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포커스] “채권도 블록체인 위에서”...이환주 국민은행장이 꺼낸 디지털 금융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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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환주 KB국민은행장. /그래픽=최주연 기자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올해 "전환과 확장"을 경영 콘셉트로 내세운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의 디지털 전략이 채권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최근 국내 은행권 최초로 블록체인 기반 달러화 디지털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규모는 1억달러(약 1400억원)에 불과하지만 금융권의 관심은 금액보다 첫 시도 자체에 쏠린다. 예금과 송금에 이어 채권까지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되면서 미래 금융 인프라를 둘러싼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 "채권도 블록체인 위에서"…국내 은행 첫 디지털 채권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홍콩상하이은행(HSBC)을 단독 주간사로 2년 만기 1억달러 규모의 디지털 채권을 발행했다.

이번 채권은 HSBC의 디지털 자산 플랫폼인 '오리온(Orion)'을 통해 발행됐으며 홍콩금융관리국(HKMA) 산하 중앙예탁결제기구(CMU)의 청산·결제 시스템과 연계됐다.

기존 채권 거래와 블록체인 기반 채권 거래 절차 비교 /내용 정리=최주연 기자, AI 생성 이미지

디지털 채권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발행과 등록, 거래, 결제 과정을 처리하는 채권이다. 이는 단순히 채권을 전산화하는 데만 있지 않다. 기존 채권 시장은 발행기관과 주관사, 예탁결제기관 등 여러 중개기관을 거쳐 거래와 결제가 이뤄진다. 반면 디지털 채권은 블록체인 기반 분산원장을 활용해 발행과 등록, 거래, 결제 과정을 보다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결제 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 거래 투명성 제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발행에는 홍콩금융관리국(HKMA)의 디지털 채권 보조금 제도도 활용돼 일부 발행 비용 절감 효과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채권 거래와 블록체인 기반 채권 거래 차이점 /내용 정리=최주연 기자, AI 생성 이미지

금융권 관계자는 "디지털 채권은 단순한 채권 상품이 아니라 자본시장 인프라 자체를 디지털화하는 시도"라며 "해외 주요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관련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1400억 조달보다 경험"…토큰화 금융 경쟁 본격화

이번 발행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채권 조달 이상의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정도 규모의 은행 입장에서 1400억원 조달 자체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금융권이 이번 발행에 주목하는 이유는 블록체인 기반 자금 조달 경험을 선제적으로 확보했다는 데 있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STO), 디지털 자산 기반 결제·송금 기술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향후 채권뿐 아니라 예금, 펀드, RP(환매조건부채권), MMF(머니마켓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이 토큰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디지털 자산 시장이 확대될 경우 실제 발행 경험을 축적한 금융사가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이 지급결제 혁신이라면 디지털 채권은 자본시장 혁신"이라며 "토큰화 금융 경쟁이 실험 단계를 넘어 실제 사업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환주의 '전환과 확장'…디지털 금융 영토 넓힌다

이번 발행은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이 취임 이후 강조해온 '전환과 확장'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행장은 올해 초 "리테일 금융의 No.1에 머물지 말고 기업금융과 자산관리까지 선도하는 은행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단순 예대마진 중심 성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국민은행은 이미 국내 최대 수준의 디지털 고객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KB스타뱅킹 월간활성이용자(MAU)는 1407만명, KB Pay MAU는 911만명에 달한다. 디지털 채널 판매 비중 역시 은행 73%, 증권 95% 수준까지 확대됐다.

금융권에서는 국민은행이 단순히 디지털 채널을 키우는 단계를 넘어 디지털 금융상품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번 디지털 채권 발행 역시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평가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번 디지털 채권 발행은 미래 금융 인프라로 주목받는 블록체인 기술을 실제 자금 조달에 적용한 사례"라며 "앞으로도 디지털 금융 혁신을 통해 미래 금융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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