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영국 채무구조조정, 폰지사기 유사 구조"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18세기 영국의 국가채무 구조조정이 투자자에게 손실을 전가한 '폰지 사기'와 유사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울러 인공지능(AI) 도입이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등 중앙은행의 노동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프랑수아 벨드 미국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선임연구위원 겸 경제자문위원은 2일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2026년 BOK 국제컨퍼런스' 2일차 세션에서 "지난 1717~1722년 영국의 국가채무 구조조정과 이에 따른 남해회사 주식 거품 사태를 분석한 결과, 당시 구조조정은 납세자와 초기 투자자의 이익을 위해 후기 투자자에게 대규모 손실을 전가한 '폰지 사기(Ponzi Scheme)'와 유사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영국은 장기간의 전쟁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60% 규모까지 급증한 국가채무를 줄이기 위해 국채를 남해회사 주식으로 교환해주는 정책을 도입한 바 있다.

벨드 선임연구위원은 "당시 배당금 흐름과 재투자 수익 등을 정밀 분석한 결과 뒤늦게 국채를 남해회사 주식으로 전환한 후기 투자자는 원금의 최대 절반에 가까운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며 "반면 조기상환 불가 국채의 감소로 납세자의 부담이 줄었고, 거품 붕괴 전 주식을 매각한 초기 투자자는 큰 수익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721년 의회의 구제안은 거품 붕괴 손실을 모든 채권자에게 평등하게 배분하는 대신 후기 투자자에게 집중시키는 편파성을 나타냈다"며 "위기 상황에서 의회가 언제든 법적 권력을 이용해 채권자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이 결과는 명예혁명 이후 의회 정치가 강화되면서 국가채무 상환에 대한 신뢰가 구축됐다는 기존 경제사학계의 통념과 상충된다"고 강조했다.

다음 세션을 맡은 소피아 카지닉 스탠포드대 디지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인공지능과 연준'이라는 발표에서 "AI는 통화정책 수립·금융안정 모니터링·은행 감독 등 중앙은행의 핵심 기능을 혁신할 강력한 지원 도구"라며 "미 연준의 예산안과 직무 분석을 통해 AI 도입 시 지식 노동 부문 전반에 걸쳐 생산성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생성형 AI는 연준 시스템 전반의 지식 노동 생산성을 광범위하게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뉴욕연준이 전담하는 공개시장운영(OMO) 한 분야에서만 연간 약 117만시간의 업무 효율화 잠재력이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카지닉 연구원은 "중앙은행은 단일한 공적목표의 부재·엄격한 공적 책임성·관료적 절차와 데이터 장벽 등 구조적 제약으로 인해 민간보다 AI 도입이 지연되고 있다"며 민간 기업과의 차이점을 짚었다.

그는 "AI 잠재력을 온전히 실현하려면 통합 데이터베이스(데이터 레이크) 구축·컴퓨팅 인프라 확대와 더불어 직무 특성에 맞춘 차별화된 교육 경로(기본 역량·업스킬링·재교육)와 내부 AI 거버넌스 체계를 개선하는 등 조직의 업무 프로세스와 제도를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은은 지난 1일부터 이틀간 '중앙은행, 그리고 화폐의 미래'를 주제로 2026년 BOK 국제 콘퍼런스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는 △금융안정과 통화정책 간 연계 △디지털 화폐와 지급결제 혁신 △커뮤니케이션 전략 △중앙은행의 역사적 변천 △AI 기술 혁신 등과 관련한 최신 연구와 정책 사례를 나누는 자리로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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