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탈모 치료제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제약업계가 시장 변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당장 내달 1일부터 중증 원형탈모증 치료제의 건강보험이 확대 적용되는 데다 수천억 원의 시장이 걸린 일반 안드로겐성 탈모약의 급여화 여부를 묻는 대국민 공론화도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2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달 1일부터 중증 원형탈모증 치료제인 바리시티닙 성분 경구제에 건강보험 급여를 확대 적용한다. 대표 품목은 한국릴리의 ‘올루미언트정 2㎎’ 등이다. 중증 원형탈모증은 면역체계 이상으로 모낭이 공격받아 모발이 국소적 또는 광범위하게 빠지는 질환이다.
여기에 행정안전부와 복지부가 내달 4일 ‘탈모치료제 건보 급여 적용’을 주제로 제1차 모두의 토론회를 개최하기로 하면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비급여 영역인 안드로겐성 탈모까지 급여가 확대될 수 있어서다. 안드로겐성 탈모는 유전적 요인과 호르몬 영향으로 모발이 점차 가늘어지는 형태로, 통상 남성형·여성형 탈모로 부르는 형태가 여기에 해당된다.
안드로겐성 탈모까지 건강보험을 확대 적용받게 되면 국내 탈모 처방시장은 유례없는 변곡점을 맞이하게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자료를 보면 원형탈모증 및 안드로겐성 탈모 치료제인 두타스테리드·피나스테리드 계열 경구제를 처방받은 환자는 2021년 80만7018명에서 2025년 131만7150명으로 5년 새 60% 이상 늘었다. 급여 적용으로 환자 본인부담이 낮아지면 그동안 비용 부담 탓에 치료를 미뤘던 환자가 병원 처방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형탈모증 진료 수요도 적지 않다. 심평원 보건의료데이터개방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원형탈모증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17만5493명으로 집계됐다. 내원일수는 87만768일, 청구건수는 87만1009건이었다. 성별로는 남성이 9만6191명, 여성이 7만9302명으로 남성이 더 많았다. 다만 여성 환자도 전체 원형탈모증 환자의 45%가량을 차지해 특정 성별에 국한된 질환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시장 기대감은 주가에 먼저 반영됐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1일 하반기 급여 확대 추진 방침을 밝힌 직후인 15일부터 JW신약과 현대약품 등 관련 종목이 강세를 보다. JW신약은 이달 15일부터 7거래일 동안 130% 넘게 치솟았다. 정책 논의가 아직 초기 단계인데도 투자자가 탈모약 급여화 가능성을 처방시장 확대 신호로 해석한 셈이다.

급여화의 직접 수혜 후보로는 경구용 탈모 치료제를 보유한 전통 제약사가 거론된다.
JW신약은 피나스테리드 계열 ‘모나드정’·‘모나스타정’과 두타스테리드 계열 ‘두타모아정’ 등 전문의약품 라인업을 갖췄다. 현대약품은 일반의약품인 미녹시딜 성분 ‘마이녹실’로 약국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어 전문의약품뿐 아니라 일반의약품 시장도 간접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원료와 완제품을 공급하는 위탁생산(CMO) 기업도 수혜권에 놓인다. 유유제약은 국내 27개 제약사에 두타스테리드 성분 의약품을 수탁 공급하고 있으며, 지난해 수탁 매출로만 120억원을 올렸다. 국내 두타스테리드 수탁시장에서 32%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처방량이 늘면 생산 물량 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유유제약 관계자는 “탈모 치료 건강보험 급여 확대 논의는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국내 탈모 치료제 시장의 외연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생산 역량을 선제적으로 구축한 유유제약은 보다 직접적인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차세대 제형을 개발하는 기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종근당은 두타스테리드 성분의 3개월 1회 투여형 주사제 ‘CKD-843’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대웅제약과 인벤티지랩, 위더스제약은 피나스테리드 기반 월 1회 투여형 주사제 ‘IVL3001’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다만 건강보험 적용 과정에서는 급여 대상, 본인부담률, 처방 기준, 약가 조정이 함께 논의된다. 특히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는 제네릭(복제약) 경쟁이 치열한 성분이다.
정부가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약가를 조정하거나 급여 기준을 제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급여화가 곧바로 제약사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제약업계로서는 시장 확대 기대감과 수익성 저하 가능성을 동시에 따져봐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탈모약은 장기 복용 수요가 크기 때문에 급여화가 현실화되면 처방시장 자체는 커질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급여 기준과 약가가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실제 수혜 기업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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