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외계 생명체의 존재가 더 이상 추측이 아닌 사실이 된다면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신작 ‘디스클로저 데이’는 그 상상에서 출발한다.
‘디스클로저 데이’는 외계 존재와 관련된 비밀을 관리해 온 조직 ‘워덱스’의 내부 인물 다니엘 켈너(조쉬 오코너 분)와 어느 날 자신도 모르는 언어를 구사하며 거대한 비밀의 중심에 서게 된 TV 저널리스트 마가렛 페어차일드(에밀리 블런트 분)가 진실을 세상에 공개하려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미지와의 조우’ ‘E.T.’ ‘우주 전쟁’ 등 다양한 SF 장르 영화를 연출해 온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가 메가폰을 잡고 ‘쥬라기 공원’ ‘미션 임파서블’ ‘스파이더맨’ 등을 탄생시킨 데이빗 코엡이 각본에 참여했다. 에밀리 블런트가 마가렛 역을, 조쉬 오코너가 다니엘 켈너 역을 맡아 극을 이끈다.
영화는 외계 생명체와 음모론, 초능력, 종교, 전쟁 등 다양한 소재를 한데 엮는다. 로즈웰 사건과 미확인 비정상 현상(UAP), 외계 존재와의 조우에 관한 기억 등 오랫동안 회자돼 온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구축한 세계관이 흥미를 자극한다. 여기에 스티븐 스필버그 특유의 스케일과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더해지며 거대한 영화적 체험을 선사한다.
외계인의 정체 자체보다 그 존재가 밝혀졌을 때 인간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에 집중한 점이 흥미롭다. 작품 속 세계는 북한을 둘러싼 갈등으로 제3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감춰져 있던 진실이 공개되자 사람들은 전쟁보다 그 사실에 주목한다.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고, 누군가는 충격에 빠진 채 화면을 바라본다.
그 감정은 하나로 규정하기 어렵다.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확인한 충격일 수도 있고, 오랫동안 진실이 감춰져 왔다는 사실에 대한 배신감일 수도 있다. 혹은 인간이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깨달음에서 오는 혼란일 수도 있다. 외계 존재를 이용하고 착취해 왔다는 사실에 대한 죄책감이나 그들을 향한 연민이 섞여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영화는 그 감정을 명확하게 설명하거나 정의하지 않는다. 대신 진실과 마주한 인간이 보일 수 있는 복합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진실을 공개해야 한다고 믿는 이들과 그 진실이 세상을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 우려하는 이들의 충돌도 함께 그려낸다. 외계 존재와 관련된 비밀을 통제해 온 워덱스의 수장 노아 스캔런(콜린 퍼스 분)은 단순한 악역이라기보다 자신의 방식대로 인류를 지키려는 인물이다. 덕분에 선과 악의 단순한 대결로 흐르지 않는다.
다만 방대한 설정과 수많은 정보를 쏟아내며 거대한 세계관을 구축하는 탓에 때때로 어렵게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설명의 부재라기보다 스필버그가 관객에게 남겨둔 해석의 여지로 볼 수 있다. 외계 존재의 메시지가 공개되기 직전 막을 내리는 결말 역시 같은 맥락이다. 앞으로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그 이후의 이야기를 관객 각자의 몫으로 남긴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관객의 머리카락이 뒤로 휘날릴 정도로 박진감 넘치는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다”며 “첫 프레임부터 약 20분에 달하는 피날레까지 정점을 찍고 싶었다. 세상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무엇이 은폐됐는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깨닫게 되는지 말하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러닝타임 145분, 오늘(1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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