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글로벌 대상포진 백신 시장에 도전해온 GC녹십자(006280)의 전략이 결국 대형 인수합병(M&A)으로 이어졌다. 업계에서는 국내 기업이 발굴한 백신 후보물질이 미국 현지 법인을 거쳐 글로벌 임상 단계까지 진입한 뒤 빅파마 인수로 연결됐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사례라는 평가다.
GC녹십자는 27일 보유 중인 큐레보 지분 2107만5336주 전량을 릴리에 양도한다고 공시했다. 거래 금액은 약 4599억원(3억392만달러) 규모이며, 양도 예정일은 오는 8월24일이다. 큐레보는 GC녹십자가 지난 2017년 미국 시애틀에 설립한 대상포진 백신 개발 기업이다.

GC녹십자는 큐레보 지분 20.3%를 보유하고 있었다. 최초 투자금은 약 272억원 수준으로, 이번 거래를 통해 투자 원금 대비 약 17배 규모의 회수 성과를 거두게 됐다. 단순 지분 매각만으로도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692억원)의 6배를 웃도는 현금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이번 계약으로 릴리는 큐레보가 개발 중인 차세대 대상포진 백신 후보물질 '아메조스바테인(개발명 CRV-101)'에 대한 권리도 확보한다. 릴리는 별도 발표를 통해 큐레보 전체 인수 규모가 최대 15억달러(약 2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거래 종결 시 계약금이 지급되며, 향후 상업화 과정에서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단계별 마일스톤이 추가 지급되는 구조다.
허은철 GC녹십자 대표는 "큐레보 설립 초기부터 이어온 연구개발 투자와 협력 전략의 가치가 인정받은 결과"라며 "앞으로도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차별화된 자산 개발과 전략적 투자를 지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업계는 반환 의무가 없는 선급금(업프런트) 규모에 주목하고 있다. 전체 계약금 가운데 약 3066억원이 업프런트로 설정됐으며, 이 중 약 2847억원은 규제당국 승인 등 거래 종결 조건 충족 이후 즉시 지급된다. 바이오 업계에서는 대규모 업프런트 자체가 후보물질 경쟁력에 대한 빅파마의 높은 신뢰를 보여주는 지표로 받아들여진다.
핵심은 결국 아메조스바테인의 임상 경쟁력이다. 현재 글로벌 대상포진 백신 시장은 GSK의 '싱그릭스'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으며, 연간 매출 규모만 약 45억달러(약 6조7000억원)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아메조스바테인이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대상포진 백신 가운데 가장 앞선 파이프라인 중 하나라는 평가가 나온다.
큐레보는 이미 확장 임상 2상을 완료했으며, 추가 임상 2b상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릴리 역시 이번 인수 발표에서 해당 후보물질을 '임상 3상 진입 가능 단계' 자산으로 소개했다. 큐레보는 오는 2027년 글로벌 임상 3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백신 업계에서는 일반 신약 대비 백신 분야가 임상 후반부에 진입할수록 허가 성공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특히 대상포진 백신은 고령화와 예방의학 시장 확대 흐름 속에서 꾸준한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분야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파마가 임상 3상 직전 단계 백신 자산을 공격적으로 확보하고 있다는 것은 상업화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의미"라며 "싱그릭스 이후 차세대 시장 선점을 둘러싼 경쟁도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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