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국내 기업들과 경제 주체들의 자금 움직임이 눈에 띄게 빨라졌다.
17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자료를 보면 지난 4월 예금은행의 당좌예금 회전율은 750.3회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 3월 이후 약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 달 동안 통장 잔액 750번 비워진 셈
예금 회전율이란 은행 계좌에 들어있는 돈이 일정 기간 동안 얼마나 자주 인출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번에 기록한 당좌예금 회전율 750.3회는 한 달 동안 통장에 있던 평균 잔액의 750배가 넘는 돈이 인출되었다는 의미다. 기업들이 대금 결제를 위해 주로 쓰는 당좌예금의 특성상, 돈이 통장에 머무를 새도 없이 무서운 속도로 돌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자금 회전 속도가 급증한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해석이 나온다. 최근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주식 시장이 살아나면서, 기업들의 투자와 소비 심리가 한층 활발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즉 돈이 막혀서 빠르게 도는 것이 아니라 활발한 경제 활동 과정에서 자금 유동성이 매우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도 풀이된다.
요구불예금 등 전반적인 자금 흐름도 활발
기업의 당좌예금뿐만 아니라 언제든 찾아서 쓸 수 있는 단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 전반의 회전 속도 역시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당좌예금과 일반 보통예금, 가계종합예금 등을 모두 합친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지난 4월 기준 23.1회를 기록했다.
세부 항목별로 보면 개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보통예금 회전율이 12.4회, 가계종합예금 회전율이 1.5회로 집계됐다. 반면 일정 기간 돈을 묶어두는 정기예금(0.2회)이나 정기적금(0.1회) 등의 저축성예금 회전율은 철저히 정체된 모습을 보여, 경제 주체들이 장기 저축보다는 당장 경제 활동에 쓸 수 있는 대기 자금을 중심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음이 확인됐다.
활발해진 자금 흐름, 실제 투자로 이어져야
이러한 예금 회전율의 상승은 실물경제 안에서 돈이 막히지 않고 빠르게 돌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자금이 은행에 묶여있지 않고 시장에 돌기 시작하면 기업 간의 대금 결제가 원활해지고, 이는 협력업체들의 매출 증가와 장비 투자로 이어지는 좋은 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주식시장 호황으로 은행의 정기 예·적금에 묶여 있던 자금들이 주식을 비롯한 고수익 투자처로 빠르게 이동한 점도 회전율을 끌어올린 주요 원인으로 풀이된다. 자금의 이동 속도가 이처럼 가팔라진 만큼, 이 유동성이 일시적인 투기성 자산에만 머물지 않고 기업들이 공장을 짓거나 기술을 개발하는 생산적인 투자로 꾸준히 이어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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