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의 ‘당권주권’서 읽힌 정치적 셈법

시사위크
G7 정상회의 등 유럽 순방 일정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 뉴시스
G7 정상회의 등 유럽 순방 일정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언중유골(言中有骨). 말 속에 뼈가 있다는 뜻이다. 정치인의 말은 때로 행동보다 큰 파장을 낳는다. 이 때문에 의도보다 해석이 먼저 움직이기도 한다. 최근 정치권 시선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쏠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친청·친석 구도 논란부터 당원주권론, 대통령 시계 발언까지 정 대표는 연일 해명과 설명에 나서고 있지만 정치권은 하나의 흐름으로 읽고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를 두 달여 앞둔 상황에서 그의 발언 하나하나가 당권 경쟁의 연장선에서 해석되는 이유다.

◇ 명분은 당원주권, 시선은 전당대회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가운데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서울공항을 찾았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향해 허리를 깊게 숙여 인사했고 악수를 나눴다. 유럽 순방 출국 당시 환송 행사에 모습을 보이지 않아 당청 갈등설과 이른바 ‘패싱설’이 불거졌던 만큼 이날 장면은 정치권의 주목을 받았다.

정 대표를 둘러싼 논란은 지방선거 결과를 둘러싼 평가에서 시작됐다. 선거 직후 정 대표는 민주당의 승리를 강조했지만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최소한 성공은 아니다”라고 평가하면서 당내에서는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졌다. 정 대표는 이후 대통령 평가에 공감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지만,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는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친명계 내부 반발이 이어졌다. 여기에 친청·친석 구도 논란과 당원주권론까지 더해지면서 정치권에서는 최근 정 대표의 발언을 전당대회를 앞둔 당권 경쟁의 연장선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적잖다.

정치권이 가장 먼저 주목하는 것은 당원주권론이다. 정 대표는 지난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나는 당원파”라고 밝히며 ‘당원주권’과 ‘1인1표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의 주인은 당원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권리당원의 영향력 확대 필요성도 거듭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단순한 정치 철학의 표현이 아닌 전당대회를 앞둔 핵심 지지층 결집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는 분위기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권리당원 표심이 사실상 승패를 좌우하는 구조다. 당대표 선거의 경우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이 55%로 국민여론조사(30%)와 대의원 투표(15%)를 크게 웃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정 대표의 당원주권론을 단순한 제도 개선 논의로만 보지 않는다. 특히 당원 의사를 보다 직접 반영하는 ‘1인1표제’가 확대될 경우 권리당원 표심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9월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시계(왼쪽)를, 17일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는 이재명 대통령 시계(오른쪽)를 착용한 모습이다. 정 대표는 최근 이 대통령 시계 착용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 시계 1호를 받았고 계속 차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 뉴시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9월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시계(왼쪽)를, 17일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는 이재명 대통령 시계(오른쪽)를 착용한 모습이다. 정 대표는 최근 이 대통령 시계 착용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 시계 1호를 받았고 계속 차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 뉴시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 대표가 당원주권을 강조하는 배경에도 이러한 현실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당원주권’과 ‘1인1표제’는 표면적으로는 당내 민주주의 강화를 위한 주장으로 읽히지만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에서는 결국 자신에게 유리한 경쟁 구도를 만들기 위한 메시지로도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치권이 주목하는 또 다른 대목은 친청·친석 구도 논란이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정 대표와 김민석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한 당권 경쟁 구도가 거론되고 있다. 이에 정 대표는 “친청·친석은 악의적 갈라치기”라며 정면 반박에 나섰다. 민주당은 모두 친명이며 특정 계파로 나누는 시도 자체가 적절치 않다는 취지다.

논란의 핵심은 이재명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 문제였지만 정 대표는 이를 친청·친석 갈등으로 규정했다.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모양새 대신 전당대회 경쟁 과정에서 벌어진 후보 간 갈등으로 논쟁의 성격을 바꾸려 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정 대표가 최근 ‘당원주권’과 ‘1인1표제’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개혁과 연결해 설명한 점도 눈길을 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반복적으로 소환하는 배경에도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전당대회 구도가 정청래·김민석 경쟁으로 압축되는 상황에서 민주당의 정통성과 개혁성을 자신에게 연결하려는 시도로 읽힌다는 것이다. 친노·친문 정서를 결집시키며 당내 개혁 정통성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 역시 정치권이 눈여겨보는 부분이다. 최근 정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 시계 착용 논란에 대해 직접 반박에 나섰고, 18일에는 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이 대통령을 서울공항에서 맞이했다. 유럽 순방 출국 당시 환송 행사 불참으로 당청 갈등설과 이른바 ‘패싱설’이 불거졌던 만큼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각각의 독립된 사건으로 보지 않는다. 지방선거 평가 논란과 “정권은 짧다” 발언 이후 당청 갈등설이 이어졌던 상황에서 대통령 시계 논란 대응과 귀국 행사 참석 역시 대통령과의 관계를 재확인하려는 흐름으로 읽힌다는 것이다. 전당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친명 경쟁력이 중요한 변수로 꼽히는 만큼 정 대표 역시 이를 의식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 대표 특유의 화법에 대한 피로감도 적잖다. 명분을 앞세우지만 결과적으로는 새로운 논란을 낳고, 해명에 나서지만 또 다른 해석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최근 불거진 여러 논쟁 역시 발언 자체보다 그 의도를 둘러싼 공방으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정 대표의 발언을 단순한 입장 표명이 아닌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하는 시각이 적잖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정청래의 ‘당권주권’서 읽힌 정치적 셈법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