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윤혁 기자 국민의힘이 당 안팎에서 위기에 직면했다. 당내에선 6·3지방선거 이후 불거진 지도부 책임론이 징계 논란으로 번지며 계파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반면 대외적으로는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을 강행 처리한 가운데, 국민의힘은 보이콧 외에 마땅한 대응 카드를 찾지 못한 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내 분열과 대여 투쟁력 약화라는 이중고가 맞물리며 국민의힘이 내우외환에 빠진 모양새다.
◇ “징계 안 두려워”… 당 장악 못하는 장동혁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당 기강을 바로잡겠다며 6·3지방선거 과정에서 잠시 보류했던 ‘징계 정치’를 다시 꺼내 들었다. 그는 징계를 거론하며 김재섭·김용태·우재준 등 자당 의원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지방선거 이후 자신을 향한 사퇴 요구에 “사퇴는 없다”고 맞서왔던 장 대표가 징계 카드를 앞세워 반격에 나선 것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징계 대상이 지방선거에서 무소속 한동훈 의원의 선거운동을 직·간접적으로 도운 친한(한동훈)계 의원들과 선거 이후 장 대표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던 의원들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과거 당원게시판 논란 및 한 의원의 제명 사태 등으로 장 대표와 한 의원의 관계가 악화된 만큼, 당 안팎에서는 친한계를 겨냥한 징계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당 조직부총장을 맡고 있는 강명구 의원이 당직자와 징계 문제를 논의한 텔레그램 대화 내용이 언론에 포착되며 논란이 일었다. 해당 대화에는 배현진·진종오 의원 등이 한 의원 선거 지원을 이유로, 또 한기호 의원 등이 장 대표에 대한 막말·비하성 발언을 이유로 징계 처분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정작 징계 대상으로 거론된 의원들은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친한계 박정훈 의원은 지난달 3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당에) 징계를 두려워하는 사람이 없다. 장동혁 지도부의 징계 문제는 당내에서 오히려 희화화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진종오 의원 역시 지난 1일 “징계를 한다면 당연히 받겠다”면서도 “권력이 보통 망할 때 징계 정치를 한다. 징계정치를 한다고 민심을 살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징계 문제를 두고 당 분열 양상이 두드러지자 정점식 원내대표가 직접 진화에 나섰다. 그는 지난 2일 KBS 1TV ‘사사건건’에 출연해 “해당 행위에 대해서는 징계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징계 수위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징계 논란이 당내 갈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며 “당의 기강 확립은 징계를 통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갑론을박도 계속되고 있다. 의원총회는 물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거듭 장 대표의 사퇴를 두고 의원 간 고성이 오가는 등 계파 갈등이 좀처럼 봉합되지 않는 모습이다. 특히 장 대표는 자신의 사퇴를 촉구한 소장파 모임 대안과미래를 향해 “혁신과 대안, 미래라는 이름으로 명분 없이 지도부를 흔드는 것에 대해 반드시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더욱이 장 대표가 최근 “의총에서 어떤 결정을 하든 사퇴하지 않겠다”고 못 박으면서 출구 없는 내홍은 길어질 전망이다.
한편 국민의힘은 당 밖에서도 좀처럼 주도권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토대로 후반기 국회에서 쟁점 법안을 강행 처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의석수 열세 속에서 이를 저지할 현실적인 수단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최근 민주당의 일방적 원 구성에 반발하며 사실상 ‘국회 보이콧’ 수준의 강경 대응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민생 법안을 외면한다는 역공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마땅한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앞세워 국회 운영의 주도권을 쥔 상황에서 국민의힘의 선택지는 여론전에 기대거나 장외 투쟁 수위를 높이는 정도에 그친다. 하지만 강경 투쟁을 이어갈 경우 ‘발목 잡기’ 프레임에 갇힐 수 있고, 협상에 나설 경우 지지층의 반발을 감수해야 하는 딜레마에 놓여 있다. 결국 당내 리더십 회복과 대여 전략 재정비라는 두 과제를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국민의힘의 향후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