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대한민국 게임 산업의 영토가 콘솔과 PC 패키지 중심의 글로벌 AAA급 시장으로 완전히 확장됐다. 과거 일부 매니아층의 전유물이거나 변방의 시도로 여겨졌던 국산 패키지 타이틀이 높은 기술력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 최적화, 독창적인 세계관을 앞세워 글로벌 메이저 무대에 안착했다. 북미, 유럽, 일본 등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의 차트 최상단을 연이어 국산 게임이 이름을 올리면서, 한국 게임의 위상과 비즈니스 모델 다각화가 본궤도에 올랐다.
△ 시장의 냉소적 시선 극복한 펄어비스, '소통형 패치'로 흥행 반전 성공
최근 국내 게임사들의 실적 발표가 집중된 가운데, 콘솔 시장 안착의 성과를 직관적으로 증명한 곳은 단연 펄어비스다. 펄어비스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3285억원, 영업이익 212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2597.4% 증가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전체 매출의 94%가 해외(북미·유럽 81%)에서 발생했다.
이 같은 성과의 주역인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붉은사막(Crimson Desert)'은 시장의 우려를 딛고 거둔 결실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붉은사막은 2019년 최초 공개 이후 출시가 수년간 지연되면서 시장의 냉소적인 시선을 받았다.
지난 3월 베일을 벗었을 때도 초기 메타크리틱 평점이 78점에 그치며 조작감과 시스템 편의성 측면에서 아쉬운 평가를 받았고, 편의성 저하에 대한 여론이 번지며 주가가 약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펄어비스는 패키지 기반의 싱글 플레이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라이브 서비스 MMORPG에 준하는 수시 업데이트 체제를 도입하며 정면 돌파했다. 이용자 피드백을 즉각적으로 수집해 두 달 동안 총 18번의 패치를 단행하며 단점으로 지적되던 조작감, 퍼즐 기믹, 시스템 밸런스를 빠르게 보완했다.
해외 대형 제작사들이 기술적 문제를 수개월간 방치하는 기존 관행과 대조되는 신속한 사후 지원에 글로벌 이용자들의 평가도 동반 상승했다. 결과적으로 붉은사막은 초기 혹평과 우려를 불식시키며 출시 나흘 만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했고, 출시 26일 차에 누적 판매량 500만 장을 달성하며 글로벌 흥행 궤도에 안착했다.
△ 네오위즈 'P의 거짓', 1100만 장 대기록과 DLC 공식으로 증명한 장기 IP의 힘
펄어비스의 붉은사막에 앞서, 글로벌 시장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기며 한국 콘솔 게임의 가능성을 먼저 증명한 성공 사례들도 재조명받고 있다. 네오위즈의 'P의 거짓(Lies of P)'이 대표적이다. 과거 중견 퍼블리셔 이미지가 강했던 네오위즈는 P의 거짓 단 한 편으로 글로벌 AAA급 개발사로 명성을 굳혔다.
출시 이후 흥행을 이어온 P의 거짓은 어느덧 PC·콘솔 통합 누적 판매량 1100만 장을 돌파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매출의 97%가 북미, 유럽, 중국 등 해외에서 발생하는 K-소울라이크의 자존심이다. 특히 최근 출시된 대규모 DLC(다운로드 콘텐츠)인 'P의 거짓: 서곡(Overture)'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흥행 동력을 이어가고 있다.
'서곡'은 본편을 뛰어넘는 정교한 완성도로 메타크리틱 85점을 기록했으며, 영국의 '골든 조이스틱 어워드'와 미국의 '뉴욕 게임 어워드'에서 한국 게임 최초로 '최고의 확장팩(Best DLC)' 상을 석권하는 등 평단과 게이머들의 찬사를 받았다. 품질만을 기준으로 치열하게 토론하는 라운드8 스튜디오의 'Three Kings' 개발 문화가 글로벌 팬덤에 다시 한번 적중하며, 국산 패키지 게임도 글로벌 시장에서 장기 흥행할 수 있다는 이정표를 세웠다.
△ 시프트업 '스텔라 블레이드', 플랫폼 확장과 자사 IP 시너지의 정수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Stellar Blade)' 역시 국산 콘솔 게임의 글로벌 주류 안착에 독보적인 획을 그었다. 한국 최초로 소니(SIE)의 세컨드 파티 지원을 받으며 플레이스테이션5(PS5) 독점 타이틀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이 작품은, PC(스팀) 버전 확장을 기점으로 흥행 규모를 한층 더 키웠다.
스텔라 블레이드는 뛰어난 그래픽으로 구현된 매력적인 캐릭터와 몰입감 높은 전투 액션을 강점으로 내세워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동시에 받았다. 그 결과 국내외 주요 시상식을 석권한 것은 물론, PC 버전 출시 사흘 만에 100만 장을 돌파하며 플랫폼 통합 누적 판매량 300만 장을 넘어서는 쾌거를 이뤘다.
특히 스팀 출시 직후 최고 동시접속자 수 19만 2000명을 기록했는데, 이는 역대 소니 퍼블리싱 싱글플레이 기반 PC 게임 중 최고 수치(기존 갓 오브 워 7만 3000명, 고스트 오브 쓰시마 7만 7000명 등)를 크게 가로지른 기록이다. DLSS 4, FSR 3 등 최신 기술을 접목해 고사양과 저사양 PC 유저를 모두 만족시킨 안정적인 최적화가 흥행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메타크리틱 유저 평점 9.2점, 스팀 최고 등급인 '압도적으로 긍정적(Overwhelmingly Positive)' 평가를 유지하며 글로벌 IP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굳혔다.
△ 초기 집중형 매출 한계 극복, '연속성 있는 라인업 구축'이 과제
이들 삼각 편대가 보여준 국산 패키지 게임의 연쇄 흥행은 국내 게임 산업의 체질을 '글로벌 콘솔 강국'으로 완전히 체질 개선하고 있다. 글로벌 게이머들이 세계관과 스토리, 오롯이 타격감과 손맛에 몰입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국산 웰메이드 패키지 게임에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게임산업 진흥 종합 계획'을 통해 콘솔 게임 육성에 힘을 보태며 힘을 실어주는 형국이다.
다만, 주류 시장 안착을 넘어 글로벌 메이저 제작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한 중장기 과제도 명확하다. 온라인 라이브 게임과 달리 초기에 매출이 집중되는 패키지 게임의 특성상, 신작 출시 이후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분기별 매출 하락기와 차기작까지의 공백기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핵심 관건이다.
실제로 붉은사막의 역대급 흥행을 일군 펄어비스가 올해 연매출 최대 9754억원을 기록하며 첫 1조원 달성을 바라보고 있지만, 하반기 이후 분기 매출 안정화를 위해서는 후속 모멘텀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있다.
결국 글로벌 프랜차이즈로서 장기 수명 주기를 확보하는 열쇠는 '콘텐츠의 고도화된 다각화'와 '연속성 있는 라인업 구축'에 있다. 네오위즈가 본편 출시 2년 차에 깜짝 선보인 확장팩 '서곡'을 통해 270만 장 이상의 추가 판매고를 올리며 롱런 IP로서의 생명력을 증명한 사례는 매우 훌륭한 교과서가 된다.
향후 한국 게임사들이 글로벌 메이저 스튜디오로 확고히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주요 차기작들의 적기 출시를 통해 신작 공백을 메우고, 지속 성장을 담보할 짜임새 있는 '장기 파이프라인 구축'에 전력을 다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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