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구단이 매년 뜨거운 각축전을 벌이는 한국프로야구(KBO) 리그는 각 연고지역은 물론 기업들의 자존심도 걸려있다. 한 시즌의 주인공은 단연 한국시리즈 우승 구단이다. 연고지역과 모기업 모두 ‘경사’를 맞는다. 소위 ‘가을야구’에 진출하느냐도 한 시즌의 성패를 평가하는 주요 기준이 된다. 반면, 꼴찌를 비롯한 하위권 구단에게 그 시즌은 ‘악몽’으로 남는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그런데 그 이면에 또 하나의 성적표가 있다. 프로야구 구단 역시 하나의 기업이다. 한 해 얼마를 벌어들이고, 얼마의 수익을 남겼는지 기록되는 경영 성적표도 순위 못지않게 중요하다. 2025시즌, 10개 프로야구 구단들이 경영 측면에선 각기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었는지 들여다본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프로야구 구단들에게 있어 모그룹의 존재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다. 기아는 기아타이거즈의 결손금을 메워주는 약정을 맺고 있고, 두산그룹은 아예 보험사업을 두산베어스에 떼어줬다. 프로야구 구단의 주요 수입원인 광고수입에 있어서도 모그룹이 핵심 고객이다. 물론 모그룹 상황이 좋지 않거나 구단 성적이 신통치 않을 땐 지원이 줄어들기도 한다. 반면, 모기업 없이 독립적으로 자생하고 있는 서울히어로즈는 여전히 ‘태생적 리스크’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 # 8. 기아타이거즈
한국 프로야구 최다 우승 구단이자 지역 연고를 확고하게 다지고 있는 기아타이거즈는 2025시즌 8위로 추락했다. 2024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디펜딩 챔피언’이 한 시즌 만에 전혀 다른 성적을 낸 것이다.
구단명과 법인명이 같은 기아타이거즈는 기아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768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한 것이다. 감소 폭은 미미하지만,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매출이 뒷걸음질쳤다. 나머지 9개 구단은 대부분 뚜렷한 증가세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수익성도 안정적이지 않다. 지난해에도 5억원의 영업손실과 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기아타이거즈 실적 전반에 있어 흥미로운 대목은 기아와 맺고 있는 약정이다. 기아타이거즈는 기아의 대외홍보 및 광고 수행을 전제로 해당 연도 사업 결손금 범위 내 금액을 기아가 전액 지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지원금 약정을 맺고 있다. 이 약정에 따라 지난해에도 기아로부터 34억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그런데 이 지원금 규모가 전년 대비 크게 줄어들면서 매출액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매출액에 반영되는 다른 수입 항목이 대부분 증가했음에도 말이다.
또한 지난해 선수단 운영비로는 381억원을 지출했다. 이는 전년 대비 7.63% 줄어든 것이다. 선수단 운영비 항목이 따로 없는 두산 베어스를 제외하고 9개 구단 중 유일하게 선수단 운영비가 전년 대비 줄어들었다.
◇ # 9. 두산베어스
2010년대 초중반부터 약 10년여에 걸쳐 한국시리즈 단골손님으로 자리매김하며 ‘화수분 야구’라는 평가를 받은 두산베어스는 2020년대 들어 옛 위상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특히 2025시즌엔 9위로 추락하며 체면을 구겼다.
두산베어스 역시 구단명과 법인명이 같다. (주)두산이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두산베어스는 사업적인 측면에서 다른 구단과 뚜렷한 차별점이 존재한다. ‘부업’을 병행하고 있는 것인데, 삼성라이온즈와 달리 스포츠와 관련 있는 것도 아니다. 다름 아닌 보험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2018년 7월 (주)두산으로부터 보험대리점 사업부문을 현물출자 방식으로 양수했다. 그룹 계열사에 대해 보험 관련 컨설팅을 해주는 것이 주요 사업이다.
이는 두산베어스가 본업인 프로야구 구단 운영 외에 안정적인 수익 창출원을 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그룹 차원의 지원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전혀 다른 두 가지 사업부문을 두고 있는 두산베어스는 지난해 795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이 중 보험사업에서 발생한 매출액은 41억원이다. 전체 매출에서 그룹 계열사를 통해 올린 매출이 차지한 비중은 24.14%로 집계됐다.
◇ # 10. 키움히어로즈
키움히어로즈는 10개 프로야구 구단 중 가장 특색 있는 구단이다. 나머지 9개 구단과 달리 ‘든든한’ 모기업이 없다. ‘서울히어로즈’라는 하나의 독립적인 ‘야구단 기업’이다. 구단명 앞에 키움증권을 의미하는 ‘키움’이 붙는 이유는 메인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과거엔 우리(우리담배)와 넥센(넥센타이어)를 붙인 바 있다.
이처럼 ‘유일무이한’ 특성은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공존해왔다. 처음엔 지속가능성에 커다란 물음표가 붙었다. 창단 초기 가입비를 제때 내지 못해 논란을 일으켰고, 선수를 팔아 운영비를 마련한다는 비판 속에 현금 트레이드 추진에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성적 또한 중하위권을 전전했다.
하지만 점차 정상 궤도에 진입하더니 강팀으로 돌변했다.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효율적인 선수단 운영과 선수 발굴 및 육성이 새로운 스타 발굴로 이어지면서 반전을 이뤄낸 것이다. 키움히어로즈는 현재까지 가장 많은 메이저리거를 배출한 구단이며 이를 통해서도 상당한 수익을 거둬오고 있다.
다만, 최근엔 성적이 ‘암흑기’에 빠져있다. 2023시즌부터 시작된 꼴찌 행진이 지난해까지 이어졌다. 당장의 성적은 포기하더라도 미래에 기대를 거는 기조에 무게를 실었는데,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그래도 경영적인 측면에선 안정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508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85억원의 영업이익을 남겼다. 매출액은 10개 구단 중 가장 적은데, 영업이익은 세 번째로 많다. 영업이익률은 압도적 1위다.
하지만 ‘태생적 리스크’로 인해 1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하기도 했다. 서울히어로즈는 창단 초기 자금난에서 비롯된 주주분쟁으로 오랜 기간 큰 혼란을 겪어왔다. 이로 인해 이장석 구단주가 감옥살이를 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한편 프로야구계에서 영구 퇴출된 상태다.
10년이 훌쩍 넘은 현재도 소송전은 계속되고 있다. 서울히어로즈는 홍성은 레이니어그룹 회장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지난 2월 일부 패소했고, 이에 따라 93억원의 손실을 반영했다. 높은 영업이익률에도 불구하고 당기순손익은 적자전환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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