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진에어(272450)가 통합 LCC 출범을 앞두고 조종사 훈련 인프라를 확충했다. 에어부산·에어서울과의 통합 과정에서 기단과 운항 체계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운항승무원들이 새로운 기종과 비상상황에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교육 기반을 미리 갖추겠다는 판단이다.
진에어는 지난 7일 A320neo 시뮬레이터(FFS·Full Flight Simulator) 도입을 완료했다. 이번 장비는 실제 항공기 조종실과 같은 환경에서 모의 비행을 구현하는 훈련 장치다. 정밀한 움직임과 4K 고해상도 프로젝터를 통해 이착륙, 악천후, 비상상황 등을 실제 운항 환경과 유사하게 훈련할 수 있다.
이번 투자는 진에어의 기재 운용 변화와 맞물려 있다. 진에어는 올해 하반기 에어버스 기종 도입을 앞두고 있으며, 내년 1분기에는 통합 LCC 출범이 예정돼 있다. 그동안 보잉 기재 중심으로 운항해온 진에어 입장에서는 에어버스 기종 운용 역량을 빠르게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통합 이후 에어부산·에어서울 조종 인력과 훈련 체계를 어떻게 맞출지도 과제로 남아 있다.
항공사 통합에서 기재와 노선만큼 중요한 것이 운항 표준이다. 같은 계열 안에서 움직이더라도 조종 절차와 훈련 방식, 위기 대응 기준이 맞지 않으면 통합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진에어의 자체 시뮬레이터 도입도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외부 위탁 훈련에 기대는 방식보다 내부에서 반복적으로 조종사 역량을 관리하는 편이 통합 과정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진에어가 도입한 A320neo 시뮬레이터의 특징 중 하나는 연기 발생 장치다. 기존 훈련이 상황을 가정한 절차 숙달에 집중했다면, 이번 장비는 조종실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까지 구현할 수 있다. 기내 리튬 배터리 과열에 따른 화재, 조류 충돌 이후 연기 유입 등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한 항공업계의 경각심이 커진 흐름도 반영됐다.
운항승무원에게 비상상황 대응은 매뉴얼 숙지만으로 완성되기 어렵다. 조종실에 연기가 차거나 기상 조건이 급격히 나빠지는 상황에서는 판단 속도와 역할 분담, 절차 수행 능력이 동시에 요구된다. 그래서 훈련의 무게중심은 절차를 아는 데서 그치지 않고, 상황이 닥쳤을 때 바로 반응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옮겨가고 있다.
진에어는 시뮬레이터에 이어 비행훈련장치(Flight Training Device, FTD)도 추가 도입한다. FTD는 움직임 구현 기능은 없지만 실제 항공기와 같은 시스템으로 정상·비정상 상황 대응 절차를 반복 훈련할 수 있는 장치다. 진에어는 FFS와 FTD 도입에 약 220억원을 투자했다. 도입이 마무리되면 FFS 2대와 FTD 1대를 운용하는 자체 훈련 체계를 갖추게 된다.
교육 방식도 바뀌고 있다. 진에어는 지난해부터 역량 기반 훈련 평가(CBTA)와 증거 기반 훈련(EBT)을 병행하고 있다. CBTA는 운항승무원이 갖춰야 할 핵심 역량을 기준으로 훈련과 평가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EBT는 실제 비행과 정비 데이터를 바탕으로 위험 요인을 분석하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상황을 훈련 시나리오에 반영한다.

훈련 이후 복기도 강화된다. 시뮬레이터에서 진행한 과정은 녹화돼 디브리핑 자료로 활용된다. 조종사는 자신의 훈련 장면을 다시 확인하며 판단 과정과 조작 절차를 점검할 수 있다. 진에어 운항승무원들은 6개월 단위로 이 같은 실전형 훈련을 이수하고, 기종과 업무 특성에 따라 추가 훈련도 받는다.
◆통합 과정의 핵심 과제, 운항 안전망 표준화
통합 LCC 출범은 국내 LCC 시장의 구조를 바꾸는 작업이다. 규모가 커지는 만큼 노선 운영과 기재 활용의 효율성은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통합 과정에서 운항 안전 기준을 어떻게 맞출지는 별도의 과제로 남는다. 서로 다른 조직에서 축적된 운항 경험과 교육 체계를 하나의 기준으로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통합 LCC 출범을 앞두고 조종사 훈련 프로그램을 공동 개발한 것도 같은 흐름이다. 통합 이후 같은 브랜드와 운항 체계 안에서 움직이려면 기종 전환 교육, 비상상황 대응, 조종사 평가 기준을 미리 맞춰야 한다. 훈련 장비 도입은 그 과정에서 가장 눈에 보이는 투자다.
진에어 입장에서는 자체 훈련 체계를 확보하는 효과도 있다. 에어버스 기종 운항이 확대될수록 조종사 교육 수요는 늘어난다. 외부 교육기관에 의존하면 비용과 일정 관리에서 제약이 생길 수 있다. 자체 장비를 활용하면 운항승무원 교육 일정을 더 유연하게 짜고, 회사가 원하는 기준에 맞춰 반복 훈련을 운영할 수 있다.
진에어는 "통합 LCC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운항 안전망을 한층 더 촘촘히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실전 중심의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안전한 하늘 길을 지켜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뮬레이터 도입은 장비 한 대를 추가한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통합 LCC 출범과 에어버스 기종 확대를 앞두고 운항 안전 기준을 미리 맞추는 작업이다. 기단이 달라지고 조직이 합쳐질수록 훈련의 중요성은 커진다. 진에어의 투자는 통합 이후를 대비한 안전 인프라 정비이자, 새 기단을 안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운항 표준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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