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산 지방의회, ‘시민의 뜻’이라는 거울 앞에 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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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의회 전경. (사진=윤선영) ⓒ포인트경제

[포인트경제] ​부산의 지방자치가 분수령을 맞이했다. 오는 7월 1일 전반기 의회 개원을 앞두고 부산시의회부터 각 기초의회에 이르기까지 원구성을 둘러싼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해 있다. 이번 제9회 지방선거의 결과는 부산 시민들이 내린 명확한 ‘민의의 나침반’이었다. 부산시장직은 민주당에, 기초단체장과 지방의회는 국민의힘이 우세를 점하는 구도를 선택하며 부산의 정치는 ‘여당과 야당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사실 이러한 의회 권력의 변화와 그에 따른 원구성 갈등은 부산 지방의회에서 반복돼온 풍경이다. 2018년과 2022년, 그리고 이번 선거를 거치며 정치 지형은 요동쳤다. 다수당의 지위가 바뀔 때마다 원구성을 둘러싼 잡음과 파행은 마치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 시민들이 보여준 의지는 확고하다. 시장과 의회 간의 ‘건전한 견제’를 통해 독주를 막고,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소모적인 정쟁을 멈추라는 명령이다.

​문제는 이러한 시민의 뜻을 읽어야 할 의회가 여전히 과거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본격적인 개원을 코앞에 둔 지금, 의회는 시민을 위한 정책 구상보다는 원구성을 위한 자리다툼의 장으로 변질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바로 ‘의회 운영의 품격’이다. 의석수는 시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이지, 대립을 정당화하는 도구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구성 과정에서 보유 의석이라는 수치적 우위만을 앞세워 일방적인 의사일정을 강행하거나, 반대로 소수당이라는 이유로 무조건적인 반대에만 매몰되는 모습은 시민들이 바라는 ‘성숙한 의회’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의회 내 다수당은 그동안의 ‘일방통행식 의회 운영’이라는 낡은 관행에서 벗어나, 소수당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아내는 포용력을 보여줘야 한다. 다수 의석은 권력의 독점이 아니라, 더 넓은 시민의 목소리를 의회 운영에 녹여내라는 명령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소수당 역시 정쟁을 위한 투쟁이 아닌, 대안 중심의 합리적 견제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때 시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만약 이 같은 갈등으로 개원 직후 원구성이 늦어진다면, 조례 제·개정부터 지역 현안 해결, 예산 심의까지 산적한 시급한 과제들은 시작부터 멈춰 서게 된다. 대립 구도만 강화하며 협치의 본질을 잃어버린다면, 의회는 시민의 대리인이 아닌 정당의 하부 조직으로 전락할 뿐이다.

​이제 부산의 의원들은 이번 선거 결과가 가진 무게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시민들이 선택한 ‘변화와 견제’는 정쟁을 하라는 뜻이 아니라, 상대를 파트너로 인정하고 함께 지역을 발전시키라는 명령이다. 7월 1일 새로운 출발점에서는 성숙한 의회 민주주의의 이정표를 세워야 한다.

​이번 원구성을 둘러싼 잡음은 우리 지방의회가 과연 시민의 뜻을 읽고 있는지, 아니면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답습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다. 사사로운 정당의 이익보다 시민의 이익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시민의 엄중한 심판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의회는 권력을 나누는 곳이 아니라, 시민이 선택한 ‘변화와 견제’를 동력 삼아 지역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곳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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