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서 막힌 대출, 상호금융서 뚫렸다…가계빚 2000조원 ‘코앞’

마이데일리
19일 서울 시내 2금융권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상품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시스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은행권 가계대출은 줄었지만,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 대출이 크게 늘면서 가계 빚이 또다시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로 은행 문턱이 높아지자 대출 수요가 비은행권으로 옮겨간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1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993조1000억원으로 전분기 말보다 14조원 증가했다. 이는 2002년 4분기 관련 통계 공표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사·대부업체·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액인 판매신용을 더한 포괄적 가계부채 지표다.

가계신용 증가폭은 지난해 3분기 14조8000억원, 4분기 14조3000억원에 이어 올해 1분기 14조원으로 소폭 축소됐다. 다만 2024년 2분기 이후 8개 분기 연속 증가세가 이어지며 전체 잔액은 2000조원에 바짝 다가섰다.

판매신용을 제외한 가계대출 잔액은 1865조8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2조9000억원 늘었다. 증가폭은 직전 분기 11조3000억원보다 오히려 확대됐다.

대출 증가세를 이끈 것은 주택관련대출이다. 올해 1분기 말 주택관련대출 잔액은 1178조6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8조1000억원 증가했다. 주택관련대출은 기존 주택담보대출에 전세자금대출 등을 포함한 개념이다.

대출 창구별 흐름은 엇갈렸다. 예금은행 가계대출은 1009조6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2000억원 감소했다. 예금은행 가계대출이 감소한 것은 2023년 1분기 이후 12분기 만이다. 은행권 주택관련대출 증가폭도 3000억원에 그쳤고, 기타대출은 6000억원 줄었다.

반면 상호금융·저축은행·신협·새마을금고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은 325조원으로 전분기보다 8조2000억원 증가했다. 직전 분기 증가폭 4조1000억원의 두 배 수준이다.

비은행권에서는 주택관련대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주택관련대출은 1분기에만 10조6000억원 급증했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2조5000억원 감소했지만, 주택 관련 대출이 이를 크게 웃돌며 전체 증가세를 이끌었다.

은행권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규제 강도가 낮았던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으로 주택 관련 대출 수요가 이동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이 최근 상호금융권을 대상으로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주문하기 전 ‘막차 수요’가 몰린 점도 비은행권 대출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증권사·자산유동화회사 등을 포함한 기타금융기관 가계대출도 531조2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5조원 늘었다. 이 가운데 증권사 등 기타금융중개회사의 신용공여가 4조8000억원 증가했다.

증권사 신용공여액은 1분기 중 7조3000억원 늘었다. 직전 분기 증가액 3조3000억원의 두 배를 웃도는 규모다. 연초 증시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빚투’ 수요가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판매신용 잔액은 127조3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조1000억원 증가했다. 여신전문금융회사를 중심으로 신용카드 이용 규모가 늘어난 영향이다.

한국은행은 비은행권 주택관련대출 증가세가 당분간 확대되기는 어렵다고 봤다. 금융당국이 농협중앙회와 새마을금고 등을 대상으로 가계부채 관리 강화를 주문했고, 일부 기관이 모집인을 통한 대출 접수를 중단한 만큼 추가 증가폭은 제한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주택 매매거래 흐름에 따라 주택관련대출이 일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일부 매물이 출회되면서 주택 거래가 늘어난 영향이 시차를 두고 대출 지표에 반영될 수 있어서다.

이혜영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금융당국의 관리 강호 조치 시행 이전 대출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보여진다”며 “향후 비은행권 주택관련대출이 계속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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