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CSBD①] 자폐 치료, 냉정과 희망 사이에서

시사위크
수많은 의료계·과학자들이 자폐, 더 나아가 뇌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수많은 기술을 연구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갈 길은 멀다. 수많은 뇌 질환 연구자들, 그 중에 선구자에 있는 과학자 중 하나인 ‘기초과학연구원(IBS) 시냅스뇌질환 연구단(Center for Synaptic Brain Dysfunctions)’의 김은준 단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 사진=박설민 기자
수많은 의료계·과학자들이 자폐, 더 나아가 뇌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수많은 기술을 연구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갈 길은 멀다. 수많은 뇌 질환 연구자들, 그 중에 선구자에 있는 과학자 중 하나인 ‘기초과학연구원(IBS) 시냅스뇌질환 연구단(Center for Synaptic Brain Dysfunctions)’의 김은준 단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 사진=박설민 기자

“I have autism. It’s part of who I am. (저는 자폐가 있습니다. 그것은 제 일부입니다.)”

-드라마 ‘굿 닥터’ 중-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드라마 ‘굿 닥터’의 주인공 션 머피는 작중 세계 최고의 천재 외과 의사다. 환자의 작은 증세만 보고도 어떤 수술과 응급조치가 필요한지 머릿속으로 그려낼 수 있다. 하지만 그에겐 자폐 스펙트럼의 일종인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에 시달린다. 때문에 일상생활은 그에게 매일 새로운 도전과 같다.

사람들은 말한다. 드라마 속 천재 자폐 스펙트럼은 거의 없다고. 실제로 현실은 드라마보다 훨씬 가혹하다. 여전히 자폐 스펙트럼 혹은 유사한 발달·정서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생활은 녹록지 않다. 특히 어린 자녀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부모는 더욱 힘들 수밖에 없다.

수많은 의료계·과학자들이 자폐, 더 나아가 뇌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수많은 기술을 연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들이 쌓아 올린 연구는 괄목할 만한 성과들이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등 우수한 기술의 등장으로 그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물론 아직 뇌질환의 정복까지는 갈 길이 멀다. 기자가 만난 ‘기초과학연구원(IBS) 시냅스뇌질환 연구단(Center for Synaptic Brain Dysfunctions)’의 김은준 단장 역시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자폐의 정복, 요원하기만 한 그곳에 도달하기 위한 현재의 연구 상황, 그리고 미래를 냉정과 희망 사이의 시점에서 들었다.

드라마 ‘굿 닥터’의 주인공 션 머피는 작중 세계 최고의 천재 외과 의사다.  하지만 그에겐 자폐 스펙트럼의 일종인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에 시달린다. 때문에 일상생활은 그에게 매일 새로운 도전과 같다. 그리고 실제로 현실은 드라마보다 훨씬 가혹하다. / Amazon
드라마 ‘굿 닥터’의 주인공 션 머피는 작중 세계 최고의 천재 외과 의사다.  하지만 그에겐 자폐 스펙트럼의 일종인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에 시달린다. 때문에 일상생활은 그에게 매일 새로운 도전과 같다. 그리고 실제로 현실은 드라마보다 훨씬 가혹하다. / Amazon

◇ 뇌 질환의 실마리, ‘시냅스’를 연구하다

“뇌를 작은 우주라고 하는 말이 있다. 그만큼 뇌가 가진 정보는 너무나 많고 이를 정확히 해독할 수 있을 때 정신질환의 근본적 치료에도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다.”

지난 15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본원 내 IBS 시냅스뇌질환연구단에서 만난 김은준 단장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정신질환의 완전한 치료법 연구·개발은 쉽지 않은 일이다. 뇌는 수백억 개의 신경세포가 정교한 회로망을 이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포가 파괴되면 스스로 복구하지도 않는다. 때문에 근본적인 발병 원인과 대사 과정을 완벽히 규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IBS를 비롯, 수많은 과학자들은 이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그중 핵심은 ‘시냅스(Synapse)’의 연구다. ‘신경세포접합부(神經細胞接合部)’라고도 불리는 시냅스는 신경세포 ‘뉴런(neuron)’ 간 연결 지점이다. 

