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자산 토큰화 '4조' 전망에도…글로벌 병목에 발목"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글로벌 자산 토큰화 시장이 오는 2030년 최대 4조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에도 실제 도입 속도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한국은행은 자산 토큰화가 유동성 부족과 법적 불확실성, 신뢰할 만한 결제수단 미비 등 이른바 '글로벌 병목'에 가로막혀 국내에서는 조각투자 같은 비정형 자산부터 단계적으로 시장을 키워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14일 한은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 '국내외 자산 토큰화 현황·향후 정책 과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글로벌 자산 토큰화 규모는 503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전체 전통 금융시장 대비 0.03%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 성장률은 지난 2023년 65%에서 2025년 169%로 상승세가 가파르지만, 대형 기관들이 뛰어들기엔 여전히 시장이 좁고 인프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즉시 결제 좋지만…유동성 묶이는 '프리펀딩' 딜레마"

한은은 토큰화 도입이 더딘 배경으로 7가지 요인을 꼽았다. 특히 토큰화의 최대 강점으로 꼽히는 '원자적 결제(Atomic Settlement·자산과 대금을 실시간으로 동시 교환하는 방식)'의 양면성을 짚었다.

실시간 즉시 결제가 가능해지면 거래 상대방 리스크는 사라지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자산을 살 때 대금의 100%를 미리 예치해야 하는 '프리펀딩(Pre-funding)' 부담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기존 금융권의 익일 결제(T+n) 시스템이 제공하던 자금 운용의 유연성이 사라져 오히려 유동성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술적으로는 특정 기관의 자체 블록체인에만 갇혀 자산 이동이 어려운 '사일로(Silo) 현상'과 온·오프체인을 연결할 신뢰도 높은 수탁 인프라 부족이 걸림돌로 지목됐다. 제도적으로는 국가별 법적 해석 차이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감독 체계가 아직 충분히 정립되지 않은 점이 도입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제도권 자산, 중앙은행 화폐로 결제해야…단계적 확대 필요"

국내 시장은 아직 조각투자 중심의 초기 단계다. 음원 저작권이나 부동산 등 비정형 자산을 쪼개 파는 방식이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한시적으로 허용된 상태다.


한은에 따르면 국내 조각투자 시장(약 6400억원)은 음원 저작권(65.2%)이 압도적이다. 미술품(17.0%)과 부동산(16.0%)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이는 머니마켓펀드(MMF)나 국채 등 전통 금융자산 토큰화가 80%를 차지하는 글로벌 시장과 대조적이다.

박상훈 한은 금융안정국 과장은 "전통 금융자산의 토큰화를 진행할 때는 규제 샌드박스나 파일럿 테스트 같은 안전장치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채나 MMF처럼 신뢰성이 핵심인 상품은 스테이블코인보다 중앙은행 화폐나 예금토큰으로 결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은이 기관용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기반으로 예금토큰의 실거래 가능성을 검증 중인 'CBDC 활용성 테스트'와도 궤를 같이 한다.

거시건전성 측면에서도 온·오프체인 정보를 결합한 통합 모니터링 체계 구축을 주문했다. 토큰화 자산과 실제 자산 간의 유동성 불일치나, 토큰을 담보로 또 다른 대출을 받는 '재담보화'가 금융 시스템 전체의 리스크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 과장은 "자산 토큰화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금융의 구조적 변화"라며 "혁신성과 위험을 동시에 살피며 법제 정비를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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