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윤혁 기자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둘러싸고 범보수 진영이 파열음을 내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 부실 책임론에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재선거 실시 여부와 제도 개선 방안을 놓고 서로 다른 해법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전국 단위 재선거 실시와 사전투표 폐지를 주장하는 반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면 재선거에 선을 긋고 있다. 여기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까지 가세하며 논쟁은 더욱 가열되는 모양새다.
◇ 오세훈 “장동혁 ‘전국 재선거’는 정치적 구호”
장동혁 대표는 최근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연일 강경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장 대표는 9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참정권 박탈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전국 재선거밖에 없다”며 “지금 드러난 것만 하더라도 충분히 재선거 사유는 차고 넘친다”고 주장했다. 선관위가 이번 사태의 잘못을 인정하고 선거 무효를 선언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장 대표가 제시하는 재선거 사유는 △전국 26개 투표소 투표 중지와 그로 인한 유권자의 투표 포기 △출구조사 결과 발표(오후 6시) 이후 진행된 투표 △쇼핑백 이송 등 투표지 추가 이송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 행위 △참관인 없이 이뤄진 투표함 이송 및 개표 진행 등이다. 장 대표는 “우리가 원칙을 지킬 때 비슷한 사태가 벌어져도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며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된 지역을 모두 포함한 전면 재선거 실시를 주장하고 있다.
다만 장 대표가 요구하는 전국 단위 재선거를 두고는 당 안팎에서 의견이 엇갈린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번 사태로 인해 가장 난처한 입장에 선 인물 중 한 명이다. 이와 관련해 오 시장은 9일 중앙일보 유튜브 ‘황현희의 불편한 여의도’에서 “(장 대표의) 정치적인 구호로 생각한다”고 장 대표의 재선거 주장에 선을 그었다.
오 시장은 현 사태와 관련해 선관위의 관리 부실을 규탄하면서도 “(장 대표가) 언제 당의 총의를 모은 적이 있냐”며 “본인이 대표로서 하는 얘기니까 (정치적) 구호로서 기능한다고 보면 된다”고 거리를 뒀다.
또 오 시장은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투표소의 수와 규모를 고려할 때, 해당 투표소에서 투표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더라도 선거 결과를 뒤집을 정도의 영향은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실제 개표 결과 오 시장과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표차는 6만259표였다. 다만 그는 시·구의원 선거 등 소수 표차 접전이 벌어진 지역에 대해서는 부분 재선거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사전투표 놓고도 충돌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일부 투표소에서 나타난 ‘동일 득표’ 사례를 근거로 사전투표를 폐지하자는 주장도 내놨다. 그는 인천광역시장 선거에서 송도1동과 송도2동의 관내사전투표 득표수가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후보 3,030표, 국민의힘 유정복 후보 1,440표로 동일하게 나타난 데 대해 “득표수가 완전히 일치할 확률이 5억9,000만분의 1”이라며 “(광주전남 등) 후보자들의 득표수와 득표율이 동일하게 나온 것도 전부 사전투표”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참정권 박탈 사태 역시 사전투표가 그 원인 가운데 하나”라며 “본투표 날짜를 늘리고 사전투표는 반드시 없애야 한다”고 밝혔다. 또 선관위 직원들이 비공개 내부 게시판에서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사전투표 제도를 언급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선관위의 선거 관리 부실에서 촉발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사전투표 폐지로까지 연결시킨 것이다.
이에 이준석 대표는 “검증되지 않은 산술”이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10일 허명회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의 SNS 글을 인용해 “공당의 대표가 검증되지 않은 숫자를 무기 삼아 사회의 갈등에 기름을 붓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장 대표가 본인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검증되지 않은 통계까지 동원하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비판이다.
허 교수는 9일과 10일 두 차례 페이스북을 통해 동전 던지기 확률 모델을 활용한 컴퓨터 모의시행(시뮬레이션) 결과를 공유하며 “(동일 득표는) 수학적으로는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는 우연 현상”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 대표는 또 “사전투표가 부정선거의 통로”라는 장 대표의 주장을 ‘음모론’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사전투표는 여야가 합의해 박근혜 정부 시절 도입한 제도”라며 “용지가 부족해 참정권이 침해된 일을 따지는 자리에서, 정작 국민이 투표할 기회 그 자체를 줄이자고 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오 시장은 사전투표 폐지까지 아니더라도 제도 보완 필요성에는 공감을 표했다. 오 시장은 “사전투표와 본투표 사이 날짜에 변수가 생길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고, 사전투표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도 얼마든지 있다”며 “본투표와 사전투표의 날짜 간격을 줄이는 문제 등 무슨 수를 내서라도 부작용을 줄이는 데 대해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시작된 논란이 단순한 선거 공정성 문제를 넘어 보수 진영의 내부 갈등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이번 논쟁이 향후 보수 재편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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