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포커스] 보험은 정체, 실적은 급증…증시가 바꾼 생보사 ‘생존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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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생명보험사 22곳의 당기순이익은 2조37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6% 증가했다. /AI생성이미지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올해 1분기 호실적을 거뒀다. 표면적으로는 수익성이 개선된 모습이지만 실적을 뜯어보면 보험 본업보다는 투자 부문이 성장을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산·고령화와 시장 포화로 보험영업 성장성이 둔화하는 가운데 생보사들의 수익 구조가 점차 투자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생명보험사 22곳의 당기순이익은 2조37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6%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보험손익은 예실차 손실 확대 등의 영향으로 868억원 감소했고, 투자손익은 4500억원 이상 늘며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보험보다 투자”…실적 가른 대형 생보사

실적 개선 흐름은 대형 생보사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업계 1위 삼성생명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순이익 1조2036억원을 기록하며 생보사 가운데 유일하게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전년 동기(6360억원) 대비 89.5% 증가한 규모다.

실적 내용을 살펴보면 보험 본업보다는 투자 부문 영향이 컸다. 삼성생명의 보험손익은 2565억원으로 전년 대비 7.7% 감소했지만 투자손익은 1조2729억원으로 125.5% 증가했다.

삼성전자 배당 확대와 삼성증권·삼성자산운용 등 자회사 실적 개선, 즉시연금 소송 환입 효과 등이 투자손익 증가를 이끌었다.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도 8486억원으로 늘었지만 순이익 증가세를 설명하기에는 투자 부문의 영향력이 더 컸다는 평가다.

한화생명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순이익은 38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0% 증가했다. 별도 기준 순이익도 2478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반면 별도 기준 보험손익은 624억원으로 40.1% 감소했다. 보험금 예실차 손실이 지난해보다 확대된 데다 사업비 예실차도 적자로 전환하면서 보험 본업 수익성이 악화됐다. 예실차는 보험사가 예상한 보험금·사업비와 실제 지출액의 차이를 뜻한다.

투자 부문은 실적을 떠받쳤다. 투자손익은 24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3.6% 급증했다. 외화 관련 손익 개선과 투자자산 운용 성과가 반영된 결과다.

교보생명은 보험손익과 투자손익이 모두 증가했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순이익은 48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7% 증가했다.

별도 기준 보험손익은 1848억원으로 13.3%, 투자손익은 2594억원으로 7.1% 늘었다. 건강보험과 암·간병보험 등 보장성 상품 판매 확대가 보험손익 개선으로 이어졌고, 채권 교체 매매와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 효과가 투자 성과를 뒷받침했다.

다만 투자손익 규모가 보험손익을 웃돌며 업계 전반의 흐름에서는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국내 주요 생보사 1분기 연결 기준 경영실적. /그래픽=정수미 기자

◇증시가 살린 실적…본업 경쟁력은 여전히 숙제

생보사들이 투자에 의존하는 배경에는 보험산업 자체의 성장 둔화가 자리하고 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들은 장래이익을 의미하는 보험계약마진(CSM)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모두 건강보험 등 보장성보험 판매를 늘리며 신계약 CSM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저출산과 고령화, 시장 포화로 전통적인 생명보험 수요는 둔화하고 있다. 보험연구원도 올해 생명보험 수입보험료 증가율을 1% 수준으로 전망했다. 보장성보험은 성장하겠지만 저축성보험과 변액보험은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투자손익 상당 부분이 증시와 금리, 환율 등 외부 변수에 좌우된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에는 증시 강세와 배당 확대, 환율 효과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했지만 시장 환경이 바뀔 경우 실적 변동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생보사들은 해외 사업과 자산운용, 요양·헬스케어 등 새로운 수익원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험영업만으로는 성장 한계가 뚜렷해진 만큼 투자와 비보험 부문을 포함한 수익 구조 다변화가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보험영업이 실적을 좌우했다면 최근에는 투자손익과 비보험 부문 영향력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투자수익보다 안정적인 보험 본업 경쟁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생보사들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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