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후반기 첫 쟁점 ‘국회법’… 여야, ‘입법 속도’ 두고 공방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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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 서울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 뉴시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 서울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 뉴시스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22대 국회 후반기 첫 쟁점은 국회법 개정이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 기간을 단축하고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제도를 손질하는 국회법 개정을 추진하면서다. 민주당은 장기간 이어지는 입법 지연을 해소해 민생·경제 법안과 국정과제 추진 속도를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소수당의 견제 장치를 약화시키는 국회 운영 규칙 개편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 민주 “입법 속도” vs 국힘 “견제 기능 약화”

패스트트랙과 필리버스터는 2012년 개정된 국회법,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의 핵심 제도다. 당시 국회는 쟁점 법안을 둘러싼 몸싸움과 국회의장 직권상정이 반복되면서 국회법을 개정했고, 직권상정 요건을 대폭 제한하는 대신 패스트트랙을 도입해 법안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본회의에 오르도록 했다. 또 소수당의 토론권을 보장하기 위해 필리버스터 제도도 함께 도입했다. 14년 만에 민주당이 이 두 제도의 개편을 추진하면서 국회법이 다시 정치권의 중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당은 5일 제9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하반기 국정운영 방향과 함께 3분기 중점 추진 법안 입법 전략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한병도 원내대표는 현행 최장 330일인 패스트트랙 처리 기간을 75일로 단축하고, 필리버스터 제도도 개선하는 방향의 국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패스트트랙이 ‘신속처리’라는 이름과 달리 실제로는 입법 속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현행 국회법은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법안이 상임위원회에서 최대 180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최대 90일을 심사한 뒤 본회의 부의까지 최대 60일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본회의 자동 상정까지 최장 330일이 걸린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이 같은 제도의 한계를 지적한 바 있다. 입법조사처는 2017년 ‘국회 안건신속처리제를 둘러싼 쟁점과 개선과제’ 보고서에서 “과연 1년에 가까운 시간이 소요되는 절차를 신속처리 절차라고 할 수 있는지 문제가 제기된다”며 신속처리 기간을 제도 개선의 핵심 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처리 기간을 현행 최장 330일에서 75일로 단축하는 방향의 국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뉴시스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처리 기간을 현행 최장 330일에서 75일로 단축하는 방향의 국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뉴시스

국회입법조사처는 다만 처리 기간 단축만으로는 제도 개선이 완성될 수 없다고 봤다. 입법조사처는 같은 보고서에서 안건신속처리제는 일반적인 입법 절차를 우회하는 ‘예외적 수단’인 만큼 신속처리 대상도 국가안보나 위헌 결정에 따른 후속 입법 등 긴급성이 인정되는 사안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 안건이 자동으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구조는 충분한 토론과 숙의를 거치는 의회정치의 가치와 충돌할 수 있는 만큼 제한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런 배경 때문에 민주당이 추진하는 국회법 개정을 두고 정치권의 시각도 엇갈린다. 민주당은 입법 지연을 해소해 국정과제 추진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제도 개선을 명분으로 국회의 견제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국회 다수 의석을 확보한 상황에서 패스트트랙 처리 기간을 대폭 단축하고 필리버스터 제도까지 손질하면 향후 쟁점 법안 처리 과정에서 소수당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태규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6일 논평에서 “필리버스터와 패스트트랙은 다수결 속에서도 숙의와 견제를 가능하게 하고 입법 과정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라며 “이를 손보겠다는 것은 입법 폭거를 제약하는 마지막 제동장치마저 무력화하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아직 구체적인 개정안을 공개하지 않은 만큼 패스트트랙 처리 기간을 어떻게 75일로 단축할지, 필리버스터 제도를 어느 범위까지 손질할지가 향후 입법 과정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국회 운영 절차를 둘러싼 이번 논의는 AI·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3대 메가프로젝트와 검찰개혁, 민생 법안 등 앞으로 국회에 제출될 주요 법안의 처리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22대 국회 후반기 첫 입법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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