김은준 단장은 “뇌의 가장 기본적인 기본 단위인 시냅스가 잘못되면 신경회로 자체에 문제가 발생, 뇌질환이 발생한다”며 “여러 자폐, 신경학적 질환의 근본적인 원인이 시냅스이기 때문에 IBS 시냅스뇌질환연구단의 연구 임무도 ‘시냅스가 잘못되면 뇌질환이 발생한다’를 모토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시냅스에 발생하는 문제는 여러 가지 원인들이 존재한다. 김은준 단장은 이를 ‘사과나무’에 비유했다. 먼저 토양 자체, 즉, 아동의 성장 환경이 좋지 않을 때 발생하는 문제다. 또한 사과의 품종 자체(유전자)의 문제가 발생해 자폐가 발생할 수 있다.

김은준 단장은 “유전이냐 환경이냐, 이는 뇌질환 발생의 원인을 연구할 때 공통적으로 던져지는 질문”이라며 “뇌 발달 질환의 경우엔 유전적 요인이 가장 대표적으로 일란성 쌍둥이 중 형이 자폐일 경우 85% 확률로 동생도 자폐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정서장애의 경우 50대 50으로 환경적 영향도 존재하는데 임신 상태에서의 질병 감염, 약물 이상 등이 있다”며 “또한 과도한 스트레스, 환경 오염 등의 어려 요인들이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은준 단장은 “뇌의 가장 기본적인 기본 단위인 시냅스가 잘못되면 신경회로 자체에 문제가 발생, 뇌질환이 발생한다”며 시냅스 연구가 곧 뇌 질환 정복을 위한 핵심임을 강조했다. / 사진=박설민 기자
김은준 단장은 “뇌의 가장 기본적인 기본 단위인 시냅스가 잘못되면 신경회로 자체에 문제가 발생, 뇌질환이 발생한다”며 시냅스 연구가 곧 뇌 질환 정복을 위한 핵심임을 강조했다. / 사진=박설민 기자

◇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자들, 자폐의 실마리를 추적하다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자폐 등 뇌 질환 연구는 시냅스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이 가운데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김은준 단장은 자신 있게 말했다. IBS를 포함, 한국처럼 관련 연구 인프라와 인재가 갖춰진 국가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연구단은 이달에도 전 세계 자폐 스펙트럼 관련 연구자들이 주목할 만한 성과를 발표했다. 지난달 29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된 연구다. 뇌 내 특정 물질 조절 약물을 이용, 자폐의 핵심 증상을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한 것이다.

김은준 단장을 포함, IBS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NMDA수용체(NMDAR)’다. 이는 신경세포에서 발견되는 이온성 글루탐산 수용체 중 하나다. 체내서 세포신호(Cell signaling) 및 시냅스가소성(Synaptic plasticity) 조절, 기억세포 활성화에 관여한다. 이 수용체의 기능 저하는 자폐 스펙트럼 발병의 대표적 원인으로 추정된다.

이때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탐산과 글리신이 함께 결합해야 활성화된다. 주변 글리신 농도에 따라 그 활성이 달라진다. 연구단은 여기에 주목했다. 글리신의 양을 조절하면 NMDA 수용체 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에 뇌 신경에서 자폐를 유발하는 물질 ‘Slc6a20a’를 억제하는 ‘ASO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를 자폐 증세가 있는 생쥐 모델에 주사했다. 그 결과, 생쥐의 NMDA 수용체 기능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다. 또한 다른 쥐와의 사회성 문제, 정형행동도 크게 개선됐다.

