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고금리 장기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 여기에 엄격해진 중대재해처벌법까지, 삼중고에 시달리는 건설업계의 지상 과제는 단연 '비용 절감'과 '안전 확보'다. 수익성 악화로 시름하는 건설 현장에 최근 돌파구로 떠오른 기술이 있다. 바로 현대엘리베이터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고층용 모듈러(Modular) 엘리베이터 '이노블록(ENOBLOC)' 공법이다.
기존의 엘리베이터 설치는 건물의 뼈대가 모두 완성된 후, 승강로에 작업자가 들어가 바닥부터 꼭대기까지 레일과 와이어를 일일이 조립하는 '인력 중심'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현대엘리베이터의 모듈러 공법은 발상의 전환을 보여준다. 승강로 뼈대와 가이드 레일, 전선 등 엘리베이터의 핵심 부품들을 공장에서 미리 '블록(모듈)' 형태로 조립한다. 이후 건설 현장에서는 건물이 한 층씩 올라갈 때마다 타워크레인을 이용해 이 블록을 들어 올려 건물 뼈대와 함께 위로 쌓아 올린다. 엘리베이터를 현장에서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완성된 기기를 결합하는 방식에 가깝다.
△ "한 달 공정을 1주일로"…시공 효율성 입증에 현장 반응도 긍정적
모듈러 공법의 가장 뚜렷한 효과는 '공사 기간(공기) 단축'이다. 보통 한 달 넘게 걸리던 설치 작업이 모듈러 공법을 적용하면 1주일 안팎으로 대폭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4월 인천 송도 힐스테이트 센터파크 현장에서 27층 규모 아파트에 모듈러 공법을 활용한 엘리베이터를 최초로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
철저히 실적 중심으로 움직이며 보수적인 성향을 띠는 건설 현장에서도 눈으로 확인한 공기 단축 효과 덕분에 도입 이후 현장 관리자들의 긍정적인 피드백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전체 공기를 수개월까지 앞당겨 천문학적인 금융 이자(PF) 비용과 현장 유지비를 아낄 수 있게 된 것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이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하반기 25~30대 규모의 추가 적용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준비하며 시장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 "어두운 승강로 대신 공장 제조"…추락 사고 위험 95% 줄였다
안전 측면의 혁신도 주목할 만하다. 엘리베이터 승강로 작업은 건설 현장 내에서도 대표적인 고위험·고소(High-rise) 작업으로 분류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과거 승강기 설치 현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사고 유형 50~60여 개를 분석해 기술 개발에 반영했다. 기존에는 레일 등 무거운 자재를 작업자들이 승강로 내부에서 인력 중심으로 끌어올려 설치하다 보니 추락이나 낙하 사고 리스크가 상존했다.
반면 모듈러 공법은 전체 작업 공정의 상당 부분을 통제된 공장 내부에서 정밀하게 진행한다. 현장에서는 크레인으로 안착시킨 블록들을 체결하는 최소한의 작업만 이뤄지기 때문에, 작업자가 고층의 위험 환경에 노출되는 시간 자체를 줄였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노블록 도입을 통해 엘리베이터 설치 현장의 중대재해 위험을 최대 95%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안전 강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건설사들이 이 기술에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다.
△ cm와 mm의 간극 극복…공간 제약 및 물류 비용 과제도 해결
물론 상용화까지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cm 단위 오차를 허용하는 전통적인 건축 공정과 100분의 1mm 단위의 초정밀도를 요구하는 기계(승강기) 산업 간의 간극을 메우는 것은 정밀한 기술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영역이었다.
현장 도입 과정에서 불거진 비용과 유통 문제도 스마트하게 풀어냈다. 완전히 조립된 거대 직육면체 구조물을 그대로 운송할 경우 물류비 부담이 커지고 현장 내 조립 공간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대엘리베이터는 구조물을 면(面) 단위로 분리해 운송한 뒤, 건설 현장에 마련한 이동식 작업장에서 신속하게 재조립하는 방식을 독자 개발해 공간 제약과 비용 문제를 동시에 해결했다.
△ 글로벌 모듈러 승강기 시장 성장세…기술 선점으로 미래 준비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모듈러 승강기 시장은 지난 2024년 15억 달러(약 2조2000억원) 수준에서 오는 2033년에는 28억달러(약 4조1000억원) 규모까지 지속적으로 우상향할 것으로 관측된다. 건설 현장의 누적된 구인난을 극복하고 시공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글로벌 수요와 함께, 설계 단계부터 현장 인력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기조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건축물의 설계 단계부터 공정 전반의 비효율을 개선하고 안전 패러다임을 바꾸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파트너로 진화하고 있다. 선제적인 기술 혁신과 국내외 시장 선점 행보가 향후 건설 산업에 어떤 변화를 지속해서 불러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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