최종 동의율은 40%로 집계됐다.
이에 이 대표는 성과급 제도 개편안 무산과 관련해 임직원에게 직접 사과했다.
이 대표는 "제도에 대한 생각과 판단은 서로 달랐을 수 있지만, 더 좋은 회사를 만들고자 하는 마음은 같았음을 잘 알고 있다"며 "제도개편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임직원 여러분의 마음을 더 깊이 헤아렸어야 했는데 제가 많이 부족했다는 점을 되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IT 서비스 계열사 현대오토에버 노조는 지난 8일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산하 현대오토에버지회로 출범했다.
현대오토에버의 경우 합병 이후 누적된 내부 처우 격차가 노조 설립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성과급 축소 기조 등 실적에 맞지 않는 불투명한 보상 체계, 일부 인사 기용 및 평가 체계에 대한 의문, 재택근무 폐지 등 근무 환경 변화가 복합적으로 꼽힌다.
신세계아이앤씨에도 창사 이후 처음으로 노조가 출범했다. 1997년 설립 이후 약 30년간 노조 없이 운영돼 왔다.
노조는 지난 8일 서울 강남구청으로부터 노조 설립 필증을 교부받고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노총 전국IT사무서비스노동조합연맹 소속이다.
노조는 구성원의 고용안정 보장과 성과에 기반한 공정하고 합리적인 보상체계 마련, 투명한 의사결정과 건강한 노사문화 구축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유통 특화 SI 기업 특성상 그룹 의존도가 높고 타 SI 기업으로의 이직 기회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탓에 노조 설립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급변하는 IT 산업 환경 속에서 구성원의 고용안정과 공정한 보상체계를 마련하고 회사와 구성원이 함께 성장하는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성원이 안정적으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조성하고 장기적으로 회사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역할"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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