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웃음꽃 핀 영화의전당···제21회 BIKY, 소풍처럼 개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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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치훈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이사장이 지난 8일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펼쳐진 개막식에서 개막을 선언하고 있다. (사진=윤선영) ⓒ포인트경제
오치훈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이사장이 지난 8일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펼쳐진 개막식에서 개막을 선언하고 있다. (사진=윤선영) ⓒ포인트경제

[포인트경제] ‘얘들아 소풍 가자’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제21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BIKY)가 지난 8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오는 14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영화제는 41개국 179편의 작품을 5개 극장 12개 스크린에서 140회 상영하는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다.

작년이 ‘스무 살’이라는 상징적인 숫자를 앞세운 회차였다면 올해는 그 다음 걸음을 내딛는 자리였다. 실제로 BIKY 안팎에서는 이번 21회를 두고 새로운 10년의 첫걸음을 떼는 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현정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지난 8일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펼쳐진 개막식에서 영화제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윤선영) ⓒ포인트경제
이현정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지난 8일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펼쳐진 개막식에서 영화제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윤선영) ⓒ포인트경제

◆ 레드카펫이 예고한 축제 열기

전날 본지 기자가 개막식 현장을 찾았을 때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앞은 한 시간 전부터 이미 들썩이고 있었다. 7월의 늦은 오후 레드카펫 주변으로 이른 시간부터 자리를 잡은 관객들이 저마다 휴대전화를 들고 게스트들의 등장을 기다렸다. 아이의 손을 잡고 나온 가족 단위 관객들과 취재진의 카메라가 뒤섞인 풍경은 화려한 시상식이라기보다는 동네잔치에 가까운 소박한 활기를 띠었다.

레드카펫에 게스트들이 하나둘 입장하며 화려한 분위기를 예고했다. 배우 이주승은 장건재 감독, 네덜란드 심사위원 마를리스 반 데르 벨과 손을 흔들며 포토타임에 응했고, 배우 이지원도 영화평론가 장병원 작가, 대만 큐레이터 궈완링과 나란히 서서 카메라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 ‘인 포커스’ 특별전의 주인공인 윤가은 감독은 배우 최수인·설혜인과 함께 레드카펫에 올라 환한 웃음을 보였고, 이현정 BIKY 집행위원장은 개막작 ‘굿바이 시스터즈’를 연출한 알렉산더 머피 감독과 장난스러운 포즈를 취하며 현장에 웃음을 더했다. 무대에 오를 댄서 아이키는 딸 박연우와 함께 다정하게 팔짱을 낀 채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제21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개막식이 지난 8일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펼쳐진 가운데 개막식을 찾은 게스트들이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윤선영) ⓒ포인트경제
제21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개막식이 지난 8일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펼쳐진 가운데 개막식을 찾은 게스트들이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윤선영) ⓒ포인트경제

게스트 한 명 한 명이 등장할 때마다 현장에서는 크고 작은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고 취재진의 카메라 셔터 소리가 그 사이를 채웠다. 유명 배우들의 등장에 환호하면서도 아이들과 함께 온 관객들이 스스럼없이 손을 흔들고 사진을 찍는 모습에서는 다른 영화제의 레드카펫과는 결이 다른 편안함이 느껴졌다. 몰려든 취재진의 카메라 세례와 관객들의 환호 속에 레드카펫은 이날 이후로 이어질 축제의 온도를 미리 보여주는 듯했다.

◆ 영화의전당에 다시 켜진 불빛

본 행사는 방송인 오상진과 배우 서수빈의 사회로 진행됐다. 가야금 연주자 김혜진이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과 함께 무대를 꾸몄고 댄스 크루 아이키와 훅이 봉산탈춤 공연을 선보이며 개막의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제21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개막식이 지난 8일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펼쳐진 가운데 개막식 사회를 맡은 배우 서수빈과 방송인 오상진, 개막 공연자로 나선 아이키와 딸 박연우 양이 레드카펫을 걸어가고 있다. (사진=윤선영) ⓒ포인트경제
제21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개막식이 지난 8일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펼쳐진 가운데 개막식 사회를 맡은 배우 서수빈과 방송인 오상진, 개막 공연자로 나선 아이키와 딸 박연우 양이 레드카펫을 걸어가고 있다. (사진=윤선영) ⓒ포인트경제

올해 영화제는 ‘얘들아 소풍 가자’라는 슬로건을 앞세웠다. 이 슬로건은 그냥 붙은 이름이 아니다. BIKY 측은 개막에 앞서 세대 간 갈등, AI 같은 미래 기술, 청소년의 심리적 불안 등 지금 어린이·청소년을 둘러싼 여러 사회적 이슈를 영화제 안에 어떻게 녹여낼지 고민을 거듭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 고민 끝에 나온 답이 특별한 목적 없이도 해방감과 즐거움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소풍’이라는 개념이었다. 역설적으로 무거운 사회적 화두에서 출발한 고민이 가장 가볍고 편안한 단어인 ‘소풍’으로 귀결된 셈이다. 실제로 개막식 무대에서도 이런 이중적 정서가 읽혔다. 화려한 축하 공연과 사회자들의 유쾌한 진행 뒤편에는, 아이들이 오늘날 놓인 현실적 고민들을 영화라는 매개로 함께 풀어보자는 진지한 기획 의도가 자리하고 있었다.

