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십리 고미술거리 리포트①] ‘옛 것’ 가득한 거리… MZ세대 발걸음 이어져

시사위크
최근 답십리 고미술거리를 찾는 엠지(MZ) 세대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고미술상가 2동의 한 상점. / 사진=김지영 기자
최근 답십리 고미술거리를 찾는 엠지(MZ) 세대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고미술상가 2동의 한 상점. / 사진=김지영 기자

시사위크|답십리=김지영 기자  답십리역 1번 출구에서 보이는 큰 길 뒷편으로 들어가면, 빌딩숲에서 마주칠 거라고는 예상 못 할 풍경이 펼쳐진다. 상가 건물 밖에 서 있는 불상, 놋수저, 섬세한 그림이 그려진 찻잔, 색색깔의 장신구….

민속박물관 같기도, 거대한 방송국 소품실 같기도 한 이곳은, 요즘 엠지(MZ)세대들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로 통한다는 답십리 고미술거리다. 팝업스토어가 열리는 성수가 아니라, ‘골동품’을 사러 답십리를 찾는 MZ라니, 좀처럼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 모습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기자는 23일 오후 2시 현장을 찾았다.

◇ 2030 발걸음에 생기 도는 고미술거리

답십리 고미술거리는 1980년대 청계천·아현동·충무로·황학동 등지에 흩어져있던 소규모 골동품 상점이 모여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가 건물은 총 세 개로, 2·3동이 한 건물에, 5동과 6동은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건물에 각각 자리하고 있다. 이곳 상인들의 말에 따르면 2·3동에는 주로 한국 고미술품이, 5동은 중국에서 만들어진 물건이 많다고 한다.

답십리 고미술거리는 1980년대 청계천·아현동·충무로·황학동 등지에 흩어져있던 소규모 골동품 상점이 모여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 사진=김지영 기자
답십리 고미술거리는 1980년대 청계천·아현동·충무로·황학동 등지에 흩어져있던 소규모 골동품 상점이 모여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 사진=김지영 기자

이곳의 고미술품들은 전국 각지의 골동품점 또는 해외에서 각 상인들이 직접 사모은 것들이다. 상가 복도에 들어서면, 양옆으로 빽빽이 늘어선 크고 작은 상점들이 보인다. 고미술거리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 전, 청계천서부터 40년 넘게 장사를 했다는 상인의 가게는 건드리면 “와르르”하고 쏟아질 듯 수집품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날 혼자 여러 가게를 둘러보던 20대 남성은, 이 가게에서 노란 빛깔 천에 자수를 놓은 컵받침을 만원에 구입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다른 상점을 방문한 고승환(27) 씨는 디지털카메라로 잡상(궁궐 지붕의 처마 끝 경사진 마루 위에 한 줄로 세워 놓는 조각상)을 본뜬 장식품을 찍으며 연신 감탄했다.

평일이라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방문객 중 20대, 30대가 대다수였다. 한 상인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유튜브를 통해 이곳이 소개되면서, 2~3개월 전부터 젊은 층의 방문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 이유있는 골동품 유행… 2세대 상점 역할 톡톡

답십리 고미술거리가 주목받은 데에는 지난해 문을 연 2세대 상점 △고복희 △호박 포크 아트 갤러리 △오브의 역할이 컸다. 이들 상점은 고미술품을 일상에서 쓸 수 있는 인테리어 소품으로서 조명하고, 이 과정에 인스타그램을 활용했다. 여기에 금새록, 김나영, 이혜리 등 연예인과 유튜버들의 촬영도 잇따르면서 홍보 효과가 커졌다.

2세대 고미술 상점은 고미술품을 일상에서 쓸 수 있는 인테리어 소품으로서 조명하고, 이 과정에 인스타그램을 활용했다. 사진은 호박 포크 아트 갤러리의 상품으로, 감투를 동그란 조명 위에 씌워 원래 하나의 소품인 것처럼 연출한 모습. / 사진=김지영 기자
2세대 고미술 상점은 고미술품을 일상에서 쓸 수 있는 인테리어 소품으로서 조명하고, 이 과정에 인스타그램을 활용했다. 사진은 호박 포크 아트 갤러리의 상품으로, 감투를 동그란 조명 위에 씌워 원래 하나의 소품인 것처럼 연출한 모습. / 사진=김지영 기자

실제로 ‘호박 포크 아트 갤러리’에서 본 골동품은 ‘수집’보다는 ‘배치’와 ‘활용’을 위한 대상으로 다가왔다. 특히 제기 위에 있는 ‘에어팟’에서 이 지점이 명확하게 느껴졌다. 호박 포크 아트 갤러리의 김재윤(27) 매니저는 제기를 그릇이 아니라 액세서리를 보관하는 용도로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을 의도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매장 내에서는 대나무 소재의 동그란 찬합(도시락통)에 테이프, 필기도구와 같은 사무용품을 보관하고, 감투를 동그란 조명 위에 씌워 원래 하나의 소품인 것처럼 연출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 김재윤 매니저는 “골동품의 미래는 현대 주거공간과 잘 어울리는지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며 “물건을 사는 소비자들에게는 골동품이 언제 만들어졌는지보다 가격이 얼마인지, 집에 둬도 예쁜지가 더 중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한국 문화, 한국인이 먼저 알아야

골동품점 ‘예명당’을 운영하는 정영섭(66) 씨 부부는 매장에 방문하는 이들에게 무료로 말차와 다과를 대접한다. / 사진=김지영 기자
골동품점 ‘예명당’을 운영하는 정영섭(66) 씨 부부는 매장에 방문하는 이들에게 무료로 말차와 다과를 대접한다. / 사진=김지영 기자
누빔이란 고려 말부터 이어져 온 전통 섬유공예 기술로, 겉감과 안감 사이에 솜을 넣고 촘촘하게 홈질로 고정하는 기법이다. 사진은 예명당의 누빔함. / 사진=김지영 기자
누빔이란 고려 말부터 이어져 온 전통 섬유공예 기술로, 겉감과 안감 사이에 솜을 넣고 촘촘하게 홈질로 고정하는 기법이다. 사진은 예명당의 누빔함. / 사진=김지영 기자

고미술에 관심을 가지는 젊은 세대를 위해 기존 상인들이 고안한 방식도 눈에 띄었다. 골동품점 ‘예명당’을 운영하는 정영섭(66) 씨 부부는 매장에 방문하는 이들에게 무료로 말차와 다과를 대접하는데, 이 차를 마시는 데 쓰이는 잔이 무려 6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또 이들 부부는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굿즈가 필요할 것 같아 누빔으로 만든 함과 식탁보를 제작했다. 실제로 지난 겨울 산모들이 기저귀 가방이나 탯줄을 보관할 용도로 이 누빔함을 많이 찾았다고 한다. 누빔이란 고려 말부터 이어져 온 전통 섬유공예 기술로, 겉감과 안감 사이에 솜을 넣고 촘촘하게 홈질로 고정하는 기법이다.

젊은 친구들이 오면 너무 반갑고 좋다는 정영섭(66) 씨는 “외국인들에게 한국 문화를 알리는 것보다, 한국인들이 먼저 우리의 문화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며 “고미술을 이들이 배우고 널리 알릴 수 있게끔 구매가 적어도 여유롭게 봐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답십리 고미술거리 리포트①] ‘옛 것’ 가득한 거리… MZ세대 발걸음 이어져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