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5일 저녁, 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는 평소보다 한층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글로벌 AI 패권을 쥐고 있는 엔비디아의 수장,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방한했다는 소식에 오전부터 몰려든 인파와 취재진이 거리를 가득 메웠기 때문이다.
이날 황 CEO가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과 만찬을 갖는 장소로 알려진 홍대의 한 고깃집 ‘형님저요’ 앞은 오전부터 북적였다. 오전 11시 무렵부터 취재진과 시민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고, 오후 3시가 되자 골목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식당 앞은 물론 건너편 인도와 주변 카페, 맥줏집 창가까지 인파가 빼곡히 들어찼다.
가게 주변에는 카메라와 휴대전화를 든 시민들이 길게 늘어섰다. 식당 바로 위 맥주 가게 손님들까지 창가에 기대 아래 상황을 내려다봤다. “젠슨 황 온대”라는 말이 골목 곳곳에서 들렸다.
오후 6시 50분께에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차례로 도착했다.
현장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것은 오후 7시 10분께였다. 검은색 가죽 재킷 차림의 황 CEO가 모습을 드러내자 현장 곳곳에서 “젠슨!”을 외치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시민들은 일제히 휴대전화를 들어 그를 촬영했고, 황 CEO는 손을 흔들며 환하게 웃었다.
홍대에서 만난 20대 남성 A씨는 “2시간 전부터 기다렸다”며 “젠슨 황은 한국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인물이라 직접 보고 싶었다. 한국에 온 게 정말 반갑다”고 말했다.
식당 안으로 들어간 황 CEO는 총수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삼겹살 만찬에 들어갔다. 테이블 위에는 삼겹살과 하이트 맥주의 참이슬, 테라가 놓이면서 이른바 ‘삼소(삼겹살+소주)’ 회동이 시작됐다.

건배 순간 황 CEO는 잔을 들고 “고(GO) 코리아! SK! LG! 네이버!”라고 외쳤다. 이에 테이블 분위기는 한층 더 달아올랐다.
황 CEO는 기다려준 시민들을 향한 팬 서비스도 잊지 않았다. 그는 가게 밖에서 기다린 시민들에게 준비해온 도넛과 SK하이닉스와 세븐일레븐이 협업해 만든 허니바나나맛 HBM칩을 직접 나눠주며 “나는 HBM 과자를 좋아한다(I love HBM chips)”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이날 회동 식사는 이 의장이 네이버페이로 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AI 시대의 ‘슈퍼스타’가 된 황 CEO의 방한에 서울 한복판은 하루 종일 들뜬 분위기였다. 홍대 골목을 가득 메운 시민들의 스마트폰 카메라와 환호성은, AI가 이제 기술을 넘어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됐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황 CEO의 이날 일정은 입국 직후부터 숨가쁘게 이어졌다. 입국 직후에는 홍대 'T1 베이스캠프'를 찾아 '페이커' 이상혁 선수를 만나 자신의 사인이 담긴 지포스 RTX 5090을 전달하며 게임과 AI의 접점을 확인했다.
방한 일정은 이제부터가 본격적이다. 내일에는 황 CEO는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 녹화에 참여하고, 오는 7일에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만나 게임 및 AI 협력을 논의하고, 잠실야구장에서 두산베어스와 키움히어로즈 경기의 시구자로 나선다.
마지막 날인 8일은 더욱 바쁘게 움직인다. 서울 여의도 LG그룹 사옥을 방문해 구광모 회장 및 LG전자·LG CNS 경영진과 면담하고, 성남 네이버 ‘1784’ 사옥을 찾는다. 이어 업스테이지, 노타, 베슬AI 등 국내 주요 AI·로봇 스타트업과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피지컬 AI'를 논의한다. 현대차그룹 사옥 방문도 긴밀히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계는 이번 젠슨 황의 방한이 단순한 친목을 넘어, 한국의 주요 기업들과 엔비디아 간의 AI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 로봇에 이르는 광범위한 'AI 동맹'을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황 CEO는 모든 일정을 마친 뒤 8일 늦은 오후 또는 9일 오전 출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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