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훈풍·반도체 강세에 코스피 질주…9000피 앞두고 막판 숨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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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 되고 있다. /뉴시스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기대감에 힘입어 국내 증시가 이틀 연속 강세를 이어갔다. 국제유가 급락과 외국인 자금 복귀, 미국 반도체주 랠리가 맞물리면서 시장의 관심도 다시 반도체로 향하는 모습이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80.62포인트(2.11%) 오른 8726.60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8696.55로 출발해 장중 한때 8753.82까지 상승했다.

수급은 외국인과 기관이 이끌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5329억원을 순매수했고 기관도 7059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반면 개인은 2조1850억원을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투자심리를 되살린 것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였다. 미국과 이란은 전날 종전 양해각서(MOU)에 전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오는 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공식 서명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종전 기대감은 국제유가와 글로벌 증시에 즉각 반영됐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5% 가까이 하락했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사상 최고치로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도 3% 넘게 오르며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했다.

특히 반도체주가 상승장을 주도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5.45%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마이크론은 10.84%, 엔비디아는 3.54% 올랐다. 웨스턴디지털과 시게이트 등 메모리 관련 종목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국내 증시에서도 반도체가 상승 동력 역할을 하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는 1.78% 오른 34만3000원, SK하이닉스는 4.11% 상승한 238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기(2.45%), SK스퀘어(6.23%) 등 반도체·인공지능(AI) 밸류체인 종목도 동반 강세를 나타냈다.

최근 코스피가 7400선 급락과 8700선 급등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지만, 시장에서는 실적 부진보다는 금리와 유가, 환율 변동에 따른 단기 충격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하나증권 리서치센터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최근 한국 증시는 실적 장세가 끝난 것이 아니라 금리의 소음에 잠시 가려진 국면”이라며 “금리 공포가 잦아들수록 시장의 관심은 다시 AI 병목과 메모리 반도체로 이동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올해 국내 증시를 끌어올린 핵심 동력은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부족, 메모리 기업의 가격 결정력 강화였다. 하지만 미국 고용지표 호조와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 후퇴, 일본은행(BOJ)의 긴축 가능성 등이 겹치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기업 실적보다 금리 변수에 쏠렸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향후 한 달이 반도체 랠리의 지속 여부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24일 마이크론 실적 발표를 시작으로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추진, 7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특히 SK하이닉스 ADR 상장은 해외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ADR이 상장되면 해외 투자자들은 별도 환전 없이 자국 증권계좌를 통해 SK하이닉스에 투자할 수 있다. 거래와 결제 비용이 낮아지는 만큼 글로벌 반도체·AI 투자 자금 유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다.

코스피는 현재 9000선까지 300포인트가량만을 남겨두고 있다. 유가 안정과 외국인 자금 복귀,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가 맞물리면서 시장의 시선은 다시 반도체로 향하고 있다. 결국 ‘9000피’ 시대의 문을 열 수 있을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 업종의 실적과 수급이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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