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송금 어쩌나"…원·달러 환율, 17년 만 최고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50원 가까이 돌파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후 소폭 하락, 1530원대 후반에서 마감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들의 거센 주식 매도세가 맞물리면서, 환율은 14거래일 연속 1500원대의 기록적인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30분 기준 전거래일 대비 9.4원 내린 1539.1원에 마감했다. 2009년 3월9일(종가 기준 1549.0원) 이후 최고치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종가 대비 0.7원 내린 1529.0원에 출발했으나 개장 직후 상승 반전했다. 이후 오름폭을 확대하던 환율은 장중 1549.10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0일 장중 고점(1561.0원)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고환율의 주된 배경으로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 심리 강화가 꼽힌다. 미국과 이란 간의 종전 협상 기대감이 약해진 상황에서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무력 충돌까지 이어지며 시장의 불안을 키웠다.

전규연·이태석 하나증권 연구원은 "유가 급등 여파로 원화가 미 달러 대비 5월 중 1.8% 절하된 데 이어 6월 1~4일에도 1.4% 추가 절하됐다"며 "전쟁 발발 이후 주요 통화 중 원화의 절하 폭(5.8%)이 가장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주식 순매도가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날 오후 3시30분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3조5216억원 넘게 팔아치우며 20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지속했다.

외환 당국의 긴급 구두 개입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과도한 쏠림에 필요한 조치를 즉시 취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지난 4일에도 "최근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각별히 경각심을 가지고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환율 상승세를 꺾지는 못했다.

증권가에서는 대내외 악재가 겹치며 원화 가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약해진 상태라고 봤다.

최규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 불안에 따른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외국인의 코스피 순매도 확대·엔화 약세 압력에 미국 관세 정책 우려까지 더해져 대내외 환경이 비우호적"이라며 "당초 단기 환율 상단을 1550원으로 판단했으나 주요 요인들이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만큼 당분간 1500원대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하반기에는 종전 협상 진전과 전쟁 리스크 해소 시 유가와 물가의 방향성이 하방으로 잡히면서 적정 환율인 1400원 초중반 수준으로 점진적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속되는 고환율 흐름은 국내 채권시장·통화정책에도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예상치를 상회한 5월 소비자물가와 더불어 환율이 지속적으로 1500원을 웃돌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를 한층 높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은행 총재가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스탠스를 보인 가운데 시장에서는 고환율·고물가 방어를 위한 7월 금리 인상은 물론 연속 인상이나 빅스텝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국고채 금리가 급등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환율 급등으로 실물 경제와 해외 출국객들이 체감하는 환전 부담도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이날 시중은행 고시 기준 원·달러 매매기준율이 1540원선을 웃도는 가운데, 인천국제공항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환전 창구에서 여행객이 달러 현찰을 살 때 적용되는 환율은 1603.0원을 기록, 전격 1600원선을 돌파했다.

KB국민은행의 일반 현찰 매입률 또한 1604.5원까지 상승하는 등 고환율 여파가 현장에 고스란히 반영되면서 해외 여행객·유학생 자녀를 둔 소비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한층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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