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랫말 따라 피어난 리센느, 이제 어디서나 당당하게 [김하영의 이슈해부]

마이데일리
그룹 리센느 / 더뮤즈엔터테인먼트

[마이데일리 = 김하영 기자] 가수는 자기 노랫말을 따라간다는 말이 있다. 리센느가 꼭 그렇다. "한 번도 빛난 적 없었던 미지의 향으로 온 세상을 물들여"라고 노래하더니, 2026년 대한민국을 자신들의 향기로 물들이고 있다. 이제는 카라의 명곡을 다시 부르며 "어디서나 당당하게 걷기" 시작했다.

리센느가 마침내 넘을 수 없을 것 같던 벽을 넘었다. 지난 8일 멜론 TOP100 정상에 오른 것이다.

'LOVE ATTACK'(러브 어택)은 2024년 8월 발매 이후 이미 두 차례 역주행을 겪은 곡이다. 거듭된 질주 끝에 1위까지 올라섰다. 여기에 리메이크 신곡 'Pretty Girl'(프리티 걸)은 최고 4위까지 치솟았고, 'Deja Vu'(데자부), 'Runaway'(러너웨이), 엔믹스 설윤이 추천하며 다시 주목받은 'Pinball'(핀볼)까지 차트에 이름을 올렸다.

/ 원이 유튜브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

말 그대로 한 곡이 아닌 그룹 전체가 떴다. 리센느의 흥행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먼저 멤버 전원이 각자의 캐릭터를 얻었다. '거제소녀', '갸루귀신', '신라공주', '리트와 메트' 등 별명과 밈이 생겼고, 멤버 개개인의 얼굴과 성격이 대중에게 각인되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왕성한 활동량이 있다. 유튜브 웹예능부터 숏폼, 스트리밍까지 플랫폼을 가리지 않았다. 심지어 해외 축구 팬 카페에서도 이들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알고리즘이 작동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나타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 원이 유튜브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

특히 원이의 유튜브 '안원잘부'를 중심으로 각종 콘텐츠에서 멤버들의 캐릭터가 살아났다. 그룹 인지도 역시 빠르게 상승했다. 노래를 먼저 알게 된 이들이 멤버를 찾아봤고, 멤버를 먼저 접한 이들은 다시 노래를 들었다. 캐릭터와 음악이 서로를 끌어올리는 선순환이 만들어졌다.

그 결과는 'LOVE ATTACK'의 역주행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1위까지는 쉽지 않아 보였다. 차트 상위권에는 10년 만에 돌아온 '국민 걸그룹' 아이오아이의 '갑자기'를 비롯해, 코르티스의 'RED RED'(레드 레드), 에스파의 'Lemonade'(레모네이드), 아일릿의 'It's Me' 등 좋은 음원과 강한 팬덤을 갖춘 팀들이 버티고 있었다. 리센느 역시 이미 TOP100 최상위권까지 치고 올라왔지만, 정상은 또 다른 문제였다.

/ 원이 유튜브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터졌다. 멤버 원이의 발언을 둘러싼 '일베 논란'이었다.

논란은 한 지역 방송사 PD의 문제 제기를 계기로 확산됐다. 이후 원이의 표현을 두고 억지 해석이라는 반박과 부적절한 표현이라는 비판이 맞붙었다. 여기에 조국 전 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 정치권 인사들까지 상반된 입장을 내놓으며 사안은 순식간에 연예계를 넘어 정치·사회 영역으로 번졌다.

신인 걸그룹 멤버의 말 한마디를 두고 정치권까지 갑론을박을 벌이는 장면은 흔치 않다. 원이를 둘러싼 논쟁이 커질수록 자연스럽게 "리센느가 누구냐"는 관심도 함께 커졌다. 당연히 해당 논란이 리센느의 역주행을 만들었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아이러니하게도 논란은 이미 떠오르던 리센느의 이름을 기존 K팝 소비층 바깥까지 퍼뜨리는 또 하나의 확성기가 됐다. 원이를 옹호하는 이들과 비판하는 이들이 맞붙는 사이 리센느를 처음 접한 대중도 늘었다.

무엇보다 그 관심을 받아낼 준비가 돼 있었다. 논란만으로 음원 차트 1위에 오를 수는 없다. 관심이 쏠렸을 때 다시 듣게 만드는 노래가 있어야 하고, 한 번 본 사람을 붙잡을 멤버들의 캐릭터가 있어야 한다. 리센느에게는 이미 역주행 중인 'LOVE ATTACK'이 있었고, 동시에 신곡 'Pretty Girl'까지 출격했다.

'프리티 걸' 첫 음악방송에서 카라 니콜과 함께 무대애 오른 리센느 / Ment

공교롭게도 원곡의 주인공 카라 역시 '생계형 아이돌'로 불리던 시절을 지나 2000·2010·2020년대에 걸쳐 음악방송 1위를 차지한 장수 걸그룹이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왕성한 활동과 뚜렷한 캐릭터로 대중의 마음을 얻었다는 점에서 리센느의 성장 서사와도 묘하게 겹친다. 그런 카라의 'Pretty Girl'을 다시 부른 리센느에게 대중이 빠져들 명분은 이미 차고 넘쳤다.

그 결과 'LOVE ATTACK'은 끝내 1위 벽을 넘었고, 'Pretty Girl' 역시 빠르게 TOP5에 진입했다. 기존 곡들까지 동반 상승하며 리센느는 단순한 '한 곡 역주행 그룹'을 넘어섰다. 리센느의 질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Pretty Girl' 활동이 본격화되는 데 이어 오는 8월에는 세계 최대 IP '포켓몬스터'의 1기 엔딩곡 '포켓몬 우리는 모두 친구'의 스페셜 리메이크 음원도 선보일 예정이다. 대중적인 음원 흥행을 거쳐 더 넓은 시장으로 확장될 기회를 맞은 셈이다.

그룹 리센느 멤버들이 멜론 차트 1위 소식에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 유튜브 '리센느'

"미지의 향으로 온 세상을 물들이겠다"던 다섯 소녀의 노래는 더 이상 포부에만 머물지 않는다. 2026년 대한민국을 자신들의 향기로 물들이기 시작한 리센느가 이제 국내를 넘어 어디까지 당당하게 걸어갈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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