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채용 전 교육은 어디까지가 평가이고, 어디부터가 근로일까. 오래된 질문처럼 보이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쉽게 정리되지 않는 문제다.
콜센터 현장에서 제기되는 교육비 논란도 결국 이 지점에 닿아 있다. 현장 운영 주체 입장에서는 채용 전 검증과 적응 과정을 위해 일정한 교육이 불가피하다고 말할 수 있다. 문제는 어느 한쪽의 주장보다, 이 경계가 여전히 뚜렷하게 정리돼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이 논란이 반복될 때마다 현장에서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2000년 행정해석이다. 당시에는 공채시험 합격 후 실시되는 채용 전 교육생을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기 어렵고, 그 기간 역시 계속근로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해석이 제시됐다. 오랫동안 많은 현장이 이 기준을 사실상 출발점처럼 받아들였다.
하지만 현장의 운영 방식과 노동 판단 흐름은 그 사이 적지 않게 달라졌다. 최근에는 교육 과정이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이뤄지고, 실제 업무 수행을 위한 직무교육 성격이 강하며, 수료 여부가 채용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면 근로자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판단도 나오고 있다. 결국 지금의 현실은 과거의 일괄적 해석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단계에 와 있다.
물론 모든 사전교육을 곧바로 근로로 단정할 수는 없다. 교육의 목적이 무엇인지, 근태 통제가 어느 정도였는지, 직무 투입과 얼마나 맞닿아 있는지, 교육 미이수 시 채용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인지 등에 따라 결론은 달라질 수 있다. 이 점에서 사안별 판단은 필요하다. 다만 문제는 판단이 사안별로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보다, 그 기준이 현장에 충분히 공유되지 않아 비슷한 논란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교육비 수준을 둘러싼 혼란도 같은 맥락에 있다. 한동안 콜센터 교육비가 3만원 수준에 머물렀던 것은 개별 사업장만의 선택이라기보다, 오래된 행정 기준과 업계 관행이 함께 작동한 결과에 가까웠다. 최근 들어 언론 보도와 민원, 행정 점검 등을 거치며 교육비가 3만~8만원 수준으로 다양해지고 일부 현장에서는 최저시급 수준을 반영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 변화 역시 선제적인 기준 정비의 결과라기보다는 문제 제기 이후의 대응에 가깝다.
이 때문에 이 사안을 공공기관만의 문제로 좁혀 볼 일도 아니다. 공공 위탁 콜센터에서 먼저 불거질 수는 있어도, 채용 전 교육의 성격과 비용 처리 문제는 민간기업에도 충분히 존재하는 공통 과제다. 어느 영역이든 기준이 불분명하면 노동자는 자신이 받은 대가가 적정한지 판단하기 어렵고, 운영 주체 역시 일관된 원칙 없이 해석과 관행 사이를 오가게 된다.
기자가 현장을 들여다보며 더 크게 보게 되는 대목도 여기에 있다. 분쟁이 생길 때마다 원청은 운영상 재량을 말한다. 수행기관은 기존 해석이나 관행을 근거로 든다. 그러나 그 사이에서 가장 늦게 보호받는 쪽은 대개 개인이다. 해석의 공백이 길어질수록 책임은 분산되고, 부담은 오히려 가장 약한 곳에 남는다.
이제 필요한 것은 누가 더 억울한지를 겨루는 공방이 아니라, 달라진 현실에 맞는 기준의 재정비다. 고용노동부는 2000년 행정해석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최근 노동청과 노동위원회 판단, 실제 현장 운영 방식, 교육과 채용의 연계 구조를 반영해 사전교육의 근로자성 판단 기준을 보다 구체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업계 역시 최소한의 비용 기준과 운영 원칙을 점검해야 한다. 긍정적인 변화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콜센터 사전교육을 둘러싼 분쟁과 노동위 판단이 이어지면서 일부 현장에서는 교육비를 최저임금 수준에 맞추려는 흐름도 나타났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개별 기업의 선택에 맡겨져 있다는 점이다.
채용 방식도, 노동 환경도, 기술도 크게 바뀌었다. 그런데 사전교육을 둘러싼 기준만 오랜 해석과 관행에 기대어 머문다면 같은 혼란은 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지금 현장에 필요한 것은 오래된 답의 반복이 아니라, 현실을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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