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임경제] 전남 담양 군수 선거판이 점점 '수사 예능 프로그램'을 닮아가고 있다. 정책은 실종되고, 고소·고발과 녹취, CCTV, 캡처본, 단톡방이 선거의 주인공이 된 지 오래다. 이제는 어린아이들 용돈 1만 원마저 현미경 수사 대상이 됐다.
선거철이면 으레 "민생을 챙기겠다"는 말이 넘쳐나지만, 정작 담양의 민심은 "제발 서로 좀 그만 물어뜯으라"는 탄식에 가까워지고 있다. 누구는 상대 후보를 경찰에 고발하고, 누구는 기자를 고발하며, 누구는 카카오톡 최초 유포자를 추적한다. 담양의 오월은 대나무 향보다 고소장 잉크 냄새가 더 짙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이번 논란의 중심에는 박종원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있다. 박 후보 측은 지난해 10월 한 후배 모임에서 현장에 있던 아이들에게 용돈 명목으로 1만 원씩 주라고 회장에게 10만 원을 건넨 일을 두고, "상대 진영이 '기부행위' 프레임을 씌우기 위해 악의적으로 편집된 CCTV 영상을 유포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 후보 캠프는 성명을 통해 "아이들 용돈까지 조작·편집해 선거공작에 악용하고 있다"며 "순수한 격려와 정을 추악한 범죄로 둔갑시키는 삼류 정치공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영상 말미에 삽입된 '스톱(Stop)' 음성을 근거로 "CCTV 화면을 재촬영하고 특정 장면만 발췌한 '의도적 편집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이제 담양에서는 세뱃돈도 법률 검토를 받고 줘야 하는 시대가 왔다"는 냉소까지 흘러나온다.
하지만 이 같은 풍경이 단순 해프닝으로 소비되지 않는 이유는 이번 선거가 그만큼 치열하기 때문이다. 정철원 후보와 박종원 후보 간 승부는 지역 정가에서도 '끝까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초박빙'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골목 민심과 조직표가 엇갈리며 하루에도 판세 분석이 뒤집힌다는 말이 나온다.
문제는 박빙 승부가 과열 경쟁으로 번지면서 정책 경쟁 대신 '흠집내기 정치'가 선거판 전체를 집어삼키고 있다는 점이다. 누구는 불법 유출 의혹을 제기하고, 누구는 허위사실 유포라며 맞고발에 나선다. 담양 군민들은 정작 농업, 관광, 인구감소, 지역경제 같은 현안보다 '오늘은 또 누가 누구를 고발했다'는 뉴스를 더 자주 접하고 있다.
선거는 원래 치열하다. 그러나 치열함이 품격까지 집어삼켜서는 안 된다.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해 아이들 용돈까지 정치적 무기로 끌어오는 모습은, 어느 편을 지지하든 군민들에게 피로감과 허탈감을 남긴다. 진실은 수사기관이 가릴 일이지만, 최소한 선거가 군민들의 상식과 체면까지 무너뜨리는 방향으로 흘러가선 안 된다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예측불허의 담양 선거판. 남은 기간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고소장이 아니라 더 설득력 있는 비전이라는 것이 지역사회의 공통된 주문이다. 담양 군민들은 상대를 넘어뜨리는 기술보다 당당하게 경쟁하는 품격을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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