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정부가 호남 지역에 반도체 전·후공정 시설을 대규모로 투자하겠다고 발표하자, 대구·경북(TK) 광역자치단체와 지역 국회의원들이 일제히 반발하며 전면적인 공동 대응에 나섰다.

경상북도와 대구시는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국가 미래를 좌우할 전략 산업의 입지 선정이 정치적 셈법이 아닌 철저한 경제성과 산업 효율성에 기반해 결정돼야 한다는 특별 성명을 발표했다.
지역 정계는 비수도권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는 취지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기업의 경영 환경과 핵심 인프라에 대한 면밀한 검증 없이 진행된 일방적인 밀어주기식 행정은 오히려 국가 경쟁력을 해칠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강력히 비판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남부권 혁신벨트 조성 계획 중 후공정 분야의 지정은 수용할 수 있으나, 핵심 제조 공정인 전공정 팹까지 특정 지역으로 일괄 배정한 것에는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반도체 제조에는 방대한 전력 수급, 공업용수 확보, 물류 네트워크, 전문 인력 확보가 필수적인데 과연 정당한 평가 절차가 치러졌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이 도지사는 "이번 조치가 그동안 축적해 온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의 취지와 법적 절차를 완전히 무력화했다"고 꼬집었다.
특히 대기업 유치에 따라 TK 지역에 밀집한 기존 470여 개 협력업체들이 도미노식으로 이탈할 가능성을 경고하며, 수십 년간 다져온 영남권의 반도체 생태계가 붕괴하면 단순한 지역 침체를 넘어 국가 전체의 기술적 자산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호소했다.
실제로 대구·경북은 오랜 기간 대한민국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의 튼튼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SK실트론, LG이노텍, 이수페타시스 등 굴지의 앵커 기업들을 필두로 1700여 개의 전문 소부장 기업들이 유기적인 공급망을 형성하고 있으며, 원전 기반의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과 포항공대, DGIST, 경북대 등 우수한 인재 양성 요람까지 두루 갖춰 투자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지로 평가받는다.
이 도지사는 글로벌 패권 경쟁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정부가 인위적으로 판을 짜기보다 기존의 탄탄한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기업이 자율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추경호 대구시장 당선인 역시 정부의 발표가 지역 간 불신과 해묵은 갈등을 조장하는 '국가 균열 발전'으로 변질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추 당선인은 기업 총수와의 독대 직후 구체적인 선정 기준이나 객관적 평가 데이터가 베일에 가려진 채 천문학적인 투자 계획이 깜깜이로 발표된 점을 핵심 문제로 꼽았다.
주주와 국민이 납득할 만한 공정한 지표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영호남 편가르기라는 정치적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경고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과 주요 대기업을 향해 후보지 선정 과정과 세부 채점표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뛰어난 인프라를 지닌 대경권이 검토 대상에조차 포함되지 않았다면, 이는 명백한 특정 지역 배제이자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나아가 대구·경북 정치권은 이번 사태에 연루된 수많은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국회 차원의 긴급 조치를 제안했다.
여야가 즉각 '첨단산업단지 입지 검증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청와대와 관계 부처, 그리고 관련 기업들의 의사결정 경로를 낱낱이 파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인선 대구시당위원장과 구자근 경북도당위원장 또한 전면에 나서 상임위 현안 질의와 국정감사는 물론, 필요시 국정조사 등 국회의 모든 법적 권한을 동원해 정책 결정 배경에 작용한 부당한 외압이나 정치적 압박 여부를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엄중히 선포했다.
TK 정계는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특혜가 아닌 공정한 경쟁의 기회일 뿐이라며, 정치가 산업의 발목을 잡는 악순환을 끊어내고 오직 경쟁력만으로 대한민국 반도체의 미래를 그려나가야 한다고 엄숙히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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