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이 연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과 레버리지 ETF 등으로 인해 주식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는 상항 등을 지적하며 경제 정책을 담당하는 참모로서의 ‘책임’을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김 실장은 자신의 SNS에 한국이 새로운 경제성장 경로에 들어섰다며 이러한 사퇴론을 정면 돌파하는 모양새다.
김 실장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바이바이 동아시아 정체론’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한 나라를 설명하던 성장의 문법이 바뀌고 시장이 그 나라의 미래를 보는 기준 자체가 달라지는 순간은 10년, 2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다”며 “지금 동아시아에서 그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2022~2024년은 암울했다. 반도체 다운사이클이 수출을 짓눌렀고, 코스피는 미국 증시와의 동조 흐름이 깨지며 장기간 부진했다”며 “중요한 것은 2025년의 연간 성장률 자체가 아니라, 추세선이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성장률 전망은 연이어 상향됐고 한국은 2026~2027년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이 예상되는 국가로 재평가되기 시작했다”며 “동아시아 저성장의 대표 사례로 거론되던 나라가 선진국 가운데 가장 강한 성장 탄력을 가진 나라로 평가받기 시작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지난 20년 동안 한국 경제가 걸어갈 미래를 설명하는 가장 익숙한 경로는 일본의 길이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다른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설명한 일본의 길이란 제조업과 수출 경쟁력 바탕으로 선진국에 진입했지만 여러 요인으로 인해 점차 저성장으로 들어서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김 실장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를 축으로 하는 3대 메가 프로젝트가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 한국은 일본과 다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실장의 발언은 최근 야권을 중심으로 그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은 최근 레버리지 ETF 사태 등과 관련해 “이 참담한 사태의 시작점에는 김 실장이 있다”고 날을 세웠다. 아울러 “비단 증시 뿐이 아니다”며 “김 실장이 주도한 대출 틀어막기식 부동산 정책은 서울 아파트 평균가를 15억9,000만원까지 폭등시키며 주거 사다리를 걷어찼다고 고환율 용인 발언은 달러당 1,500원 시대를 고착화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 실장은 연일 페이스북 글을 올리며 AI를 기반으로 한 한국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그는 지난 11일 페이스북에도 ‘생산능력이 새로운 국력이다’라는 글을 올려 “대한민국에게 AI 혁명은 거대한 기회다. 그러나 생산능력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그 기회는 후발주자의 성장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며 전력과 용수 등 산업 인프라 병목 제거에 대한 국가의 역할을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김 실장에 대한 싸늘한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최은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김 실장의 글과 관련해 “일본과 대만의 경제 상황까지 끌어와, 자신에게 유리한 조각만 짜맞춘 아전인수식 비교와 정교한 말장난으로 대부분을 채웠다”며 “국민 여러분께서는 더 이상 장문의 페이스북을 원하지 않는다. 자기변론, 궤변이 아니라 김 실장의 사퇴를 원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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