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7080 리더 보고서⑥] 김동관, ‘방산·조선·에너지’ 삼각축으로 한화 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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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 재계의 세대교체가 본격화하고 있다. 정의선·구광모·조원태·정기선 회장 등 1970~1980년대생 총수와 전문경영인들이 그룹 전면에 서며 산업 지형도 빠르게 바뀌는 중이다. 이들은 전통 제조업의 체질 개선부터 미래 사업 발굴, 글로벌 확장, 지배구조 재편까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새 시대의 경영’을 실험하고 있다. 마이데일리는 재계의 7080 리더들을 통해 한국 기업의 다음 10년을 이끌 인물과 전략을 짚어본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그래픽=심지원 기자

[마이데일리 = 윤진웅·심지원 기자] 한화그룹이 올해 사상 처음으로 자산 기준 대한민국 ‘재계 5위’ 자리에 올랐다. 전통적인 화학·내수 중심의 대기업이었던 한화를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는 ‘산업재편형 그룹’으로 빠르게 변화시킨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거둔 결실이다. 김 부회장은 2021년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방위산업을 그룹의 맨 대표로 세우고 조선을 결합해 해양 방산 벨트를 구축하는 동시에 에너지와 우주를 미래 축으로 키우고 있다.

태양광 업황, 자본시장 신뢰, 승계 마무리라는 숙제는 남아 있지만 분명한 건 있다. 김 부회장 체제의 한화가 더 이상 ‘전통 제조 대기업’만으로 설명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그가 7080 재계 리더십의 상징으로 꼽히는 배경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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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계 순위 ‘7위→5위’ 2계단 껑충

김 부회장을 관통하는 단어는 ‘축 이동’이다. 한화의 무게중심을 전통 화학·내수 사업에서 방산과 조선, 에너지로 옮기는 작업이 그의 손에서 본격화했다. 그는 현재 ㈜한화 전략부문 대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 한화솔루션 대표, 한화임팩트 대표를 맡고 있고, 한화오션 기타비상무이사에도 올라 있다. 그룹 핵심 축을 한 손에 쥔 셈이다.

축 이동에 따른 그룹의 변화는 숫자에서도 확인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6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 자료에 따르면 한화그룹 자산총액은 149조605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125조7410억원) 대비 23조9000억원 가량 자산이 급증하며 재계 순위를 7위에서 5위로 두 계단이나 끌어올렸다. 방산과 조선, 금융 계열 성장의 합산 결과다.

핵심 엔진은 김 부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연결 기준 매출이 2022년 7조600억원, 2023년 7조8900억원, 2024년 11조2400억원으로 뛰었고, 2025년에는 26조6078억원, 영업이익 3조345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썼다. 2024년 한화오션 연결 편입 효과가 반영됐지만, 지상방산과 항공우주 사업 자체도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특히 지난해 지상방산 부문에서만 2조1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회사 전체 실적을 사실상 지상방산이 견인한 셈이다.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등의 수출 확대가 실적을 견인하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더 이상 ‘국내 방산업체’가 아니라 ‘글로벌 방산 수출기업’으로 자리를 굳혔다.

한화시스템도 방산 축의 한쪽을 받치고 있다. 한화시스템의 연결 기준 매출은 2023년 2조4506억원, 2024년 2조7936억원, 2025년 3조915억원으로 늘었고,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1256억원, 2251억원, 2800억원으로 증가했다. 감시정찰, 지휘통제, 위성·우주 영역까지 넓히며 그룹 방산 포트폴리오를 촘촘하게 채우고 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해 8월 26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시의 한화필리조선소에서 열린 선박 명명식에서 이재명 대통령, 조쉬 샤피로 펜실베니아 주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환영사를 하고 있다. /한화그룹

◇ 조선 품으며 ‘해양 방산’까지 확장

조선을 방산·에너지와 연결한 것도 김 부회장의 남다른 기질을 나타낸다. 한화는 2023년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한화오션으로 새 출범시켰고, 김 부회장은 당시 한화오션의 빠른 해외 확장과 해양에너지 솔루션 기업 도약을 직접 강조했다. 조선소를 단순 상선 건조 기지가 아니라 군함, 해양플랜트, 친환경 선박까지 아우르는 거점으로 다시 설계하기 시작했다.

실적도 반등했다. 한화오션 연결 기준 매출은 2023년 13조9448억원, 2024년 17조8438억원, 2025년 20조1409억원으로 늘었다. 영업이익은 2023년 4312억원, 2024년 4863억원, 2025년 6175억원으로 증가했다. 수익성은 빠르게 좋아졌고, 공식 재무정보 기준 지난해 순이익도 1조원대를 넘어섰다.

동시에 한화오션의 사업 영역도 확대됐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LNG운반선 200척 인도 기록을 세운 것과 더불어 미국 필리조선소 투자 계획을 공식화하며 미국 조선업 재건 흐름에도 올라탔다. 같은 해 한화는 필리조선소에 5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고, 이는 한미 조선 협력의 상징적 장면으로 받아들여졌다. 김 부회장이 방산과 조선, 해양에너지를 하나의 이야기로 묶고 있다는 뜻이다.

