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재생에너지는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 중 하나다. 하지만 재생에너지가 전력망의 실질적 버팀목이 되려면 전기 생산 능력만 갖춰져서는 안된다. 안정적으로 전력망을 유지·운영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최근 재생에너지 산업계를 중심으로 ‘그리드포밍(Grid-Forming)’ 기술이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재생에너지 전력망의 지휘자 ‘그리드포밍’
그리드포밍이란 전력망(Grid)의 전압·주파수 기준을 만들어내는 인버터 제어 기술이다. 쉽게 말해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원이 전력망의 기준이 되는 전압, 주파수를 스스로 형성, 유지 제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재생에너지 산업에서 그리드포밍이 주목받는 이유는 안정성 확보 때문이다. 기존 석탄·가스·원전·수력 발전기는 거대한 터빈과 발전기가 실제로 회전하면서 전기를 만든다. 반면 태양광·풍력 발전은 인버터(전력변환장치)를 활용해 전기를 만든다. 이 경우 주파수와 전압이 일반 터빈 기반 발전기와 달리 스스로 형성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이 바로 그리드포밍이다. 이 기술을 기존 태양광 및 풍력 인버터에 적용하면 재생에너지원도 일반 발전 에너지원처럼 전력망의 전압·주파수 안정성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특히 재생에너지의 그리드포밍은 전력망 전체가 멈추는 대정전 ‘블랙아웃’ 상황에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외부 전원 공급 없이 배터리(ESS)나 재생에너지 인버터가 스스로 전압과 주파수를 생성해 전력망을 초기화하고 복구할 수 있어서다.
이 같은 장점에 미국 정부는 2021년부터 관련 산업에 자금을 투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태양에너지기술사무국(SETO)은 2021년 그리드포밍 기술 개발을 위해 ‘UNIFI(Universal Interoperability for Grid-Forming Inverters) 컨소시엄’을 구성, 2,500만달러(약 375억원)의 예산을 지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 시장 규모도 매해 빠르게 성장 중이다. 글로벌시장조사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그리드포밍 기반 인버터 시장은 약 9억3,488만달러(약 1조4,019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오는 2034년에는 이보다 2배 가까이 성장한 17억3,023만달러(약 2조 5,946억)에 이를 전망이다.
◇ 중국이 주도하는 그리드포밍 시장… 국내선 ‘지필로스’ 등 산업체 주목
현재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곳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다.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57.62%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다. 시장 규모로 환산하면 약 4억9,466만달러(약 7,420억원) 규모다.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재생에너지 산업에 관심이 높은 국가들의 투자가 높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중국의 시장 규모는 3억2,783만달러(약 4,919억원)로 아시아 전체 시장의 70%에 육박했다.
이 가운데 국내 산업계 역시 관련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수소전문기업인 ‘지필로스’가 있다. 18일 지필로스는 마이크로그리드(Microgrid) 환경에서 전압과 주파수를 스스로 형성해 계통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그리드 포밍 기술이 적용된 옥외 판넬형 ‘1MW급 고효율 PCS’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지필로스가 공개한 1MW급 고효율 PCS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미세한 전력 변화에도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 수소에너지저장장치(HESS) 등 다양한 에너지원과 조화롭게 작동할 수 있도록 전력망의 ‘마스터(Master)’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기존 10피트(FT) 컨테이너형 제품 대비 설치 면적을 25% 수준으로 대폭 축소했다. 이를 통해 공간 제약을 최소화가 가능하다. 출력 밀도도 향상돼 98% 이상의 에너지 변환 효율을 구현했다. 부지 확보가 어려운 도심형 분산전원이나 산업단지 내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어 계통 안정화를 위한 핵심 설비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가우 지필로스 대표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전력망의 안정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며 “지필로스의 그리드 포밍 기술은 단순히 재생에너지 특유의 불규칙성 보완 계를 넘어 전력망의 전압과 주파수를 스스로 형성 하는 수준까지 향상돼 에너지 가격과 환경 부담을 동시에 줄이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