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수원 김경현 기자] "이게 뭔가 싶었다"
37세 베테랑 허경민(KT 위즈)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경기였다. 그런데 이걸 이겼다. 그것도 허경민이 사실상 끝낸 경기다.
허경민은 1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NC와의 홈 경기에서 6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4안타 1득점 2타점을 기록했다.
첫 타석부터 행운이 따랐다. 1회 2사 만루에서 허경민이 3루수 방면 땅볼을 쳤다. 3루수 서호철이 포구에 실패해 3루 주자 최원준과 2루 주자 김현수가 모두 홈을 밟았다.
안타 행진이 시작됐다. 3회 무사 1루에서 히트 앤드 런 사인이 나왔다. 허경민은 의도적으로 타구를 밀어 쳤는데, 이것이 1-2루간을 빠져나가는 안타가 됐다. 공교롭게도 허경민은 이날 전까지 5경기 연속 무안타 늪에 빠져 있었다. 작전 수행 한 방으로 혈을 뚫었다.
허경민은 5회 2사에서 2루타를 친 뒤 한승택의 2타점 2루타 때 홈을 밟았다. 이어 7회에도 우중간 안타로 출루했다.

백미는 8회다. KT는 7회까지 7-2로 앞서다 8회초 대거 7실점, 7-9로 역전을 당했다. 셋업맨 한승혁이 아웃 카운트 3개를 잡는 동안 7피안타(1피홈런) 1볼넷을 허용한 결과다. 8회말 선두타자 권동진이 추격의 솔로 홈런을 때려냈다. 이어진 1사 1, 3루에서 폭투가 나와 경기는 원점이 됐다. 샘 힐리어드의 볼넷, 대타 이정훈의 진루타로 만들어진 2사 2, 3루. 허경민이 전사민의 초구 149km/h 몸쪽 투심을 잡아당겨 좌익선상에 떨어지는 2타점 2루타를 때려냈다. 이날의 결승타. 9회 박영현이 3아웃을 잡고 KT가 11-9로 승리했다.
쉽사리 보기 힘든 경기였다. 7회가 끝났을 때 KT의 승리 확률(WPA)은 97.4%였다. 8회 초가 끝나자 19.4%까지 추락했고, 8회말 종료 시점에는 91.9%가 됐다. 이강철 감독도 경기를 마치고 "이걸 이겼다고?"라며 혀를 내둘렀다.
경기 종료 후 취재진을 만난 허경민은 "물 흘러가듯이 끝날 줄 알았는데 이게 뭔가 싶더라. 정신이 없던 찰나에 팀원들이 동점을 만들어주고 좋은 기회를 연결시켜줘서 어떻게든 살리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고 8회 타석을 돌아봤다.
8회초 7실점 했을 때 심정은 어땠을까. 허경민은 "야구라는 게 항상 이런 일이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저희에게 두 번의 기회가 있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허경민은 "이렇게 이김으로써 (한)승혁이의 마음의 짐을 덜어줄 수 있어서 선배로서 후련하다"며 활짝 웃었다. 또한 "(권)동진이가 분위기가 저희 쪽으로 올 수 있는 좋은 홈런을 쳐줬기 때문에 찬스가 이어졌다. 정말 좋은 역할을 했다"고 했다.
결승타를 때린 상대는 전사민이었다. 올 시즌 1번 맞붙어 병살타를 쳤다. 이날 전까지 총 5번 맞붙어 무안타 1볼넷에 그친 천적. 허경민은 "전사민은 저에게 있어서 정말 너무나 어려운 투수"라면서 "어떻게든 해결하고 싶었던 마음이 강했다. 그 순간 좋은 안타가 나와서 마음이 가벼워졌다"고 했다.
5경기 무안타를 깨고 4안타를 쳤다. 허경민은 "야구가 정말 어렵다. 안타 하나가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는 찰나에 무안타 경기가 길어졌다. 오늘 두 번째 타석 앤드 런 덕분에 흐름이 뒤바뀌지 않았나 싶다. 사인을 내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리고, 열심히 뛰어준 동료(류현인)에게도 고맙다"고 고개를 숙였다.
2루에서 끝내기급 세리머니를 했다. 허경민은 "거의 끝내기라 생각했다. 분위기도 그렇고 저희 뒤에는 박영현이란 좋은 마무리 투수가 있다. 중요한 타점이라 생각해서 과격하게 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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