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농협의 고강도 개혁안에 대해 조합장과 조합원들의 의견 차이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비위 근절'을 내세운 정부의 고강도 개혁안에 조합장의 96%가 경영 부실을 이유로 반발하고 나섰다. 반면 국민과 조합원의 95%는 찬성을 표명하는 등 여론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27일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가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합원의 94.5%, 일반 국민의 95.1%가 농협 개혁 필요성에 동의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진행한 이번 조사는 전국 농협 조합원 1079명과 일반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개혁안의 핵심인 '독립된 특수법인 형태의 감사위원회 신설'에는 조합원 85.8%, 국민 93.3%가 찬성했다. 농식품부 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외부 독립기구를 신설해, 농협금융지주 등 계열사 전체를 내부 눈치 보지 않고 투명하게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중앙회의 부당한 경영 개입을 막기 위한 '농식품부의 지주·자회사 감독권 확대' 방안에도 조합원 67.5%, 국민 85.0%가 찬성 의견을 냈다. 금품 선거 등 부패 가능성을 차단하고 조합원 주권을 확립하기 위한 '중앙회장 직선제 전환' 역시 조합원 83.1%, 국민 90.5%의 높은 지지를 얻었다.
반면, 일선 조합장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16일 농협중앙회가 최근 전국 조합장 11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체 설문 결과, 응답자의 96% 이상이 △직선제 도입 △감독권 확대 △외부 감사위 설치 등 3대 개혁안 모두에 명확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조합장들은 건의문을 통해 "직선제는 포퓰리즘 공약 남발과 지역 갈등을 유발해 경영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외부 감사기관 신설은 수백억원의 추가 비용을 발생시켜 결국 농업인에 대한 직접 지원 예산 축소로 귀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정부 감독권이 강화되면 주식회사 형태의 자회사들이 수익 창출에만 매몰돼 협동조합의 본질적 정체성이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박경식 농협 자율성수호를 위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번 농협법 개정은 개혁이 아닌 명백한 정부의 개입"이라며 "농협의 자율성 상실이 곧 농업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아닌 농민과 조합원이 주인이 되는 방향으로 개혁이 재설계되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공금 쓰고 비위 덮고…개혁 요구 불 지핀 '도덕적 해이'
이번 농협 개혁 요구에 불을 지핀 것은 끊이지 않는 임직원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와 비위 사태다.

지난 1월 농림축산식품부 특별감사에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숙박비를 부담한 해외 출장 5차례 모두 숙박비 상한을 초과, 1박당 최대 222만원에 달하는 5성급 호텔 스위트룸 이용 사실도 확인됐다. 초과 지출 누적액만 약 4000만원에 달했다.
과도한 보수 체계도 도마에 올랐다. 강 회장은 농협중앙회장과 농민신문사 회장을 겸임하면서 양측으로부터 연간 약 7억원의 보수를 수령, 퇴직 시 별도 퇴직공로금까지 받는 구조인 것으로 드러났다.
내부 통제 기능의 부실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농협중앙회는 2022년 이후 발생한 성 비위와 업무상 배임 등 6건의 범죄 혐의에 대해 인사위원회 심의조차 거치지 않은 채 고발을 묵살, 조합감사위원회 역시 성희롱·배임 등 중징계 사안 6건에 대해 잇달아 경징계를 내리는 온정주의로 일관했다. 징계를 결정하는 인사위원회 자체가 외부 인사와 여성을 배제한 채 내부 남성 직원들로만 편향 구성된 것으로 밝혀졌다.
농식품부는 이같은 임직원들의 모럴해저드, 비위 등의 근절을 위해 국회 논의 과정에서 개혁 과제를 구체화하고 후속 대책 마련을 병행할 방침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농협감사위 설치와 정부 감독권 확대는 농협 자율성 훼손이 아닌 견제 기능의 회복을 위한 것"며 "경제사업 활성화와 조합 규모화 등 후속 개혁 방안을 6월까지 차질 없이 마련하겠다"고 강행 의지를 표명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