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km 광속구보다 묵직했던 "죄송합니다"... 문동주의 고개 숙인 진심 [유진형의 현장 1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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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동주가 교체되기 전 동료들에게 "죄송합니다"라며 사과하고 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마운드 위에서 시속 158km의 광속구를 뿌리는 '괴물 투수'도 동료들 앞에서는 한없이 미안한 마음을 가진 청년이었다.

지난 2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원정 경기. 한국 야구의 미래이자 한화 선발진의 한 축인 문동주가 여느 때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마운드에 올랐다. 시즌 개막전 어깨 통증으로 WBC 대표팀 낙마라는 아픔을 겪었지만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개막 로테이션을 돌고는 있지만 좋지 않은 성적으로 반등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하지만 야구는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 4회말 선두타자에게 2루타를 허용한 뒤 이어진 연속 볼넷. 자초한 위기 속에서 폭투와 안타가 겹치며 순식간에 5실점 했다. 결국 양상문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공을 건네받으며 교체를 지시했다.

문동주가 교체되기 전 동료들에게 "죄송합니다"라며 사과하고 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문동주의 사과에 동료들이 격려하고 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그 순간, 유독 눈에 띄는 장면이 있었다. 마운드를 내려가던 문동주가 모자를 잡고 야수들을 향해 천천히, 그리고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안에는 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자신의 뒤를 지키며 혼신의 수비를 펼쳐준 동료들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선발 투수로서 더 긴 이닝을 책임지지 못했다는 자책이 섞인 진심 어린 사과였다. 150km를 훌쩍 넘는 화려한 구속보다 더 강렬하게 다가온 것은 팀과 동료를 먼저 생각하는 문동주의 마음이었다.

문동주는 지난주 두 차례 선발 등판에서 9 2/3이닝 동안 8실점을 기록하며 다소 기복 있는 모습을 보였다. 볼넷 이후 집중타를 허용하는 패턴은 분명 보완해야 할 숙제다. 하지만 지난 26일 NC전에서 시즌 5번째 등판 만에 첫 퀄리티스타트(QS)를 기록하며 반등의 불씨를 살렸다.

문동주가 미소 지으며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비록 시즌 초반 출발은 더디고 험난하지만, 동료들에게 고개 숙일 줄 아는 문동주의 성숙함은 한화의 마운드가 단순히 '공 빠른 투수'가 아닌 '팀을 생각하는 에이스'를 얻었음을 보여준다.

나이는 어리지만, 자신의 부진에 미안해할 줄 아는 문동주. 그가 마운드에서 흘린 땀방울이 '죄송합니다'라는 사과 대신 '고맙습니다'라는 승리의 환호로 바뀌는 날을 팬들과 동료들은 묵묵히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한화 문동주가 3.2이닝 5실점으로 무너진 뒤 야수들에게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한 뒤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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