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잇는 즐거움, ‘시니어 게임’에 주목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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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일부 사람들이 즐겼던 게임은 이제 하나의 커다란 문화로 자리잡았다. 더 나아가 청년층의 전유물인 게임은 중노년층의 디지털 적응을 돕고 가족 간 소통을 잇는 매개체로 확장되고 있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과거 일부 사람들이 즐겼던 게임은 이제 하나의 커다란 문화로 자리잡았다. 더 나아가 청년층의 전유물인 게임은 중노년층의 디지털 적응을 돕고 가족 간 소통을 잇는 매개체로 확장되고 있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초등학생 시절이었다. 주말마다 부모님과 함께 ‘재즈 잭 레빗2’라는 게임을 함께 플레이했다. 귀여운 토끼 캐릭터들이 적과 맞서 싸우며 모험을 하는 게임이었다. 단순했지만 온 식구가 모여 매일 저녁 전략을 구상했다. 재즈 잭 레빗2는 단순한 게임을 넘어 직장에서 지친 부모님의 휴식공간이자 자녀와의 소통 창구였다.

20년 넘는 시간의 흐른 현재, 게임 산업은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PC나 비디오게임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태블릿으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게임을 즐긴다. 과거 일부 사람들이 즐겼던 게임은 이제 하나의 커다란 문화로 자리 잡았다. 더 나아가 가상·증강현실(VR·AR), 스마트 글래스 등 IT기기의 등장으로 게임은 ‘고령화 사회’의 새로운 연결의 창으로 변신 중이다. 청년층의 전유물인 게임은 중노년층의 디지털 적응을 돕고 가족 간 소통을 잇는 매개체로 확장되고 있다.

◇ 게임, 단순 여가 넘어 세대 간 잇는 ‘징검다리’ 역할도

“기존의 선행 연구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게임이 노인들의 인지적 사고 증진, 신체 능력 향상에 좋다는 이야기 뿐이었다. 하지만 고령층 역시 젊은 세대와 마찬가지로 게임에서 ‘즐거움’이 중요한 요소를 차지한다.”

19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백남준홀, 이세연 문화기술대학원 박사후연구원(현 삼성전자 CDO 인터랙션 디자이너)는 GSCT 콜로키움 강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연구원은 기존 게임 연구가 고령층의 인지·신체 기능 향상에 주로 초점을 맞춰왔지만 노년층 역시 게임의 즐거움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중노년층에게 단순한 오락이 아닌, 디지털 문화 진입과 세대 간 소통을 돕는 매개가 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세연 박사는 4주간 50~85세, 평균 66.75세의 중노년층 40명을 대상, 대학생 서포터즈와 함께 게임을 하는 플레이 워크숍을 진행했다. 그 다음, 게임이 세대 간 커뮤니케이션을 촉진하 수 있는지 탐색했다.

중노년층은 실제 게임 플레이 경험을 통해 게임에 대한 인식 변화를 보였다. 기존의 또한 인생 회고와 게임 플레이를 결합한 세션 분석에서 디지털 게임이 세대 간의 소통을 촉진했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중노년층은 실제 게임 플레이 경험을 통해 게임에 대한 인식 변화를 보였다. 기존의 또한 인생 회고와 게임 플레이를 결합한 세션 분석에서 디지털 게임이 세대 간의 소통을 촉진했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실험 결과, 중노년층은 실제 게임 플레이 경험을 통해 게임에 대한 인식 변화를 보였다. 또한 인생 회고와 게임 플레이를 결합한 세션 분석에서는 디지털 게임이 세대 간의 소통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세연 박사는 “게임플레이 과정에서 중노년층 분들과 대학생 서포터들이 함께 대화한 내용을 분석했는데 여러가지 테마가 있었다”며 “예를 들어 과거 회상이나 미래에 대한 준비, 배우자와의 삶에 대한 내용 등 두 세대가 게임플레이 도중 여러 주제로 소통을 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게임은 중노년층의 삶의 질 자체를 높일 수 있다. 2020년 KAIST 문화기술대학원 도영임 교수와 이세연 박사는 50~60대 중장년층 19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장년층에서 게임 플레이를 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사회적지지 만족도와 웰빙 지수가 높았다. 여기서 웰빙 지수는 신체적 건강, 정신적 평안, 삶의 만족도 등을 포함한 지표다.

