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법사위원장 전쟁… 해법은 ‘체계·자구심사’ 손질

시사위크
서영교 신임 법제사법위원장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뉴시스
서영교 신임 법제사법위원장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제사법위원장에 선출되자 국민의힘은 자격론을 제기했고, 서 위원장은 허위사실 유포라며 법적 대응을 선언했다. 법사위원장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이 같은 충돌은 우연이 아니다. 법사위가 모든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의 체계·자구를 심사하는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법사위 체계·자구심사 제도는 법률 간 충돌을 막고 법률 체계를 정비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쟁점 법안을 지연시키거나 사실상 수정·보류하는 통로로 활용됐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법사위원장이 여야 원구성 협상의 ‘최대 전리품’으로 불리는 이유다.

◇ 법사위 둘러싼 여야 충돌… 원 구성 협상 최대 쟁점

22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은 법제사법위원장 배분을 둘러싼 여야 이견을 끝내 좁히지 못한 채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포함한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하는 방식으로 일단락됐다. 국민의힘은 관례에 따라 법사위원장을 제1야당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민주당은 원내 1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협상은 접점을 찾지 못했다. 민주당은 우선 상임위원장 선출 절차를 마무리한 뒤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은 협상을 통해 배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원 구성 전면 재논의를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법사위원장으로 선출된 서영교 의원을 둘러싼 공방도 곧바로 시작됐다. 국민의힘은 서 위원장이 6·3 지방선거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전화해 이중기표 방지 대책을 요청한 사실을 문제 삼으며 법사위원장 자격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서 위원장은 “국민의 참정권 보호를 위해 선관위에 안내 강화를 요청한 것일 뿐”이라며 “법사위원장을 흔들기 위한 허위사실 유포”라고 반박했고, 정점식 원내대표 등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맞섰다.

법사위원장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원 구성이 이뤄질 때마다 법사위원장 자리는 협상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고, 여야는 다수당과 소수당의 위치가 바뀔 때마다 서로 다른 논리로 법사위원장 확보에 나섰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런 갈등이 특정 인물보다 법사위에 집중된 체계·자구심사권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법사위를 둘러싼 대립이 반복되는 이유는 여야 모두 이 자리가 국회 입법 과정의 ‘마지막 관문’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공수가 바뀔 때마다 법사위원장 배분을 놓고 정반대의 논리를 펴왔지만 법사위만큼은 쉽게 양보하지 않았다. 법사위원장이 어느 당에 있느냐에 따라 주요 법안 처리 속도와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어서다.

국민의힘도 법사위 권한의 정치적 비중을 연일 부각하고 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국회 법사위가 국가의 사법 체계 시스템 파괴에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장악한 법사위를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이 형사소송법 개정 등 사법·검찰 관련 입법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히자 법사위가 특정 정당의 입법을 뒷받침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낸 것이다.

이처럼 법사위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은 결국 체계·자구심사권으로 귀결된다. 체계·자구심사는 원래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을 본회의에 올리기 전 법률 간 충돌 여부와 조문 체계, 문구 등을 최종 점검하는 절차다. 법률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제도였지만 국회 안팎에서는 체계·자구심사가 법안 처리 자체를 좌우하는 권한으로 확대됐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 체계·자구심사, 각 상임위로… 국회가 답할 차례

국회입법조사처도 올해 1월 발간한 ‘국회 법사위 체계·자구심사: 폐지와 유지의 갈림길에서’ 보고서를 통해 체계·자구심사가 법률 체계의 통일성과 완성도를 높이는 기능을 수행하는 반면 소관 상임위원회의 심사권을 침해하거나 쟁점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는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법사위가 ‘상임위원회 위의 상임위원회’ 또는 ‘국회의 상원’으로 불리게 된 배경에도 체계·자구심사권이 있다고 짚었다.

국회운영위원회 국회법 개정안 검토보고서(2024.08/김상수)에 따르면 체계·자구심사를 위해 법사위에 회부됐지만 의결되지 못한 채 임기만료로 폐기된 법안은 △제19대 국회 59건 △제20대 99건 △제21대 106건으로 증가했다. 평균 계류기간도 △제19대 58.9일 △제20대 64.5일 △제21대 64.8일로 늘어났다. 법률의 체계와 형식을 정비하기 위해 마련된 절차가 입법 지연의 원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제17대 국회부터 체계·자구심사 권한 조정을 위한 국회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제22대 국회에서도 관련 개정안이 발의된 가운데 제도 개선 여부가 주목된다. / 뉴시스
제17대 국회부터 체계·자구심사 권한 조정을 위한 국회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제22대 국회에서도 관련 개정안이 발의된 가운데 제도 개선 여부가 주목된다. / 뉴시스

이런 문제의식은 특정 정당의 주장에 그치지 않았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제17대 국회부터 제22대 국회까지 법사위 체계·자구심사 권한을 손질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꾸준히 발의됐다. 각 상임위원회가 체계·자구심사를 직접 맡도록 하는 방안부터 법사위를 사법위원회와 법제위원회로 분리하는 방안, 별도의 체계·자구심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까지 방식은 달랐지만, 법사위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공통적이었다.

제22대 국회에서도 관련 논의는 이어지고 있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법제사법위원회를 사법위원회와 법제위원회로 분리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체계·자구심사 기능을 별도 위원회로 이관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여야가 제시한 방식은 다르지만 체계·자구심사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데에는 일정 부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해법으로 각 소관 상임위원회가 체계·자구심사를 직접 수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법안을 가장 잘 아는 상임위원회가 정책 내용뿐 아니라 법률 체계와 자구까지 함께 심사하도록 하면 법사위가 다른 상임위원회의 입법을 사실상 통제하는 구조를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법률 간 통일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문 지원체계는 별도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포함한 상임위원장 다수를 확보한 만큼 체계·자구심사 제도 개선 논의에서도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사위원장 자리를 확보한 뒤 기존 권한을 그대로 행사하는 데 그친다면 과거 여야가 공수만 바뀐 채 같은 논리를 반복해왔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법사위에 체계·자구심사 권한을 그대로 둘 것인지, 각 상임위원회나 별도 기구로 조정할 것인지는 결국 국회의 선택이다. 반복되는 원 구성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이번 논의가 또 하나의 미완 과제로 남아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끝나지 않는 법사위원장 전쟁… 해법은 ‘체계·자구심사’ 손질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