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HD현대그룹 계열사 HD현대삼호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4월 HD현대중공업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이어 올해 들어서만 그룹 내에서 두 번째로 발생한 사망사고다. 취임 직후 ‘중대재해 제로’를 선언하고 새로운 안전 비전도 선포한 정기선 회장의 ‘안전 경영’에 물음표가 붙고 있다.
◇ ‘안전이 브랜드가 되는 회사’ 선포했는데… 잇단 사망사고
산업현장에서 또 한 번의 안타까운 비극이 벌어진 건 지난 22일 전남 영암군에 위치한 HD현대삼호 조선소에서다. 이날 오전 11시 25분경 선박 접안 작업을 하던 중 홋줄(선박 고정용 대형 밧줄)이 끊어지면서 40대 근로자가 이에 맞아 쓰러졌고, 이 과정에서 로프를 묶는 비트에 머리를 부딪혔다. 이후 해당 근로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날 저녁 끝내 숨을 거뒀다.
조선소를 비롯한 각종 선박 관련 현장에서 접안 및 계류 작업은 가장 기본적인 작업이자 위험이 도사리는 작업으로 꼽힌다. 무게가 상당한 선박이 물 위에서 계속 움직이는 가운데, 이를 고정하는 홋줄에 무척 큰 하중이 걸리기 때문이다. 홋줄이 하중을 버티지 못하고 터지면 강한 반동으로 주변에 충격이 가해지게 되고, 사람이 맞으면 중상 또는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노동계에서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음에도 기본을 지키기 않아 발생한 ‘재래형사고’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속노조는 25일 오전 고용노동부 목포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망사고는 회사가 위험작업에 따른 2인 1조 작업 등 표준작업지시서를 지키지 않고 작업을 시켜 발생한 재래형사고로 드러났다”며 “선박 접안 작업은 위험작업으로 표준작업지시서에 따라 선박의 앞쪽과 뒤쪽 2곳에서 각각 크레인 기사 1인과 신호수 1인이 2인 1조를 이루고, 로프작업은 2인 1조를 이뤄 4인이 1팀으로 작업을 한다. 하지만 사고 당시 현장엔 크레인 작업에 신호수를 배치하지 않았고 로프작업도 2인이 아니라 고인이 홀로 작업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고로 HD현대그룹은 올해 들어서만 2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하게 됐다. 지난 4월엔 HD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 창정비 중이던 잠수함에 화재가 발생해 협력업체 소속 60대 여성 근로자가 숨졌다. 이후 두 달여 만에 또 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10월 회장으로 승진한 직후 ‘안전 경영’을 최우선가치로 강조하고 나섰던 정기선 회장의 행보를 무색하게 한다. 정기선 회장은 회장 취임 두 달여 만인 지난해 12월 ‘HD현대 세이프티 포럼(Safety Forum)’을 열고 “안전은 사회적 약속이나 규범의 차원이 아닌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했으며, 새로운 안전 비전으로 ‘모두가 안전한 작업장, 안전이 브랜드가 되는 회사’를 선포한 바 있다.
하지만 사실상의 취임 첫해인 올해 상반기에만 2건의 사망사고가 잇따르면서 정기선 회장의 ‘안전 경영’은 출발부터 크게 흔들리게 된 모습이다.
한편, 금속노조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기본적인 안전조치를 지키지 않아 노동자 사망 중대재해를 반복하는 HD현대삼호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고 경영책임자를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엄중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