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5년 만에 자동차보험료가 올랐지만 주요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손익은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4년 연속 보험료 인하 여파에 정비수가·부품비·치료비 등 보상 원가 상승이 겹친 데다, 경상환자 과잉진료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까지 지연되면서 하반기 수익성 회복 부담이 커지고 있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5대 손보사의 올해 1분기 자동차보험 손익은 461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회사별로 보면 KB손해보험이 249억원 적자를 냈고, 현대해상은 140억원, 삼성화재는 96억원, 메리츠화재는 64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DB손해보험만 유일하게 88억원 흑자를 냈지만, 전년 동기 458억원과 비교하면 80.8% 급감했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1분기 157억원 흑자에서 올해 1분기 14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자동차보험 수익이 전년 대비 4.8% 줄어든 데다 사업비 부담도 이어졌다. 삼성화재도 지난해 1분기 299억원 흑자에서 올해 1분기 96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자동차보험 손익 악화는 손해율 상승과 맞물려 있다. 5대 손보사의 올해 1분기 평균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5.2%로, 지난해 같은 기간 82.5%보다 2.7%포인트 올랐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보험료 수입 대비 사고보상금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업계에서는 통상 80%대 초반을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이를 감안하면 현재 손해율 수준에서는 보험료를 받아도 사고 보상금과 사업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다.
업계는 올해 초 자동차보험료를 1.3~1.4% 인상했다. 2021년 이후 5년 만의 인상이었다. 자동차보험료는 2022년부터 2025년까지 4년 연속 인하됐다.
보험업계는 당초 손익분기점 회복을 위해 최소 2.5~3% 수준의 인상이 필요하다고 봤다. 하지만 자동차보험료가 소비자물가와 직결되는 대표적인 민생 보험인 만큼, 금융당국과의 협의 과정에서 인상 폭은 1%대 초중반에 그쳤다. 4년간 누적된 인하 폭을 되돌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정비수가와 부품비, 치료비 등 보상 원가가 오르면서 인상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수입차 비중이 늘며 건당 수리비가 높아진 점도 손해율 부담으로 작용했다.

손해율 개선 카드로 꼽히던 ‘8주룰’ 도입도 지연되고 있다. 8주룰은 상해등급 12~14급 경상환자가 사고 후 8주를 넘겨 치료를 받을 경우 추가 심사를 거치도록 하는 제도다. 보험업계는 경상환자의 장기 치료와 과잉 진료를 줄여 자동차보험금 누수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왔다.
권영집 삼성화재 자동차보험전략팀장은 콘퍼런스콜에서 “경상환자 제도 시행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지만 당국에서 세부 사항을 논의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하반기 중 어느 정도 시행될 수 있다고 보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하반기부터 전년 대비 반전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실제 시행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관련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령 개정안은 법제처 심사를 통과해 국무회의 의결만 남겨둔 상태지만, 한방 의료계 등의 반발로 시행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여기에 차량 5부제 할인 특약까지 시행되면서 보험사들의 부담은 더 커졌다. 중동발 원유 위기에 따라 정부가 고유가 대응과 에너지 절감 차원에서 차량 5부제 참여자에게 자동차보험료를 최대 2% 할인해주는 특약 도입을 유도했기 때문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험료 인상으로 손해율을 방어해야 하는 시점에 정책성 할인 요인이 추가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5부제 참여로 차량 운행량이 줄면 장기적으로 사고 감소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다만 할인에 따른 보험료 수입 감소가 먼저 반영될 가능성이 크고, 실제 사고 감소 효과가 손해율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료 인상만으로 자동차보험 손익을 정상화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경상환자 제도 개선과 보상 원가 관리가 병행되지 않으면 하반기에도 큰 폭의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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