김은준 단장은 “뇌 질환 연구에 있어 경쟁력으로 보면 해외 선진국들보다도 오히려 한국이 우수하다”며 “안정적 연구 지원과 국가적 서포트가 뒷받침돼는 국가는 보기 힘든 수준으로 훌륭한 연구 환경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연구 역시 정보 공유가 다른 과학자들의 연구를 학회, 논문 등을 통해 빠르게 얻어 크로스체크하게 된다”며 “이를 감안했을 때 우리나라의 뇌 질환 연구는 최상위 수준으로 뇌 질환 분야 만큼은 우리가 동등하거나 조금 더 앞서나간다 볼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IBS 시냅스뇌질환연구단 연구센터 내부에서 연구진과 이야기하는 김은준 단장의 모습. / 사진=박설민 기자
IBS 시냅스뇌질환연구단 연구센터 내부에서 연구진과 이야기하는 김은준 단장의 모습. / 사진=박설민 기자

◇ 냉정과 희망 사이 ‘자폐 치료’, 그 험난한 길을 향해

김은준 단장의 말을 종합하면 현재 자폐 연구는 상당한 수준까지 와 있는 상태다. 치매 등 타 뇌 질환도 마찬가지다. 그는 긍정적 측면에서는 우리 예상보다 치료 가능 시기가 빨리 올 수도 있다고 했다.

실제로 미국 텍사스대, UC버클리 공동 연구진은 2018년 ‘유전자가위(CRISPER-CAS9)’를 활용, 자폐 스펙트럼의 일종인 ‘여린 X 증후군’을 완화시키는데 성공했다. 이는 신경세포 표면의 흥분수용체(mGluR5)가 발현하지 못하도록 유전자를 고치는 방법이다. 실험 결과, 실제 쥐의 자페 증세가 약 30% 감소했다.

김은준 단장은 “유전자가위, 바이러스 등을 활용해 자폐 증세를 완화하는 치료의 경우 최근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며 “이는 생각보다 빨리 우리에게 올 수도 있다”고 희망적으로 이야기 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가 말하는 ‘완전한’ 치료까지는 갈 길이 먼 시점이라고 선을 그었다. 기술적으로 완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용도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김은준 단장에 따르면 실제 자폐 관련 유전자 치료 비용은 1회에 30억원 이상이 발생한다. 가장 기본적인 치료조차 15억원을 육박한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김은준 단장은 자신 있게 말했다. IBS를 포함, 한국처럼 관련 연구 인프라와 인재가 갖춰진 국가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사진 오른쪽은 배미현 연구위원.  2022년 기초과학진흥주간 기초과학유공자 표창을 받은 바 있다. / 사진=박설민 기자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김은준 단장은 자신 있게 말했다. IBS를 포함, 한국처럼 관련 연구 인프라와 인재가 갖춰진 국가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사진 오른쪽은 배미현 연구위원.  2022년 기초과학진흥주간 기초과학유공자 표창을 받은 바 있다. / 사진=박설민 기자

김은준 단장은 “유전자 치료의 경우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감당하기에 너무나도 어려운 비용적 문제가 현재 존재한다”며 “우리가 ‘치료’라고 말하는 의료 행위는 최대한 간단하고 저렴할 때 성공했다고 볼 수 있어 자폐의 완치라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최근의 과학기술 발달이 향후 자폐 등 뇌 질환 정복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AI와 양자컴퓨터 기술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인간이 백년이 넘게 쌓아올린 방대한 데이터들을 정확하고 신속히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자폐 치료에도 상당한 진전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김은준 단장은 “약 200여마리의 생쥐 실험 모델 실험 결과와 5,000여개의 유전자 샘플, 1만개의 자폐 발현 데이터를 슈퍼컴퓨터에게 입력했음에도 분석에 실패했다”며 “이정도의 데이터도 분석하기 어려울 만큼 인간의 뇌와 뇌 질환, 시냅스 간의 연관성을 밝혀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최근 AI의 발전 등으로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확보되고 있고 미래에 양자컴퓨터와 같은 초고성능 컴퓨팅 시스템이 등장한다면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며 “이를 통해 자폐 스펙트럼의 정확한 발병 기전을 찾아내게 된다면 ‘진짜 치료’가 가능한 시대가 오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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