이세연 박사는 “중장년층은 단순히 게임의 성취를 추구하는 것보다 사랑하는 자기 가족,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욕구가 크다”며 “또한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웰빙 지수가 상대적으로 높고 긍정적인 가치관을 갖을 확률이 높았고, 반대로 부정적 정서나 우울감은 더 낮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협회(ESA)’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성인의 60%가 매주 비디오게임을 한다. 이 중 글로벌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퍼즐·로직’류의 게임이 50대 이상 중장년층 게이머들의 73%가 선호하는 인기 장르였다. / 그래픽=이주희 디자이너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협회(ESA)’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성인의 60%가 매주 비디오게임을 한다. 이 중 글로벌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퍼즐·로직’류의 게임이 50대 이상 중장년층 게이머들의 73%가 선호하는 인기 장르였다. / 그래픽=이주희 디자이너

◇ 커지는 ‘시니어 게임시장’, 노년층 니즈 맞춤은 아직 부족

이론적 접근뿐만 아니라 실제 중장년, 노년층의 게임 이용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협회(ESA)’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성인의 60%가 매주 비디오게임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61~79세, 80~90세의 고령층 인구의 36%도 매주 비디오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로 분류됐다. 이는 게임이 단순히 어린이들과 젊은 층의 ‘놀이 활동’이 아님을 보여준다.

세부 설문에서는 중노년 게이머들은 비디오 게임에 대해 ‘기쁨을 준다(84%)’고 답했다. 또한 ‘정신적 자극과 스트레스 해소(81%)’, ‘접근성 있는 경험을 제공하며(79%)’, ‘인지 능력 향상(77%)’이라고 답했다. 또한 ‘팀워크와 협업(69%)’, ‘적응력과 회복력(60%)’, ‘의사소통 능력(53%)’도 향상됐다고 답했다. 앞서 세대 간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한다는 이세연 박사의 연구와 맥이 닿아있다고 볼 수 있다.

ESA는 “게임은 모든 연령대가 유익하고 재밌는 시간을 보내기 위한 수단으로 강력한 문화적 힘이기도 하다”며 “단순한 놀이의 순간을 넘어 정신적 자극, 스트레스 해소, 의미 있는 사회적 연결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중노년층에게 인기 있는 게임 종류는 무엇일까. 글로벌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퍼즐·로직’류의 게임이 50대 이상 중장년층 게이머들의 73%가 선호하는 인기 장르였다. 뒤를 이어 ‘카드 게임’류도 69%로 인기가 높았다.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높은 ‘전략’게임이나 ‘슈팅’게임의 경우 선호도는 각각 17%, 15%로 낮았다. 하지만 가장 난이도가 높은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중장년층의 유입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디지털 문화라는 게임 특성상, 노년층에겐 키오스크의 사례처럼 접근하기 어려울 수 있다. AARP의 조사에서도 50세 이상 연령 게이머 중 절반 이상이 자신에게 알맞은 게임을 찾기 어렵다고 답했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디지털 문화라는 게임 특성상, 노년층에겐 키오스크의 사례처럼 접근하기 어려울 수 있다. AARP의 조사에서도 50세 이상 연령 게이머 중 절반 이상이 자신에게 알맞은 게임을 찾기 어렵다고 답했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이 같은 게임 시장 내 중장년, 노년층의 소비가 증가하면서 ‘시니어(senior)’ 게임 시장이 산업계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은퇴자협회(AARP)’의 보고서에 따르면 50세 이상 게이머의 38%가 6개월마다 평균 49달러(약 7만3,800원)을 지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전체 시장 규모로 환산하면 약 25억달러(약 3조7,632억원) 규모에 이른다.

다만 여전히 장벽도 존재한다. 디지털 문화라는 게임 특성상, 노년층에겐 키오스크의 사례처럼 접근하기 어려울 수 있어서다. AARP의 조사에서도 50세 이상 연령 게이머 중 절반 이상이 자신에게 알맞은 게임을 찾기 어렵다고 답했다. 특히 70세 이상 고령층 게이머들은 39%만이 알맞은 게임을 찾았다고 답했다.

AARP는 “게임 산업 마케팅에서 50대 이상 게이며 69%가 게임들이 모든 연령대를 고려하지 않고 디자인된다고 답했다”며 “시니어 게이머들은 게임 산업이 전 연령을 대변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개선 방안도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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