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국은행이 올해 상반기 소비자물가가 목표 수준인 2%를 웃돈 가운데 유가·환율 하락 등 단기적인 시장 안정에 안주하지 않고 중장기적 물가 상방 압력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유가 고공행진의 간접효과와 IT 업계발 임금 상승 등 '2차 파급효과'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여전하다는 진단이다.

한은은 17일 '2026년 상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를 개최하고 이같은 분석을 발표했다. 한은에 따르면 상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하반기(2.2%) 대비 높은 2.4%를 기록, 특히 지난달에는 3.1%까지 치솟으며 3%대를 돌파했다. 석유류 가격 급등과 더불어 외식·여행 등 서비스 가격 상승이 근원물가를 끌어올린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이날 신현송 한은 총재는 최근의 중동전쟁 종전 선언 등 변화된 경제 상황에 대해 "최근 유가가 내리고 금융시장에 위험자산 선호 흐름이 나타나고 있지만 하루하루 시장에 일희일비할 게 아니라 장기적인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며 "지난달 전망 이후 한은의 판단을 뒤집을 큰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원유 생산이 전쟁 전으로 단기간에 복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며, 해운 업체들의 리스크 관리 등 여러 경영 문제가 남아있어 원유 가격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휘발유 가격 등 1차 직접 효과보다 경제 가치사슬을 통해 전파되는 2차 파급효과의 위험성을 거듭 강조했다. 신 총재는 "원화 약세와 달러 강세가 겹치면 유가 상승 충격이 증폭된다"며 "비용 상승이 재화와 서비스 전반으로 퍼지고 기대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면 통화정책 대응이 늦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금과 수요 측 압력도 주요 변수로 제시됐다. 신 총재는 "앞으로 있을 임금 협상과 수출 호조가 파급시키는 임금 흐름을 더 지켜봐야 한다"며 "이번에는 수요 쪽도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강해졌다"고 진단했다.
최근 논란이 된 IT 업계의 성과급 쏠림과 관련해서는 "결국 2차 파급효과가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이와 관련해 한은 조사국장은 "숫자 자체의 크고 작고를 단정할 수는 없으나, 이번에는 이례적인 상황으로 과거 데이터 추정값보다 더 클 수 있는 상황인 만큼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다"며 이러한 임금 상승이 주위의 외식 물가나 백화점 매출 상승 등의 품목에서부터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에 누적돼 반영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신 총재는 취업자 수 감소 등 제조업 고용 부진 지표와 임금 상승세 확산의 괴리에 대해서는 "다른 지표들과 5월 고용지표가 괴리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작년 하반기부터 언급한 K자형 성장 과정의 영향으로 보고 원인과 지속성을 모니터링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임금 측면만 보자면 여러 기업에서 임금 인상 요구가 확산되고 있고 정부의 노동 관련 법제 변경으로 인한 직고용 문제 등 임금 이슈가 나오고 있어 임금 경로를 통해 물가를 올리는 방향의 압력은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적극적 재정 기조에 따른 물가 압력과 금리 추가 인상 전망에 대해 신 총재는 "금년 초에 있었던 추경은 최고가격제나 피해지원금 등으로 나눠져 총수요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현재 한국의 재정 상태가 워낙 양호하고 채권을 추가 발행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채권 금리 상방 압력도 없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의 세수 활용에 대해 단기간의 소비 지원금보다는 장기 투자를 위한 제도나 장치 등 어떤 방식을 취할지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아직까지는 통화정책과 크게 상충되는 면이 없으며 우려하는 수요 측면의 상방 압력과 재정이 더해진다면 그때 가서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가 채무 상환에 초과 세수를 써야 한다는 일부 금통위원의 의견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신 총재는 "지난달 통화정책방향회의 때는 상황이 훨씬 안 좋았고 국채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던 시기라 재정적 부담이 부각된 면이 있었다"며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재정이 튼튼한 편이고 수출 가격지수가 올라 교역 조건이 좋아진 만큼 세수가 강할 것 같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세수가 많을 때 단기적으로 채무 상환을 할 수도 있지만, 지금 우리 상황에서 그것이 급선무냐에 대해서는 논의가 있을 수 있다"며 "이번 상황은 한국 경제가 앞으로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만큼 상황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시장에서 제기됐던 임시 금통위나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p 인상)' 등 금리 인상 가속화 기대에 대해서는 "시장 상황이 전체 세계관을 그때그때 정해주는 효과가 있어 자주 시장에 끌려가는 현상이 있지만, 중앙은행은 하루하루의 시장 흐름에 끌려가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신 총재는 "빅스텝 이야기가 나올 당시는 채권 금리가 높고 고환율인 등 시장이 안 좋아 중앙은행의 예외적 조치에 대한 추측이 나온 것"이라며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을 펼 때 결코 시장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밑에 깔린 중요한 흐름을 보며 휘둘리지 않는 정책을 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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