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인공태양’을 만드는 ‘핵융합’은 미래 첨단과학기술 연구의 정점이다. 이는 단순 에너지 기술 개발만을 포함하지 않는다. 관련 공정기술과 센서, 소재 등 개발은 여러 산업계로 뻗어나가는 기반 과학 연구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플라즈마(Plasma)’ 관련 기술은 미래 첨단 반도체 공정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국내 핵융합·플라즈마 연구의 중추인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핵융합연)’도 산업계와의 협력을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기술 ‘플라즈마’, 핵융합연 산업체 기술이전 본격화
대표적 성과는 ‘아센디아’와의 기술이전계약이다. 핵융합연은 지난 1일 대전 본원에서 아센디아와 ‘고정밀 RF 파워 측정기술’에 대한 기술실시계약을 체결했다. 이 기술은 반도체·디스플레이 플라즈마 장비에 적용되는 기술이다.
플라즈마란 ‘물질 제 4의 상태’라 불리는 상태다. 기체가 초고온 상태로 가열돼 전자와 양전하 이온으로 분리된 것이다. 주의 99.9%가 이 플라즈마로 이뤄져 있다. 이때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은 제조용 가스를 플라즈마 상태로 만들고 원자 하나하나를 쌓거나 깎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민감한 플라즈마를 정확히 제어할 수 있는 것은 반도체 공정능력과 직결된다.
이때 핵융합연이 이전한 고정밀 RF 파워 측정기술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서 플라즈마에 공급되는 고주파 전력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기술이다. 반도체 공정이 미세화·고도화되면서 실제 공정에 전달되는 고주파 전력을 정확히 파악하는 기술은 공정 안정성과 수율 확보를 위한 핵심 요소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센서는 전압과 전류를 기반으로 전력 상태를 파악하는 방식이었다. 때문에 복잡한 플라즈마 공정 조건에서는 실제 전달 전력을 정확히 측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 반면 핵융합연이 개발한 ‘DiCoVI(Directional Coupled VI) 센서’는 방향성 결합 기술을 더해 측정 정확도를 높였다.
플라즈마 기술의 중요성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나아가 AI기술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이는 ‘SK하이닉스’의 안현 사장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안현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2024년 신설 직책인 ‘개발총괄(CDO)’를 맡았다. 이후 SK하이닉스에서 1년 만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을 기반,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1위 자리를 추월했다.
안현 사장은 과거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박사 시절, 플라즈마 연구를 전공했다. 학위논문도 ‘플라즈마 용사에 의한 경사 열장벽 피막과 공정의 최적화’였다. 이는 플라즈마 토치로 물질의 표면을 코팅하는 기술 연구다. 뜨거운 고온 플라즈마로 세라믹 분말을 녹인 다음, 피막 형태로 반도체 웨이퍼 표면에 코팅하는 것이다. 즉, 박사 시절부터 플라즈마를 연구했던 전문가가 지휘봉을 잡아 반도체 공정 기술력을 극대화했다고 볼 수 있다.
핵융합연도 이번 기술 이전이 플라즈마 계측·진단 기술을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분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 현장의 공정 진단과 장비 지능화를 지원해 반도체 장비 분야의 기술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기술이전 책임자 김종식 핵융합연 책임연구원은 “반도체 플라즈마 공정에서는 장비에 공급된 고주파 전력이 실제 플라즈마에 얼마나 전달되는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기술이전은 연구원이 개발한 플라즈마 진단 기술이 산업 현장의 공정 안정화와 장비 고도화에 활용되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영국 핵융합연 원장은 “핵융합 기술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플라즈마 원천기술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첨단산업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며 “앞으로도 연구원이 보유한 핵심 기술이 산업 현장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기업과의 기술협력을 적극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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