김동관 부회장이 2024년 다보스포럼 연차총회 세션 ‘세계 최초 탈화석연료 선박’에서 한화의 해양 탈탄소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한화그룹

◇ 태양광에서 배운 확장, 에너지로 이어

김 부회장의 출발점은 원래 태양광이었다. 그는 한화큐셀을 앞세워 북미와 유럽 시장을 공략했고, 2024년 다보스포럼에서는 선박 탈탄소 비전을 직접 제시했다. 암모니아와 대체연료 기반의 무탄소 선박 구상까지 꺼내며 한화의 에너지 사업을 육상 발전에서 해양으로 넓히려 했다.

다만 에너지 쪽 실적은 방산만큼 매끄럽지 않았다. 한화솔루션 연결 기준 매출은 2021년 10조2170억원에서 2022년 12조9320억원, 2023년 13조790억원으로 늘었지만, 2024년 12조3940억원으로 줄었고 2025년에는 13조333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021년 7040억원, 2022년 9230억원, 2023년 5790억원에서 2024년 3000억원 적자, 2025년 365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태양광 업황 둔화와 석유화학 부진 영향이 겹친 결과였다.

때문에 김 부회장 체제의 평가는 두 갈래로 갈린다. 방산과 조선에선 성과가 선명하지만, 태양광과 화학에선 변동성이 여전하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김 부회장이 한화를 미래 산업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건 맞다”면서도 “미래 산업 가운데 어떤 축은 돈을 벌고 어떤 축은 아직 버티는 단계에 있어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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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은 숙제는 승계 완성과 시장 신뢰

지난해 3월 김승연 회장은 ㈜한화 지분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했다. 이 가운데 김 부회장의 몫은 4.86%였다. 이에 따라 김동관 부회장의 ㈜한화 지분은 9.77%가 됐다.

한화에너지가 보유한 ㈜한화 지분은 22.16%로 한화에너지 지분 구조는 김동관 부회장 50%,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20%, 김동선 한화비전 부사장 10%, 재무적투자자 20% 구도로 바뀌었다. 시장에서는 이를 사실상 김 부회장 중심 승계 구도 완성 단계로 해석했다. 여기에 올해 1월 ㈜한화가 인적분할 계획을 공식화하면서 3형제 독립경영 구상도 한층 선명해졌다. 회사는 6월 임시 주주총회 등 절차를 거쳐 7월 분할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분할 이후 존속법인은 방산·조선·해양·에너지와 금융을 남기고, 신설법인은 테크·라이프 사업을 맡는 구조다. 이에 따라 김동관 부회장은 방산·조선·에너지 축을, 김동원 사장은 금융을, 김동선 부사장은 테크·라이프 축을 각각 맡는 형태의 중장기 3형제 분리경영 구도가 굳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김동선 부사장은 지난 3월 31일자로 ㈜한화 건설부문 해외사업본부장직에서 물러났다. 2024년 1월 해당 보직을 맡은 지 2년 만이다. 다만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한화비전 등에서 맡고 있는 미래비전총괄 직책과 ㈜한화 지분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김 부사장이 신설 예정인 테크·라이프 지주사에 힘을 싣기 위한 역할 재편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김동관 부회장 중심의 지배력 강화와 함께, 3형제가 각자 담당 영역을 맡는 구조를 보다 명확히 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손재일(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와 임직원들이 지난 1일 오후 대전 유성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앞에서 폭발사고 관련 브리핑을 마치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시스

다만 승계가 곧 리더십 완성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올해 초 ㈜한화 인적분할 추진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 과정에서 소액주주와 시민단체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승계 구도가 겹쳐 보일 때 시장은 더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김 부회장이 방산·조선 성장 스토리를 계속 써내려가더라도, 자본 조달과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주주 설득에 실패하면 평가가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다.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도 변수다. 한화오션은 2025년 미국 투자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제재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가 같은 해 제재가 1년 유예되는 상황을 겪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조선·방산 사업을 동시에 키우는 한화의 구조상, 김부회장의 경영은 실적뿐 아니라 외교·통상 변수와도 계속 맞붙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공장 폭발 사고 수습도 중요한 시험대로 떠올랐다. 한화그룹은 사고 직후 “희생된 직원들과 유가족, 부상자에게 머리 숙여 사과한다”고 밝히고 특별 태스크포스(TF)를 꾸렸으며,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도 경영진과 함께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공격적인 확장만큼이나 현장 안전과 조직 관리 역량이 김동관 체제의 신뢰를 가를 변수로 부상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격적인 확장과 자본시장 신뢰를 어떻게 함께 가져갈지가 김 부회장 체제의 숙제”라며 “방산 수요 확대에 선제 대응하려는 의도는 분명했지만, 주주 입장에서는 희석 우려가 불거졌고 시장 반응도 엇갈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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