제21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개막식이 지난 8일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펼쳐진 가운데 행사장 주변에 영화제 슬로건인 ‘얘들아 소풍 가자’가 적힌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사진=윤선영) ⓒ포인트경제
제21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개막식이 지난 8일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펼쳐진 가운데 행사장 주변에 영화제 슬로건인 ‘얘들아 소풍 가자’가 적힌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사진=윤선영) ⓒ포인트경제

◆ 비키즈가 직접 채운 개막 무대

이날 개막식에서 유독 눈길을 끈 순서는 영화제를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어린이·청소년 집행위원 ‘비키즈(BIKies)’가 만든 축하 영상이었다. 영상 속 아이들은 다소 긴장한 듯하면서도 또렷한 말투로 올해 영화제를 직접 소개했다. 성인 진행자나 초청 인사가 아니라, 영화제의 실제 운영진인 아이들이 스스로 카메라 앞에 서서 관객에게 인사를 건네는 구성이었다. 이는 BIKY가 창설 초기부터 지켜온 원칙과 맞닿아 있다. 비키즈는 국제경쟁부문 ‘레디~액션!’의 예선 심사부터 관객과의 대화(GV) 진행, 시상식 사회까지 도맡는 이 영화제의 실질적 운영 주체다. 개막식 무대의 짧은 영상 하나가 관객이 아닌 창작과 운영의 주체로 아이들을 세운다는 BIKY의 오래된 정체성을 압축해서 보여준 셈이다.

이현정 BIKY 집행위원장은 환영사에서 “올해 BIKY가 새로운 슬로건을 내걸고 그 어느 때보다 내실 있고 풍성한 ’소풍’을 준비했다”며 “축제를 마음껏 즐겨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21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개막식이 지난 8일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펼쳐진 가운데 배우 서수빈과 방송인 오상진이 개막식 사회를 보고 있다. (사진=윤선영) ⓒ포인트경제
제21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개막식이 지난 8일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펼쳐진 가운데 배우 서수빈과 방송인 오상진이 개막식 사회를 보고 있다. (사진=윤선영) ⓒ포인트경제

전재수 부산시장은 영상 축사를 통해 “BIKY가 어린이와 청소년이 관객을 넘어 창작과 표현의 주체로 성장하는 소중한 문화의 장”이라고 평하며 “올여름 부산에서 펼쳐지는 영화 소풍을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 가족 모두가 상상력과 즐거움으로 가득한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고 전했다.

개막 선언은 오치훈 BIKY 이사장이 맡았다. 오 이사장은 축사에서 “지난 20여 년간 영화를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우고 세대와 문화를 잇는 소통의 장이 되고자 노력해 왔다”고 돌아보며 “오늘의 영화제가 모두에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소중한 영화 소풍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제21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개막식이 지난 8일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펼쳐진 가운데 전재수 부산시장이 영상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윤선영) ⓒ포인트경제
제21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개막식이 지난 8일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펼쳐진 가운데 전재수 부산시장이 영상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윤선영) ⓒ포인트경제

◆ 일주일간 이어지는 축제의 리듬

개막식을 시작으로 영화제는 오는 14일까지 이어진다. 이 기간 41개국 179편의 작품이 5개 극장 12개 스크린에서 총 140회 상영되며 상영 무대도 기존 해운대구를 넘어 명지국제신도시 등 서부산권까지 넓어졌다. 지역적 경계를 허물었다는 점이 올해 영화제가 스스로 꼽는 가장 큰 특징이다. 개막식 다음 날인 이날부터는 부대행사도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영화제의 대표 야외 축제 공간인 ‘BIKY 놀이터’가 9일부터 12일까지 영화의전당 두레라움 광장에서 운영되며 푸드존 ‘바로 이 맛이야’와 현대어린이책미술관(MOKA)의 예술놀이터, 공연 스테이지 등으로 꾸며진다. 체험과 공연 프로그램은 별도 입장료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야외상영 ‘달빛극장’ 학술행사 ‘BIKY 오픈토크’, 롯데시네마 부산명지의 ‘불안한 콘서트 in BIKY’와 ‘BIKY 미니 놀이터’ 등이 함께 운영되며 축제의 온기를 부산 곳곳으로 퍼뜨린다. 영화제의 대미는 14일 오후 2시 낙동아트센터 앙상블극장에서 열리는 시상식이 장식한다. 이 자리에서는 경쟁부문 시상과 함께 ‘AI JAM(잼)있다’ 워크숍 결과물 상영, 그리고 한 해 동안 활동한 비키즈들의 졸업식이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개막식의 활기가 일주일 뒤 시상식의 뭉클함으로 이어지는 구조, 그것이 BIKY가 매해 반복하면서도 지치지 않고 지켜온 축제의 리듬이다.

제21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개막식이 지난 8일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펼쳐진 가운데 이상용 수석프로그래머가 개막작 ‘굿바이 시스터즈’를 소개하고 있다. 
제21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개막식이 지난 8일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펼쳐진 가운데 이상용 수석프로그래머가 개막작 ‘굿바이 시스터즈’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윤선영) ⓒ포인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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