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숙 청문회] 25년째 반복된 인사청문회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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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 뉴시스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국회는 25년째 같은 논란을 되풀이했다.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첫날부터 ‘맹탕 청문회’와 ‘신상털기 청문회’라는 상반된 비판이 동시에 쏟아졌다. 야당은 증인과 참고인 없는 청문회를 문제 삼았고, 여당은 직무와 무관한 가족사와 사생활을 둘러싼 질의가 반복됐다고 맞섰다. 여야의 공방이 반복되는 사이 정작 공직 후보자의 정책 역량과 국정 운영 능력에 대한 검증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 ‘맹탕’과 ‘신상털기’ 반복… 인사청문회 개선도 제자리

25일 국회에서 열린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자료 제출 문제를 놓고 여야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후보자의 재산과 농지법 위반 의혹, 불법 건축물, 개인정보 유출 등을 집중 추궁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일부 질의가 총리 후보자의 직무 수행 능력과 무관한 가족사와 사생활 검증에 치우쳤다고 반발했다. 또 증인과 참고인 채택이 끝내 무산되면서 청문회 운영 방식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졌다.

그러나 이번 청문회에서 불거진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사청문회는 2000년 도입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 검증보다 도덕성 논란과 신상 검증, 증인 채택 갈등이 반복돼 왔다. 여야 역시 공수가 바뀔 때마다 같은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제도 개선에는 좀처럼 합의하지 못했다. 그 결과 인사청문회는 공직 후보자의 자질과 국정 운영 능력을 검증하는 자리보다 정치 공방의 무대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애초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의 인사권을 견제하고 국민을 대신해 고위공직자의 자질과 직무 수행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제도가 정착되는 과정에서 검증의 중심은 정책보다 도덕성으로 이동했고, 후보자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와 자녀 등 가족까지 검증 대상이 확대됐다. 반대로 총리나 장관으로서 어떤 정책을 추진할 것인지, 국가 현안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에 대한 검증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맹탕 청문회’와 ‘신상털기 청문회’ 논란이 이어지면서 정책 중심의 인사청문회 운영을 위한 제도 개선 요구가 커지고 있다. / 뉴시스
‘맹탕 청문회’와 ‘신상털기 청문회’ 논란이 이어지면서 정책 중심의 인사청문회 운영을 위한 제도 개선 요구가 커지고 있다. / 뉴시스

국회입법조사처도 이런 문제를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2017년에는 인사청문회가 정책과 전문성보다 도덕성 검증에 치우치고 있으며, 대통령의 인사권 견제보다 여야의 정치적 대립이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1년에는 후보자와 가족의 사생활 침해 논란과 정치권 갈등의 반복을 문제로 꼽으며 정책과 역량 중심으로 청문회가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국회 스스로 제도의 한계를 진단했지만 8년이 지난 지금도 청문회를 둘러싼 풍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 역시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제22대 국회에서도 인사청문회 제도를 손질하기 위한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지난 24일 최혁진 무소속 의원은 공직 후보자의 직무 수행 능력과 정책 중심의 검증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청문위원의 질의를 직무 관련 사항으로 제한하는 ‘업무 관련성 원칙’을 신설하고, 직무와 무관한 가족사와 사생활, 외모 등에 대한 질의와 인격권 침해성 발언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인사청문회를 둘러싼 논란이 근본적으로 해소될지는 미지수다. 청문회 때마다 반복되는 증인·참고인 채택 무산과 자료 제출 갈등,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는 현행 구조는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정책 검증을 강화하려면 질의 방식뿐 아니라 자료 제출과 증인 채택, 청문 절차 전반을 함께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성숙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특정 후보자의 적격성을 넘어 인사청문회 제도의 실효성을 다시 묻는 계기가 됐다. 25년 동안 반복된 ‘맹탕 청문회’와 ‘신상털기 청문회’ 논란을 끊기 위해서는 여야가 공수를 바꿔 같은 비판을 되풀이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공직 후보자의 정책 역량과 국정 운영 능력을 제대로 검증할 수 있는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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