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우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 바닥에서 활동 중인 여섯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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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이면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아직 초보 티를 못 벗고 있다. 여전히 선생님이 예의주시하는 수강생이고, 지난 시간에 배운 코드도 1회차인 사람처럼 버벅댄다. 가끔 뻔뻔하게 ‘지난 시간에 배웠다고요?’ 하는 눈빛으로 선생님을 바라본다.
코드 위치를 제대로 찾지 못해 어찌할 줄 모르는 왼손. 엉뚱한 리듬을 창조해 내는 오른손. 실수 연발에, 잘못된 코드를 퉁 하고 쳐버린 나 때문에 연주가 멈춘 적도 있다. 음악엔 소질이 없음을 매시간 느끼면서도 우쿨렐레 수업은 즐겁다.
“못 치면 어때, 내가 뭐 전문 연주가 할 것도 아닌데!”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었다. <기타를 못 쳐도 잘 치고 싶을 수 있잖아>의 정선영 작가다. 1인 출판사 ‘도도서가’의 대표이자 편집자이니 정선영 편집자라는 호칭이 더 익숙하겠다.
그는 어느 날 기타를 배우기로 한다. 몇 가지 우연이 겹쳤다. 뮤지션이 자주 목격되는 홍대에 회사에 다녔다. 같은 팀에는 기타를 배우던 선배가 있고, 당시 진행 중이던 책 저자가 노브레인 이성우였다.
저자는 우연이 겹쳤다고 표현하지만 분명 그 안에 숨겨 둔 흥이 발현되었으리라. 일도 책이고 취미도 책인 편집자가 책이 꼴 보기도 싫을 때 할 만한 취미가 필요했다는 고백에 무척 공감했다. 나 역시 그럴 때 뭐라도 뚱땅거리고 싶었으니까.
저자는 기타 치기에 적합한 손은 아니지만 기타를 친다. 기타 줄 위에서 따로 노는 열 손가락으로 기타를 친다. 리듬 감각이 없다는 소리를 들어도 기타를 친다. 코드가 잘 외워지지 않아 바보가 된 것 같아도 기타를 친다. 코드보다 가사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텍스트형 인간이지만 기타를 친다.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이렇게 많은데도 기타를 친다고? 아, 이건 사랑이다!
저자의 기타 사랑은 책 사랑과 닮았다. 저자도 나도, 편집자라면 누구든 마찬가지다. 책을 읽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무수히 많은데 책을 읽는다. 읽는 걸로 부족해 만든다. 말로는 출판계 뜬다고 하고 여전히 다음 책을 찾아 헤맨다. 나온 책은 읽으려고, 나오지 않은 책은 만들려고. 으휴, 지독한 인간들.
정선영 편집자는 말한다. 기타를 치면서 즐거움은 찰나이고 좌절의 순간은 셀 수 없이 많다고. 편집자 일도 그렇다. 신나게 기획했는데 이미 비슷한 책이 있다. 힘들게 섭외 연락한 저자에게 퇴짜 맞기는 기본. 겨우 책을 완성했지만 팔리지 않는다. 편집자는 무수히 많은 일을 하지만 티가 나지 않는다.
1인 출판사 대표 일은 또 어떠한가. 제작비를 걱정하고 홍보에 너무 소심했나 후회한다. 북페어에서 고생하길 마다하지 않는다. 쉼 없이 일하면서도 내가 너무 나태한 건 아닌지 고민한다.
“100번의 레슨을 지나며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 내 기타 실력이 눈에 띄게 발전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음 레슨 때 내 실력은 제자리일 확률이 높다. 컨디션이 안 좋으면 더 못할 수도 있다. 실패하고 좌절해도 다음 마디를 찾아 연주해 나간 것처럼 그렇게 계속 나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 (162~163쪽)
우리네 일도, 삶도 기타 연주와 닮았다. 맑고 바른 소리가 날 때도, 음이 무언가 이상할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 뚱땅거림을 멈추지 말자. 잠시 멈춰 삶의 기타를 튜닝해 가며 그렇게 다음 마디를 연주해 가자.
저자는 환갑 버스킹을 꿈꾼다. 환갑까지 시간이 꽤 남았으니 적당한 목표 같았다고 말한다. “언제쯤 기타를 잘 치게 될까요?”라는 저자의 질문에 기타 선생님이 답한다. “한 쉰여섯 살쯤이요.” 환갑 전이라는 소리이니 다행일까?
책방지기인 나는 이렇게 건의해 본다. “환갑까지 미룰 필요 있나요? 일단 저희 책방에서 연주 한번 해 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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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연. 출판업계를 뜰 거라고 해 놓고 책방까지 열었다. 수원에 있지만 홍대로 자주 소환된다. 읽고 쓰는 일을 사랑한다. 인스타그램 담해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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