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곽세병 레디포스트 대표 "정비사업 총회, 디지털로 바꾼다"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재건축·재개발 총회장에서는 종종 고성이 오간다. "서명이 맞느냐", "위임장이 진짜냐", "이 표가 유효하냐"는 다툼이 총회 이후 소송으로 번지기도 한다. 시공사 선정이 걸린 총회라면 분위기는 더 예민해진다. 한 표가 조 단위 공사 수주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 복잡한 시장에 전자총회 플랫폼을 제시한 스타트업이 있다. 레디포스트(대표 곽세병)는 재건축·재개발 조합과 집합건물 총회를 전자화하는 '총회원스탑'을 운영하고 있다. 전자투표, 온라인총회, 전자서명, 소유주 인증, 모바일 고지, 조합원 소통 기능을 제공한다.

지난 26일 찾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 레디포스트 사옥은 분주했다. 직원들은 총회 운영 자료를 확인하고 고객 문의에 응대하고 있었다. 곽세병 대표도 지난 20일 '2026 수도권 재건축·재개발연합회 정책 간담회'에 참석한 뒤 이어진 업무로 바쁜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사업 방향을 설명하는 그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곽 대표는 "정비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절차는 총회"라며 "기존 총회는 사람이 직접 움직이는 구조라 비용이 크고 오류나 분쟁 가능성도 높았다"고 말했다. 이어 "전자회의 핵심은 참여자 자격과 의결 절차를 분명히 기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디포스트의 출발점은 부동산이 아니었다. 곽 대표는 SK플래닛에서 B2C 데이터 사업을 맡으며 부동산 소유자 데이터의 가능성을 봤다. 이후 상가·오피스텔 등 집합건물 관리 서비스를 창업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마주한 핵심 문제는 관리가 아니라 의사결정이었다.

곽 대표는 "서면결의서를 수작업으로 받고, OS 요원이 방문하는 방식이 반복됐다"며 "그 과정에서 위조나 대필 시비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로 바꿔야 할 지점이 총회에 있다고 봤다"고 했다.

레디포스트는 규제 샌드박스를 거쳐 전자투표와 온라인총회 실증 특례를 진행했다. 이후 정비사업과 집합건물에 특화된 총회 플랫폼으로 방향을 좁혔다. 

곽 대표가 가장 강조한 단어는 '신뢰'였다. 단순히 투표를 모바일로 바꾸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실제 권리자를 확인하고 절차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핵심이다.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총회 직전에도 지분 매매나 소유권 변동이 발생한다. 투표 자격 검증이 부실하면 총회 전체가 무효 다툼에 휘말릴 수 있다.

곽 대표는 "자격 없는 사람이 투표에 참여하면 총회 전체가 소송 리스크에 놓일 수 있다"며 "레디포스트는 소유주 검증 시스템을 통해 실제 권리자 확인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장 과제도 있었다. 고령 조합원의 사용성 문제다. 곽 대표는 "처음에는 앱 설치 방식을 어려워하는 조합원이 많았다"며 "이후 앱 다운로드와 복잡한 회원가입 절차를 없애고 문자나 알림톡으로 바로 접근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고 말했다.

시공사 선정 총회처럼 이해관계가 큰 현장에서는 시스템의 중립성도 중요하다. 곽 대표는 "레디포스트 시스템은 구조적으로 임의 조작이 불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자총회는 결과를 바꾸는 도구가 아니라 절차를 투명하게 만드는 도구"라며 "분쟁 소지를 줄여 정비사업 진행 속도를 높이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신규 주택 공급의 핵심,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은 법과 제도 변화에 민감하다. 전자 동의서와 전자총회가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는 흐름은 레디포스트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 곽 대표는 "전자적 방식의 동의서와 총회 절차를 인정하는 흐름은 분명히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비사업 시장 전망도 긍정적으로 봤다. 곽 대표는 "현재 서울에서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조합은 약 726개"라며 "서울 시내 노후 아파트 단지만 해도 수백 개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비사업은 앞으로 5년은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정비사업 물량은 확대되는 흐름이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전국 20년 이상 노후 주택 비율은 53.7%다. 서울은 64.9%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서울 신규 아파트 공급에서도 정비사업 비중은 높다. 2025년 기준 서울 전체 아파트 공급의 91%가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이뤄졌다. 2022년 78%, 2023년 87%, 2024년 81%에 이어 높은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곽 대표는 "정비사업 공급 물량이 늘면 행정, 총회, 동의서, 문서 관리 수요도 함께 증가한다"며 "프롭테크 기업 입장에서는 실적과 직결될 수 있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단발성 총회 매출에만 기대지는 않는다. 레디포스트는 조합이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SaaS 모델도 제공하고 있다. 곽 대표는 "올해 1분기 신규 고객 수가 지난해 전체 신규 고객 수보다 많았다"며 "아직 시장에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만큼 성장 여지는 더 크다"고 말했다.

전자총회, AI 문서 자동화로

레디포스트는 재건축·재개발에만 머물지 않는다. 상가,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등 집합건물 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여러 소유자가 하나의 건물을 공동으로 보유한 곳에서는 대표자 선출, 관리규약 변경, 주요 안건 의결 수요가 꾸준히 발생한다.

곽 대표는 "레디포스트는 재개발·재건축 총회 대행사가 아니다"라며 "여러 소유자가 얽힌 부동산 의사결정 문제를 푸는 회사"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AI 서비스도 개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는 정비사업 문서 자동화다. 복잡한 행정 문서를 분류·검토하고, 총회 음성을 인식해 속기록과 회의록을 자동 생성하는 방식이다.

레디포스트가 택한 시장은 화려하지 않다. 오히려 낡고 복잡하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크고 반복 수요가 있다. 모두가 불편하다고 말하지만, 아무도 끝까지 바꾸지 못한 영역이기도 하다. 곽 대표는 "앞으로 2~3년은 도시정비사업이 디지털로 재편되는 골든타임이 될 것"이라며 "레디포스트는 법적 안정성과 AI 자동화 기술을 무기로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비사업의 시작과 끝은 총회원스탑으로 통한다'는 공식을 증명하겠다"며 "총회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리스크와 현장 변수까지 함께 다루는 기술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레디포스트는 IBK기업은행(024110)의 창업 육성 플랫폼 'IBK창공(創工) 구로' 10기 육성기업이다. 액셀러레이터 씨엔티테크(대표 전화성)가 함께 육성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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