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박성규 기자] 국내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양대 축인 넥슨과 크래프톤이 인공지능 전환(AX)의 초점을 단순한 업무 자동화에서 개발 방식과 조직의 업무 흐름을 바꾸는 단계로 옮기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사람의 업무를 대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이 맡아야 할 역할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강덕원 넥슨코리아 AI본부장과 임경영 크래프톤 AI 트랜스포메이션 총괄(VP)은 18일 경기 성남시 판교 넥슨 사옥에서 열린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NDC 26)’에서 ‘넥슨과 크래프톤의 AX 여정―무엇을 시도하고 무엇을 포기했나’를 주제로 대담했다.
이날 대담의 핵심 주제는 AI를 단순한 보조 도구가 아니라 개발과 조직 운영 방식 전반을 바꾸는 수단으로 어떻게 안착시킬 것인지였다. 양사는 초기 시행착오와 한계를 공유하는 한편, 최근에는 반복 업무 자동화를 넘어 개발 생산성과 문제 해결 역량을 높이는 방향으로 AX 전략이 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강 본부장은 “AX 초기에는 서비스 모니터링과 보고서 작성 등 손이 많이 가는 업무를 자동화해 운영 부담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며 “현재는 개발 방식 자체를 혁신하기 위해 개발 생산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임 VP는 “크래프톤은 AI를 통한 문제 해결에 목표를 두고 있다”며 “AI가 업무 전반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구성원이 수행하는 작은 단위의 업무부터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 넥슨은 ‘바텀업’ 확산…크래프톤 임직원 97% AI 활용
양사는 AX의 방향성에는 공감했지만, 실행 방식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넥슨은 현장 주도 전략을, 크래프톤은 경영진 지원 아래 자율적 실험을 확대하는 방식을 택했다.
넥슨은 대신 직원 교육과 성공 사례 확산을 통해 현장 구성원이 직접 AI 활용 방식을 찾는 ‘바텀업’ 전략을 택했다. 여러 게임과 개발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만큼 하나의 표준 방식으로 AX를 일괄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강 본부장은 “일단 해보는 데 초점을 두고 AI 교육과 성공 사례 전파를 진행했다”며 “조직별로 다양한 성과가 나오면서 AX를 주도하는 직원들이 발굴됐고, 이들이 전사 확산에도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넥슨에서는 AI를 활용해 현업 조직이 필요한 데이터를 직접 추출하고 분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존에는 운영 조직이 데이터 담당 부서에 자료를 요청하고 결과를 기다려야 했지만, AI를 통해 데이터를 빠르게 확보하면서 게임 운영 대응 속도가 높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크래프톤의 경우 경영진이 AI 활용 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임직원의 자율적인 실험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AX를 확산하고 있다. 지난 2월 진행한 사내 조사에서는 임직원 약 97%가 업무에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임 VP는 “AI 활용에 필요한 기반을 먼저 만들고 장벽을 허물면 구성원의 AI 이해와 활용 역량도 높아진다”며 “크래프톤은 구성원이 직접 시행착오를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 “게임의 재미에는 정답 없어…사람의 역할 정의해야”
양사는 게임 산업의 AX가 다른 산업보다 적용 여지가 크지만, 재미와 창의성을 AI로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강 본부장은 “게임은 재미를 만드는 산업이지만 재미에는 정답이 없다”며 “자동화하기 쉬운 업무부터 AI를 적용할 수 있지만, 창의성과 판단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오히려 사람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정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게임 산업의 AX는 효율화를 넘어 사람의 역할과 가치를 새롭게 정의하는 과정”이라며 “단순히 사람이 하던 일을 AI에 맡기는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임 VP는 게임 산업이 금융이나 커머스 등과 비교해 AI를 적용하기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금융과 커머스는 규제와 법적·윤리적 기준을 함께 고려해야 하지만, 게임은 AI를 활용해 창작 역량을 확장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이다.
다만 게임마다 축적된 방대한 이용자 데이터와 개발 맥락을 AI가 활용하도록 만드는 것은 과제로 꼽혔다. 넥슨은 AI가 활용하기 쉬운 형태로 데이터를 관리하는 유연한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크래프톤도 AI가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을 마련하고 게임 제작에 필요한 에셋을 제공하는 체계를 만들고 있다.
◇ 급증하는 AI 비용…대시보드·예측모델로 관리
AI 활용이 빠르게 늘면서 비용 관리도 AX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넥슨은 프로젝트별 AI 사용량과 비용을 예측하기 위한 시뮬레이션 모델을 연구하고 있다.
강 본부장은 “AI 비용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 비용이 얼마나 가치 있는 업무로 연결되는지가 중요하다”며 “토큰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되는지 확인하고 전사와 프로젝트 단위의 비용 예측모델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크래프톤은 조직별 토큰 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는 대시보드를 구축했다. 각 조직이 AI 사용 현황을 직접 확인하고 업무 가치와 비용을 비교해 활용 계획을 세우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양사는 AX의 성과를 단순한 시간과 비용 절감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는 AI를 기존 업무에 덧붙이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업무 흐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강 본부장은 “게임업계는 기술 변화와 함께 성장해 왔고 기술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기회도 열렸다”며 “AI를 두려워하기보다 기대감을 갖고 변화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 VP는 “진정한 AI 네이티브 세대는 이미 AI를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는 업계의 주니어 구성원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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