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화려하게 증시에 입성했지만 정작 수혜가 기대됐던 국내 우주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는 대규모 자금 이탈과 수익률 부진을 겪고 있다. 상장 전에는 스페이스X에 간접 투자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았지만, 상장 이후에는 기대와 현실의 간극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스페이스X가 상장한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10일까지 국내 우주 관련 ETF 7개에서 개인 투자자는 총 4933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개인 순매수가 우세했던 상품은 단 한 개도 없었다.
성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7개 우주 ETF의 평균 수익률은 -14.1%를 기록했고, 총 순자산은 4조6463억원에서 2조8599억원으로 약 38.4% 감소했다. 우주산업 성장 기대를 바탕으로 유입됐던 자금이 상장 이후 빠르게 이탈한 것이다.
가장 많은 매도세가 몰린 상품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우주테크’였다. 개인 투자자는 이 상품을 3046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이어 하나자산운용의 ‘1Q 미국우주항공테크’가 548억원,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우주항공’이 517억원,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가 482억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스페이스X 편입 비중이 높은 ETF일수록 수익률이 부진했다. 스페이스X를 약 25.16% 편입한 TIGER 미국우주테크는 상장 이후 -28.8%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주요 우주 ETF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SOL 미국우주항공TOP10(-20.0%),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19.8%), KODEX 미국우주항공(-18.0%)도 모두 두 자릿수 손실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상장 전 기대가 지나치게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스페이스X 공모주 확보를 추진했지만 국내 일반 투자자에게 배정된 물량은 없었고,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공모가 편입 효과’도 현실화되지 못했다.
상장 전후 투자 환경이 크게 달라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상장 이전에는 스페이스X에 투자할 방법이 제한적이어서 국내 우주 ETF가 사실상 대안 역할을 했지만, 상장 이후에는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한 데다 스페이스X 주가마저 조정을 받으면서 투자심리가 빠르게 식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스페이스X 주가는 공모가인 135달러에서 상장 직후 225달러를 넘어서며 급등했지만, 지난 10일(현지시간)에는 145.30달러까지 내려앉았다. 나스닥100 편입에 따른 패시브 자금 유입이라는 호재에도 차익실현 매물과 고평가 부담이 겹치며 상승세가 둔화됐다.
◇목표주가 75~900달러…스페이스X 향한 월가의 시선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스타십 개발과 스타링크 사업,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장 여부를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목표주가는 75달러에서 900달러까지 큰 차이를 보였다.
모건스탠리는 스타십 개발이 지연되는 비관적 시나리오에서는 목표주가를 75달러로 제시했다. 반면 사업이 계획대로 확장될 경우 300달러,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는 6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씨티그룹은 스타십 상용화와 AI 인프라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경우 목표주가 900달러, 기업가치는 12조달러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이 집계한 월가 평균 목표주가는 240달러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 역시 장기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목표를 달성한다면 스페이스X는 지구상 나머지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큰 가치를 갖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 초기의 기대감은 다소 진정됐지만 장기 성장성을 둘러싼 평가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우주 운송과 위성통신, AI 인프라 사업이 계획대로 확대될 경우 기업가치가 다시 평가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스타십 상용화와 대규모 투자 회수 여부 등 넘어야 할 과제도 여전히 많아 당분간 높은 변동성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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