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혼다코리아가 올해를 끝으로 국내에서 자동차 부문 사업을 접는다. 판매 부진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특히 혼다코리아는 이지홍 대표이사가 취임한 2019년부터 풍파가 끊이지 않았고 이로 인해 판매 부진에 시달려 아쉬움이 상당하다.
이지홍 혼다코리아 대표이사는 지난 23일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혼다코리아의 자동차 부문 철수를 발표했다.
혼다코리아 자동차 부문 철수 기자회견에서 이지홍 대표는 “어제(22일) 글로벌 경영자 회의에 직접 참석했고 여러 가지 논의를 했으며, 최종적으로 본사 임원진들이 그 자리에서 (혼다코리아 자동차 부문) 사업 종료를 결정했다”며 “글로벌 시장의 측면에서 봤을 때 한국 시장의 위치, 역할은 무엇인지 종합적으로 논의했다. 전체적인 글로벌 중장기 방향성과 미래를 봤을 때 자동차판매 사업 종료를 결정된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밝혔다.
혼다는 한국 시장에서 수입차 브랜드 중 2008년 최초로 연간 신차 판매대수 ‘1만대’를 넘어섰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받았으나 2008년 1만2,356대 이후 2009년 1만402대로 소폭 감소했고, 2011년(3,153대)까지 계속해서 내리막을 달렸다. 2011년에는 동일본 대지진 여파로 인한 공급 차질 및 엔화 환율 상승 현상으로 판매량이 전년 대비 급감했다.
이후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2017년 1만299대를 판매하며 9년 만에 다시 1만대 클럽에 진입했다. 그러나 1만대 회복은 반짝했을 뿐, 2018년 들어 신차 효과가 감소함과 동시에 신차에서 녹이 발생하는 이슈가 불거져 판매량이 7,956대로 감소했다.
이듬해인 2019년에는 혼다 어코드 모델이 인기를 끌면서 판매량이 회복되는 듯했으나 2019년 하반기 들어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인 ‘노재팬’이 터지면서 성장세에 물을 끼얹었다. 그럼에도 2019년 판매량은 8,760대로 반등했다. 2019년은 이지홍 혼다코리아 자동차 사업부 상무이사가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한 해다. 혼다코리아의 회복을 견인하는 듯했으나 외부 요인으로 인해 회복세에 제동이 걸린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뿐만 아니라 노재팬 열기는 식지 않았고, 코로나19까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공장 가동에 차질이 발생하는 문제까지 겹쳐 2020년에는 3,056대까지 내려앉았다. 이후 다시 회복세로 돌아서는 듯했지만, 2022년에는 반도체 수급난이 발생하면서 자동차 업계가 대체로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여기에 더해 신차 도입도 늦어지면서 2023년에는 연간 판매량이 1,385대까지 추락했다.
이에 혼다코리아는 2023년 4월과 8월, 10월 차례로 CR-V, 파일럿, 어코드 3종의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을 투입하고 나섰다. 다만 신차 효과는 크지 않았고 2024년 판매량은 2,507대에 그쳤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혼다 차량이 인기를 끌지 못한 원인 중 하나는 신차 가격이 경쟁 모델 대비 높게 책정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2024년 기준 모델별 국내 판매가격을 살펴보면 △CR-V는 가솔린 4,260만원 △CR-V 하이브리드(HEV) 5,240만원, 5,590만원 △어코드 1.5ℓ 터보 4,440만원 △혼다 어코드 HEV 5,340만원 △혼다 파일럿 6,940만원으로 책정됐다.
혼다와 직접적인 경쟁사로 꼽히는 토요타의 당시 모델 판매가격을 살펴보면 △라브4 HEV 4,415만∼4,998만원 △캠리 HEV 3,900만∼4,520만원 △하이랜더 HEV 6,660만∼7,470만원 등으로 책정됐다. 동일한 조건으로 비교할 시 CR-V HEV는 라브4 HEV 대비 약 250만∼825만원 비싸고, 어코드 HEV 역시 캠리 HEV보다 820만∼1,440만원 비싸다. 혼다 파일럿은 HEV 엔진이 아님에도 토요타 하이랜더 HEV와 가격이 비슷했다.
사실상 연비와 가성비를 동시에 원하는 소비자라면 자연스레 토요타 모델에 손이 갈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실제로 2023년 출시한 신형 어코드와 CR-V의 2024년 연간 판매 대수는 각각 1,040대, 1,026대에 그쳤다. 이는 터보 엔진 모델과 HEV 모델 판매량을 합친 것이다. 준대형 SUV인 파일럿은 177대만 판매됐다. 동기간 토요타 경쟁 모델은 캠리 HEV가 1,976대, 라브4 HEV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 375대를 포함해 2,888대가 팔렸다. 하이랜더 HEV는 많이 판매되지는 않았지만 480대가 팔리며 혼다 파일럿을 앞질렀다.
혼다가 출시한 신차 가격이 다소 높게 책정된 이유는 혼다코리아가 국내에 판매하는 차량의 경우 전량 미국에서 수입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생산한 신차를 들여올 때는 달러를 기준으로 신차 가격을 책정하는데, 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신차 가격도 따라서 인상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경쟁사인 토요타의 콘야마 마나부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이 2023년 부임한 후 신차를 적극적으로 들여오며 2024년 기준 국내 판매 모델을 9종까지 확대한 행보와 달리 이지홍 혼다코리아 사장은 어코드·CR-V·파일럿·오딧세이 단 4개 모델만으로 판매를 지속한 점도 악수(惡手)로 작용한 모습이다.
혼다코리아가 올해 연말 자동차 사업부를 정리하게 되지만 서비스 부문은 최소 8년간 유지할 방침이다. 이는 국내법에 따른 조치다. 또한 혼다코리아 자동차 사업부 직원들은 직무 전환이 될 예정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혼다코리아가 원프라이스(정찰제) 직판을 시행 중이라 딜러가에서 떠안게 되는 신차 재고 물량은 없다.
이지홍 혼다코리아 사장은 “자동차 사업부 철수 작업은 다음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될 것이며, 딜러사와는 논의를 하고 설명도 했다.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할 것”이라며 “고객의 경우 대기 고객 물량은 내일부터 연락 후 계약 유지 또는 취소할지 확인하고 수습해 나갈 예정이며, 각 딜러사별로 변함없이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딜러사와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재판매 관련해서는 언급할 상황은 아니다”며 “판매 종료로 인한 중고차 하락 보상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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